이 책의 제목은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 보았을 것이며 대충 무슨 내용인지도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사랑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독일의 대문호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대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결과가 뻔한 소설을 아까운 시간을 소모하며 읽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사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샤를롯테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괴테와 케스트너의 삼각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창작한 것이라는 학설도 있는 만큼 나의 책 구입 리스트에서도 맨 마지막에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 정확히 말하면 이 번역본은 특별하다. 우리는 흔히 쓰레기 같은 번역들로 인해 종이만 낭비하는 책을 많이 만나게 된다.(특히 독자층이 얇은 과학교양 서적에서 심한데 대표적으로 <부분과 전체>, <과학 혁명의 구조>등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독일 뮌헨 대학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인웅 교수가 번역한 책으로 중역을 거치지 않은 완역본이다. 게다가 이원양 교수의 추천사에서도 알 수 있듯 꼼꼼한 해설과 풍부한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단연 돋보이며 "이제 우리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관한 한 가장 완벽한 한국어 번역본을 갖게 되었다."라고 감히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세로로 길쭉한 책과 달리 가로로 길쭉한 특이한 편집은 기존의 번역본과 차별화를 꾀하는 두레 출판사의 의도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한국 번역계의 초라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독자로서 이렇게 출판사와 편집자가 공을 들이고 글쓴이가 많은 노력 끝에 완역한 책을 만나게 되면 물불 안 가리고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대표적으로 김만수 교수가 번역한 <전쟁론>이 그 예이다.) 바로 이 책 역시 충분히 구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나의 예상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책 때문에 존경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가 생겼다고 하지만 그저 이 책은 나에게 통속적인 사랑 소설로 다가왔다. 모름지기 책을 읽으면 간접 경험을 통해 지식을 주던가 아니면 감정을 정화시키는 감동을 주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 어느쪽도 아니었다. '단순히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다가 자살로 현실도피' 이것이 이 책의 줄거리 아닌가? 대체 이 책 어느 곳에서 18세기 유럽을 휩쓴 마력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나폴레옹은 이 책은 전쟁터에서도 가지고 다니면서 일곱 번씩이나 읽었다고 하는데 의문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롯데 그룹이 이 책의 여주인공인 로테(Lotte)에서 따온 이름이란 것은 흥미로웠다. 뭐 하지만 롯데 그룹은 어린이 코 묻은 돈으로 악착같이 돈을 벌면서도 사회에는 별다른 공헌을 하지 않고 직원 복지와 임금이란 면에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로테(Lotte)란 이름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별로 감명 깊지 않았으나 이것은 case by case인 것이고 독일어판 완역본이면서도 꼼꼼한 해설과 풍부한 일러스트레이션을 감안했을 때 현재 국내에 번역된 책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혹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하는 것이 어떨까? p.s) 번역은 비교적 깔끔하지만 p.47쪽 첫번째 줄에서 여주인공 이름인 로테를 원래 모델인 샤를롯테라고 번역한 것은 옥의 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