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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삭제판 이다 플레이
이다 글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나는 그전까지 <이다>가 누군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평소에 책하고 38선을 만들고 있던 나의 귀여운(?) 여동생이 어느날 갑자기 이 책을 구입해 오더니 재밌게 읽고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평소 박이라면 사죽을 못 쓰던 동생이 밥 먹으라고 해도 바로 안 오고 책을 보다가 천천히 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과연 어떤 책을 보고 있길래 그런가해서 알아보니 바로 이 책을 보고 있었다. 과연 어떤 책이길래 20대 초반의 여성이 그렇게 빠져 있는 것일까?
일단 제목부터 수상했다. <무삭제판 이다 플레이>라니? 특히 '무삭제판'이란 것이 마음에 걸렸다. 20대의 남자라면 누구나 '무삭제판'이란 제목을 보면은 이상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많은 기대를 열고 책을 열어서 얼핏 보았을 때 무슨 책 마당 마다 나오는 그림 삽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책이 전부 그림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약간 실망했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진정한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글쓴이 <이다>가 자신의 다이어리에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그런만큼 솔직한 글쓴이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그대로 묶었기 때문에 글쓴이의 글씨와 그림, 심지어 다이어리에 묻어서 글씨가 번진 것으로 알아볼 수 있는 '글쓴이의 눈물'까지도 모두 볼 수 있었다. 대체 어떤 책에서 눈물까지도 이렇게 실감나게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 진정한 글쓴이의 눈물이 보고 싶다면 259페이지를 펴보라. 그곳에 묻어있는 눈물을 보면서 한동안 많은 생각을 글쓴이와 나눌 수 있었다.
이 책은 대부분 '그림쟁이'로 살아가고자 하는 자신이 현실과 부딪칠때 겪는 아픔과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보았을 때의 질투, 그리고 사랑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이런 걱정들은 20대 모두가 한번쯤은 가지게 되는 생각들이다. 그런데 <이다>는 이런 속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솔직하게 다이어리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나의 여동생 뿐만 아니라 많은 20대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순수는 죽고 궁상은 살아있다'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보수는 주지 않으려고 하는 메이저 신문사들에 대한 비판과 '다시 태어난 에곤실레, 한국에서 랩하는 시인'이 되다에서 UMC를 질투하는 모습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이 '편견이 나를 위로한다'이다. 우리가 흔히 예쁜여자를 보면 '저 여자는 얼굴은 예쁘지만 머리는 텅텅 비어있을거야'라고 생각하고는 한다. 이에 <이다>는 이 다이어리를 통해 솔직히 고백한다. '무슨 소리야? 너는 단지 예쁜여자를 질투하고 있을뿐이야. 다지 그녀가 머리가 나쁠 것이라는 편견을 통해서 자신의 못남을 자위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너무나 직설적이라서 기분이 살짝 나쁘기도 했지만 사실을 부정할 순 없었다. 때로는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잘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이렇게 이 책은 20대가 겪는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분명히 많은 20대의 동감과 추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기>라고 함은 자신 혼자만 읽기 위해 적는 것이 아닌가? 잠시 생각해보면 이렇게 일기를 솔직히 대중에게 공개하여 오히려 자신을 보호막 안에 감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공개한 내 일기를 봐. 이것이 나의 전부야.'이렇게 일기를 통해 말하면서 실제의 <이다>는 다른 곳에 숨겨 놓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히 20대 어린(?)어른들이 하는 생각을 잘 표현한 책으로서 10대와는 다른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다면 글쓴이가 이 책에서 하고 있는 고민과 생각을 봄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20대여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