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호 일기 - 1916~1943
윤치호 지음, 김상태 엮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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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치호…어찌되었건 일제시대 조선의 최고 원로로서 여러가지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 중의 한 명이다. 특히 본인의 경우 윤치호에 대해서 딱 한 마디로 "친일파의 대부"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나 다른 독서모임에서는 최소한 윤치호는 기존의 친일파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친일파면 친일파지 무슨 고려할 것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과 달리 친일파의 숙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른바 '역사 바로세우기'가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결국 스스로 윤치호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 <윤치호 일기>는 반드시 거쳐야 할 징검다리였다.

 원래 윤치호 일기는 1883년부터 1943년까지 계속되어서 방대한 양을 자랑하고 특히 영어로 대부분이 쓰여져 원문을 읽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윤치호 일기 중에서 일제시대의 것만을 대상으로 각 주제에 맞게 발췌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특히 일기를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배열할 경우 흐름을 잡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편역자인 김상태 교수는 [3.1운동 전후], [만주사변 전후],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전후], [일제하 조선 기독교와 윤치호], [윤치호가 본 일제하 조선의 자화상] 이렇게 5개의 주제로 윤치호 일기를 발췌하여 구성한 점은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싶다. 단순히 시간 순서로 번역하는 것이 쉬웠을텐데 이렇게 일일이 주제별로 발췌하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리고 일단 윤치호에 대해 평가하기에 앞서서 최소한 윤치호가 장장 60년 동안 매일같이 영어로 일기를 쓴 점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그는 일기에 자신의 일상생활과 공인으로서의 활동상황은 물론, 국제정세와 국내 정국의 동향에 대한 견해와 전망 등을 꼼꼼히 기록해 놓았다 그래서 윤치호 일기는 유명인사들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에서 적잖이 나타나는 것처럼, 과거에 대한 기억에 오류가 있거나 집필 당시의 관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의 행위를 과장 또는 은폐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 드러나는 윤치호의 생각은 굉장히 신뢰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도 윤치호의 영향을 받아서 매일 매일 일기를 쓰기로 결정하였다. 일기라 함은 원래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면서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반성하는 역할도 하지만 윤치호 일기를 보니 역사적 사료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물론 내가 윤치호 만큼 역사에 영향을 미칠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준비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윤치호 대하여 편역자인 김상태 교수는 "'주관적'으로는 분명히 애국자임에 틀림없지만 그가 '객관적'으로는 나라와 민족을 저버린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평하고 있다. 아마도 김상태 교수는 윤치호에 대해 이른바 쉴드를 쳐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던 같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데 나는 김상태 교수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윤치호 일기를 끝까지 읽어본 결과 윤치호는 3.1 운동에 반대하고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일제가 징병제를 실시했을 때 찬성 의견을 방송을 통해 발표하고 각종 친일 단체에 참여했으며 특히 기독교 YMCA의 친일을 주도하는 등 분명 친일파 대부로서의 행동을 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무슨 '주관적'으로는 애국자라는 등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윤치호를 감싸주는가? 설혹 윤치호가 '주관적'으로 애국자라고 하더라도 김상태 교수가 윤치호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 못한 이상 어떻게 이렇게 단정할 수 있는지 매우 의문이다. 

 이 책은 일제시대 이른바 지식인이 어떻게 친일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독립협회 회장등을 거치면서 민족주의 진영의 존경받는 원로로 추앙받던 윤치호가 변절하는 과정을 이 책을 통해 하나 둘 깨달으면서 존경받는 원로가 사라진 우리나라의 역사의 비참함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읽다보면 윤치호가 조선 민족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을 함으로써 읽기에 불편한 곳도 곳곳에 있지만 한국 일제시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으로써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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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협회연구 -하 - 독립신문.독립협회.만민공동회의 사상과 운동, 신판
신용하 지음 / 일조각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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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협회] 연구에 있어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신용하 교수의 <독립협회연구>의 하권에서는 상권에 이어서 주로 만민공동회에 대한 연구, 독립협회와 황국중앙총상회의 상권수호운동, 독립협회의 사회사상이라는 3가지의 큰 주제를 설정하고 있다. 특히 독립협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만민공동회에 대한 연구 내용이 눈길을 끌었는데 마치 만민공동회를 보고 있으면 현대의 촛불집회가 생각이 난다. 그래서 만민공동회와 촛불집회를, 친일/친러 수구파와 이명박 정부를 비교하면서 흥미롭게 신용하 교수의 연구를 읽을 수 있었다.

 신용하 교수는 만민공동회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는데 특히 만민공동회와 헌의6조는 민중이 만든 국정개혁의 결의안이었다는 점과 민중이 주도가 되어 내정개혁의 가장 시급한 과제의 해결 방안을 의논한 전혀 새로운 민중대회의 방식이었다는 점 등에서 역사적 의의를 가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만민공동회를 통해 주장된 헌의6조와 이에 대한 고종 황제의 답변인 조칙5조와 함께 새로운 개혁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짧은 기일에 자주부강한 나라를 이룩할 전망이 보였으나 정권에서 밀려난 수구파에게 불안감과 위기감을 안겨주었고 결국 독립협회 간부들을 모함하여 다시 한 번 수구파 내각이 수립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 굉장히 아쉬워 하였는데 이렇게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에 대한 연구를 보다 보면 데쟈뷰 현상을 느끼지 않는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反2MB연합과 촛불집회와 뭔가 비슷한 점이 보여지지 않는가?

 이어서 상권수호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19세기 말 개항에 따라 외국 상인들의 한국 상권 침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개항장 10리 이내에서만 자유로운 상행위를 영위하도록 허락했으나 조약을 개정하면서 개항장 100리 이내에서도 자유로운 상행위가 가능하도록 하고 점차 개항장이 늘어나면서 결국 전국이 외국 상인들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이에 한국 상인들은 1898년 여름 황국중앙총상회라는 상인단체를 조직하고 독립협회와 연대하여 상권수호운동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898년 말에 독립협회와 함께 황국중앙총상회가 해산당함으로써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되었으나 외국 상인들의 상권침탈에 대항하여 서울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대규모 상인단체를 조직하여 상권수호운동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신용하 교수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참고로 글쓴이는 이 장에서는 수많은 표와 자료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글쓴이의 노력은 높게 평가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독립협회의 사회사상사회학적 해석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신용하 교수는 총 10가지로 독립협회의 사회사상을 분석하는데 요컨데 독립협회의 사회사상은 조선왕조의 전통적인 구사회체제를 번혁하여 근대시민사회를 수립하려는 사회체제의 변동/변혁의 사상이었으며 독립협회가 19세기 말 한국에 근대시민사회를 수립하려는 새로운 사회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립했고 그 실천운동을 전개했음은 한국사회사상사와 민족운동사에서 획기적인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 책은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의 연구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책으로 독립협회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하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금 어려운 면이 있으니 이 책을 읽기에 앞서서 [독립협회 토론공화국을 꿈꾸다]란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으면 거부감이 덜할 것이다. 특히 요새 촛불집회와 관련해서 만민공동회와 비교해서 읽어본다면 더욱 더 뜻깊은 독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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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협회연구 -상 - 독립신문.독립협회.만민공동회의 사상과 운동, 신판
신용하 지음 / 일조각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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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우리나라에서 1890년~1910년까지의 역사는 거의 잊혀진 역사로 취급받고 있다. 조금 더 크게 본다면 조선 말 철종부터 해방 직후까지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치욕스런 역사라는 명분 아래 되도록 감추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위대하고 훌륭한 역사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욕스런 역사를 통해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서구 열강 사이에서 어떤 처신을 해야되며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어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오는지는 이른바 4대 열강 틈바구니에서 눈치를 보아야하는 현재에도 시사할 점이 많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조선 말 철종부터 해방 직후의 역사를 숨김에 따라 이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버렸을 뿐만 아니라 친일파의 역사 또한 숨겨지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번 조선 말 철종부터 해방 직후의 역사, 특히 1890~1910년까지의 역사의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1890~1910년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빠질 수 없는 것이 이른바 [독립협회]이다. 그러나 [독립협회]에 대해서는 그저 서재필이 세운 단체이며, 독립신문을 발행하고 만민공동회를 개최했다는 수준의 서술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행 고등학교 국사책이며 학술적인 면에서도 [독립협회]에 대한 연구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신용하 교수의 이 책이 나오면서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신용하 교수의 이 책은 [독립협회]에 대한 연구로는 독보적인 위치를 아직까지도 점유하고 있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이 1976년인데 30년이 넘어서 까지 이 책의 아성을 넘볼만한 연구 성과는 전무해보인다. 다만 아무래도 박사 논문으로 쓰여진 책이라서 일반인이 읽기에는 분량면에서 저어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6년에 신판을 내면서 현대어에 맞게 수정했으며 글자도 크게 바꾸었기 때문에 읽는데 별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이 책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상권에서는 주로 "독립신문""독립협회의 창립과 사상"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먼저 독립신문에 대해 간단히 서술해보면 1896년 4월 7일 한국역사상 최초의 민간신문으로 창간된 "독립신문"은 서재필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 국내 개화파와 서재필의 합작이었으며 제작 측면에서는 서재필과 주시경의 합작이었고 결국 "독립신문"은 한국사회의 발전과 한국인의 의식 및 사상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커다란 계몽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 신용하 교수의 결론이다. 이것을 보면 그전까지 과소평가되고 있었던 [독립신문]이 얼마나 민중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으며 특히 현재와 비교해서 언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언론이라 함은 양날의 검으로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짐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어서 "독립협회"에 대해서는 189년 7월 2일에 독립문/독립공원/독립관 건립을 위해 창립되었을 때에는 고급관료클럽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1897년 8월 이후부터는 민중이 현저히 진출하여 결국 독립협회는 민중의 사회단체로 전화되었으며 열강의 세력 균형이 이루어진 1897년부터 1903년까지의 6년간이었으며 이 짧은 기간에 다시 한 번 민중의 힘을 기초로 자강을 실현함으로서 자주독립을 지키려 한 것이 독립협회의 사회사상으로 이로써 한국침략을 노리던 제정러시아와 일본이 큰 타격을 입었으며 독립협회의 자주민권자강운동은 19세기 말 한국의 시민/민중에 의한 근대민족주의와 민주주의 개혁운동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글쓴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숨겨진 역사인 [독립협회]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박사 논문이라서 조금 난해한 점은 있지만 현존하는 [독립협회] 연구 성과물로서는 이 책이 독보적이며 신판을 내면서 현대어로 바꾸고 활자를 키웠기 때문에 지레 겁 먹지 말고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다만 신판을 내면서도 오타가 2~3군데 보인 점은 옥의 티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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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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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되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책이다. 참고로 많은 신문사에서 연말에 이른바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데 이 책은 일부 보수적인 신문사에서는 [올해의 책]에서 제외되기도 하였다. 사실 "88만원 세대"가 이 책 이후에 현재의 20대를 가르키는 일반 명사화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름 명문대 출신으로 선배들이 이 책에서 표현하는 대기업 정규직에 취직하는 것을 보면서 이른바 "88만원 세대"는 나하고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에 내가 사서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하자센터에서 새로 독서 모임을 하면서 처음 읽을 책으로 바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원래 "하자센터"는 일종의 청소년 대안 학교이다보니 최초에 이 책을 청소년에게는 읽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책에서 보여주는 현실이 너무 암울하고 부정적이기 때문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견해에 동감하지 못한다. 사실 "하자센터"도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연세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센터장 또한 연세대학교의 교수로 있는 조한혜정 교수이다보니 아무래도 기득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 줄 위험이 있다는 것은 일종의 핑계일 뿐이다. 분명 이 책의 머릿말에서 우석훈씨가 말하고 있듯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졌으며 요새 권한이 대폭 증대되고 있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도 이 책은 "18금" 딱지를 붙이지 않았으며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를 발표하여 바쁜 와중에도 대행하여 광고를 해준 국방부에서도 이 책을 불온도서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일종의 기득권층이 되기 위한 노정에 있는 본인으로서도 이 책을 비기득권층의 청소년들이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의 뛰어난 점은 단순히 이렇게 부정적이고 우울한 전망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이른바 "세대 간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에 있다. 특히 기존까지 경쟁은 주로 비슷한 나이 또래의 '세대 내의 경쟁'이었으나 글쓴이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이미 기득권을 획득한 유신 세대, 386세대와 88만원 세대가 경쟁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20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일부 극소수의 천재와 하늘도 감동시킬 노력을 바탕으로 이른바 '신분 상승의 길'이 되는 명문대에 진학하거나 고시에 합격하는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평범한 20대를 위해 글쓴이는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라고 과감하게 주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속된 말로 '좌빨' 주장을 하면서도 글쓴이는 몇가지 흥미로운 주장도 펴고 있는데 특히 기업의 정리 해고를 쉽게 하는 대신에 비정규직 보호에 힘써야 한다는 이야기 같은 경우는 글쓴이의 생각인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비록 글쓴이는 탁월한 통찰력으로 현재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분석할 수 있었지만 과연 글쓴이가 주장하는 방법이 일단 옳고 그름을 떠나서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는지, 혹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고 해도 '88만원 세대'가 다시 기득권층이 될 때 다시 지금의 10대들과 다시 한 번 '세대간의 경쟁'을 펼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분석하고 있는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은 기존의 책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던 모습이기도 하고 글쓴이가 애초에 이 책을 청소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되도록 쉽게 풀어쓰도록 노력한 모습 등을 감안했을 때 청소년과 20대, 혹은 현재의 기득권 층에게도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과연 우리는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할까?" 이 책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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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협회, 토론공화국을 꿈꾸다 - 사회학 이야기 지식전람회 25
이황직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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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책을 읽을 때는 바로 본문부터 시작하기 보다는 책의 표지와 머릿말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다. 그러던 중에 가장 먼저 이 책의 출판사 이름인 '프로네시스(Phronesis)'의 뜻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책에 따르면 '프로네시스(Phronesis)'지혜 혹은 지적인 통찰을 가리키는 고대 그리스 말로 특히 실천적 지혜(Pratical wisdom)을 의미하며 소크라테스는 '프로네시스(Phronesis)'를 현명한 사람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보았다고 한다. 이렇게 '프로네시스(Phronesis)'를 출판사 이름으로 선택한 만큼 지혜, 특히 실천적 지혜를 가져다주는 책을 만들겠다는 출판사의 의지를 출판사 이름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곳곳에서 글쓴이의 은사인 '박영신 교수'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본인도 1학년 때 박영신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의 1학년때의 회상이 이어지게 되었다. 당시 공학도로서 인문학적 소양이 전무하던 나는 필수적으로 인문/사회쪽 교양 수업을 이수해야만 되었고 그 많던 교양 수업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현대 사회와 사회학]이라는 수업이었다. 당시에는 '사회학'이 무엇을 배우는 수업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사회학'이란 학문 이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다. 결국 이 수업을 수강해서 첫번째 수업 시간이 되었는데 들어오는 교수님이 호호백발이신 것 아닌가? 이것도 놀랍지만 교수님이 들어오자마자 약 절반 정도의 학생이 그대로 일어나서 나가는 것이 더욱 더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나이 드신 교수님이 고리타분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수업을 하고 결정적으로 학점도 잘 안 준다는 점은 나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교수님 얼굴을 보자마자 일어나 나가는 것은 교수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본인의 경우 그래도 첫 수업은 들어보고 수강 변경을 고민해보자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자칭 한국 최고의 명문 사학이라는 학생들 수준이 고작 이정도라는 것이 지금도 굉장히 부끄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첫번째 수업 자체는 굉장히 신선했고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수업의 교수님을 학교 자유게시판에서 검색하니 '신입생의 절반을 F를 준다느니',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무너졌을때 건축공학과 학생은 전부 F를 줬다느니'라고 학점을 굉장히 짜게 준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떠돌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1학년 때에는 학점은 [out of 안중]이었다. 물론 학부대학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학과 선택을 위해서는 학점도 필요했지만 당시 흥미가 있었던 '화학공학과'√2, √3도 들어갈 수 있었던 학과였다. (물론 지금은 공대 안에서 최고의 선호 학과로 변신하였다.) 그래서 수강 변경을 하지 않으면서 학점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단지 무엇 하나라도 얻어가는 공부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수업 자체도 힘들지만 특이한 점은 3학점 짜리 수업이라서 일주일에 2시간 수업 하나, 1시간 짜리 수업 하나를 하는데 2시간 수업은 강의하지만 1시간짜리 수업은 10명 정도로 조를 짜서 조교와 함께 2시간씩 쪽글 제출토론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래도 '학점'을 감안해야 되고 당시 인문/사회적 소양이 전무했던 나는 그다지 토론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지는 못했다. 물론 일주일에 2~3편씩 읽어야되는 논문은 꼬박꼬박 읽어서 쪽글을 써 냈지만 말이다… 이렇게 수업을 하면서 '사회학'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이 책의 글쓴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사회학을 공부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사회학자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글쓴이와 달리 나는 감히 전공을 변경할 용기가 없었으며 나에게 조언을 해줄 멘토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현대사회와 사회학]은 나에게 있어서 '막스 베버'의 이름과 박영신 교수님이 한글을 사랑하셔서 소싯적에 쓰시던 Love letter에 honey나 darling 대신에   '달님, 해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기억만 남기고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연세대학교 선배에게 박영신 교수에게 물어보니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특히 "쓰레기다"라는 이야기까지 있었는데 외국에서 '막스 베버'만 공부하고 와서 오직 이것 하나만 가지고 먹고 사는 교수이며 고생을 안 해 봤기 때문에 이상론에 치우쳐있고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중요시해서 기독교적 윤리관에 기초를 둔 기득권을 옹호하는 보수적 학자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학이라 함은 사회 구조를 연구해서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내어야 하는 학문인데 박영신 교수의 경우 오직 현실 문제의 해결책으로 프로테스탄트 윤리, 즉 성실하고 열심히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면 된다는 식으로 철학이 없는 주장을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와 비슷하게 이 책에서도 서재필 윤치호, 이승만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이 책의 부제를 '서재필 위인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서재필을 훌륭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 다른 의견도 굉장히 많다. 특히 독립협회를 단순히 자신의 정치도구로 이용했을 뿐이며 친미파이며 당시 지식인으로서 우월적 입장에서 계몽주의를 추구했다는 의견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윤치호에 대해서는 [윤치호 일기]등을 통해서 적극적인 친일파라고 하는 데에는 학계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사실상의 원전으로 삼고 있는 신용하 교수의 [독립협회연구]를 읽어 보았는데 이와 비교하여 독립협회와 협성회에서 이승만의 역활이 너무 강조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책의 구성과 내용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연구가 빈약하고 신용하 교수의 [독립협회연구]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글쓴이는 팩션과 역사서 사이에서 새로운 서술 방식을 이용하여 쉽게 독자에게 독립협회에 대해 이해하게 도와주는 점은 굉장히 신선하다. 그리고 토론의 중요성과 방법론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과거의 '만민공동회'가 현재의 '촛불시위'와 비교해서 시사점이 많아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독립협회의 인물에 대한 평가는 천편일률적으로 긍정적이라서 균형 잡힌 시각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이 책을 시작으로 삼고 다른 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독서하는 것이 올바른 지식을 가지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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