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활자 -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여행기
유성용 지음 / 갤리온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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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우스트를 보면 "우리는 사람들이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조롱하리라는 사실에 익숙해졌어"라는 문장이 나온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다고 무작정 조롱하기 보다는 이해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움을 가져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지만 실제로 나 역시 내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조롱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이는 나 정도면 웬만한 글은 이해할 수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후에 나 자신의 수준이 낮아 명문(名文)을 이해할 수 없어 비웃음 당할 경우 오히려 이를 통해 나 자신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앞에서 구구절절하게 설명한 것과 같이 나는 이 책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조롱할 수 밖에 없다. 글쓴이는 중국 은난성 → 티베트 → 인도 → 스리랑카 → 네팔 → 파키스탄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글로 옮긴 것이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글쓴이가 일종의 과대망상에 빠져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허세근석>이라고 장근석의 미니홈피에 장근석이 써 놓았던 글이 웃음거리가 되었듯이 이 책 역시 서로 연결되지 않는 생각의 편린들이 체계화 되어 있지 못하고 곳곳에 흩뿌려져 있어 마치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한 글이 많아 허세를 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이른바 여행 에세이를 읽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보통 두 가지를 이야기하는데 첫째는 여행 정보이고 둘째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감동 혹은 깨달음일 것이다. 단연컨데 이 책에서 여행 정보는 거의 없다. 혹시 위에 열거된 나라에 대한 여행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다른 여행 전문 서적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글쓴이가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잔잔한 감동 역시 너무 감정을 과장한 것으로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좀 더 진솔하게, 아니 하다 못해 문장을 좀 더 길게 이어가며 썼더라면 이런 괴리감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문장이 너무 짧고 접속어를 거의 안 쓰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다.

 

 이 책은 한 때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적도 있었으나 그 이유는 아마도 50% 할인 판매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50% 할인 판매를 한다고 해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할 지라도 이 책에서 만큼은 나는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공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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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바이블 - 2010 에디션
케빈 즈렐리 지음, 정미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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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와인(Wine)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종류가 엄청나게 많고 어렵게 보이는 외국어가 난무하는 와인의 이름을 보고 질리게 마련이다. 본인 역시 와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레이블을 봐도 도무지 어떤 품질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대충 지불 가능한 가격대의 와인을 추천받아 마시거나 사곤 한다. 그러던 중에 한 번 와인에 대해 관심을 환기 시키는 책이 있었는데 바로 만화책 <신의 물방울> 이었다.

 

 와인을 주제로 한 만화로서 와인에 대한 정보와 재미를 골고루 담고 있었던 이 만화책은 비록 와인에 대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와인을 마시면서 너무 과장된 감정 표현과 평가가 난무한다.)도 가지게 하였지만 나름 와인에 대해 공부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전해준 책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과연 어떤 책을 와인 입문서로 읽어봐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사전 형식으로 여러 와인 빈티지를 분류해 놓은 책은 일단 그 두께부터 질리게 하였고 와인에 대한 초보자인 나로서는 읽기에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 <와인 바이블>(원제는 Windows on the world COMPLETE WINE COURSE 2010 edition)였다.

 

 비록 들고 다니면서 읽기엔 책 크기가 부담스럽지만 양장본이면서 많은 지도와 사진이 담겨져 있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았고 특히 책 제목인 <와인 바이블>이 맘에 들었다.(오히려 원제보다 번역한 제목이 더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그리고 샴페인 등 종류 별로 그리고 프랑스, 캘리포니아, 스페인, 독일 등 기존의 와인 생산국 뿐만 아니라 신흥 와인 제조국인 칠레,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의 와인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게다가 각 챕터 별로 마지막에 <핵심 체크> 문제를 통해 소믈리에 준비를 위한 도움도 주고 있으며 각 챕터 별로 해당 나라와 와인의 특색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와인 시음을 위한 와인도 추천해주고 있어 쉽게 와인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와인과 직접 상관 없는 Windows On the World 레스트랑 소개가 너무 많고 미국의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해 상대적으로 너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번역 역시 나름 깔끔한 바 초보자를 위한 와인 입문서로 무난하고 추천하는 책이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와인의 종류는 너무 많고 와인 레이블에 나타나는 외국어는 낯설기 때문에 꾸준히 와인을 마셔보면서 느끼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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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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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그 중에서도 공자를 중심으로 한 유가(儒家)를 가장 먼저 접할 것이고 그 중에서도 <논어(論語)>를 가장 먼저 읽어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서양 철학과 달리 동양 철학을 접할 때는 막연함을 느끼게 된다. 당장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논어(論語)>를 찾아보면 엄청나게 많은 책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되고 특히 옮긴이마다 해석이 다른 바 어떤 해석이 옳은 것인지 헷갈리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주석을 잘못달면 이른바 사문난적(斯文亂敵)이라 하여 죽음을 각오해야 했기 때문에 성리학 주자의 해석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경전의 경직된 해석을 통한 부작용이 있었던 반면에 현대의 경우에는 오히려 너무 많은 해석이 범람하여 처음 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기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과연 어떤 책을 선택해야 좋을지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 결과 나는 수 많은 논어 번역본 중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논어 번역본으로 추려서 서로 비교하기 시작했다. 즉 홍익출판사에 나고 김형찬 교수가 옮긴 논어와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오고 김학주 교수가 옮긴 논어, 성균관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오고 이기동 교수가 옮긴 논어 강설, 성균관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오고 유교문화연구소에서 옮긴 논어 이렇게 총 4권을 서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 아무래도 가장 정통적인 논어 번역본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심혈을 기울여 유교경전인 사서삼경을 모두 번역하고 있는 중 처음으로 번역된 논어라고 생각되었다. 다만 책이 너무 두껍고 비싸서 고민하던 중 한글 세대를 위해 쉽게 번역한 홍익출판사에서 출판하고 김형찬 교수가 옮긴 논어를 먼저 읽게 되었다.

 

 분명 이 책은 쉽게 논어를 옮긴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으나 좀 더 주석으로 자세한 설명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원문을 먼저 보여주고 한글로 번역한 다음 주석을 다는 것이 좋은 구성으로 보이는데 원문을 맨 마지막에 한꺼번에 모아 놓아 원문과의 괴리를 초래하였다. 아마도 한문에 익숙치 않은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맨 마지막으로 모아 놓은 듯 한데 득보다는 실이 많은 구성이라고 보인다.

 

 결국 종합해 보았을 때 논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배병삼 교수가 쓴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를 먼저 읽고 나서 이 책을 읽고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나온 논어 및 논어 강설을 함께 읽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병삼 교수의 책은 정말 쉽고도 흥미있게 논어 및 공자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바 처음 동양 고전, 특히 논어를 읽을 때 필연적으로 드는 막연함을 없애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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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 서 - 동양인과 서양인은 왜 사고방식이 다를까 - EBS 다큐멘터리
EBS 동과서 제작팀.김명진 지음 / 예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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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한 번쯤은 읽어 보았거나 제목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내 기억엔 얇은 양장본으로 얼마 안되는 책 속에서 동서양의 생각의 차이를 잘 보여주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이와 비슷한 주제로 방송되었던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사실 워낙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가 선구자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시 이 책을 읽어서 얻을 만한 것이 있을 것인가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를 과학적으로 최초로 규명한 연구 저작물인 <생각의 지도>보다 한 걸음 나아가 여러 비교문화 연구의 결과에 사회적, 철학적 의의를 담아 내용을 확장시키는 노력을 하였다. 즉, 동양과 서양 문화 차이를 나타내는 실험 결과가 동양의 기(氣)와 장(場)의 사고와 서양의 분석적, 이성적 사고의 차이와 관계가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서양인은 우주가 텅 빈 허공이라고 생각한데 비해 동양인은 우주는 기(氣)로 가득차 있다고 보았으며 그 결과 조수 간만의 차나 만유인력을 좀 더 일찍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동양인들은 모양보다는 재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비해 서양인들은 재질보다는 모양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밝힐 수 있었으며 사물들이 독립된 개채라고 믿는 서양에서는 당연히 각 개체의 속성을 대표하는 '명사'가 언어의 중심을 이루는데 비해 사물들이 서로 연결되었다고 믿는 동양에서는 다양한 사물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표현하는 '동사'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서양인은 어떤 현상의 원인이 사물의 내부에 존재하는 속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동양인은 사물을 둘러싼 상황 떄문이라고 생각하며 동양인들은 사람의 감정 상태를 해석할 때에도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맥락을 고려하지만, 서양인들은 그것을 개인의 내적 본성에서 찾으려고 한다. 또한 동양인은 말의 표면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목소리의 톤이나 이야기의 맥락 등의 정보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고맥락적 커뮤니케이션(high-context comunication)'을 하는데 비해 서양인은 맥락보다는 말하는 내용의 의미 자체에 집중하는 '저맥락적 커뮤니케이션(low-context communication)'을 한다.

 

 이와 같이 많은 실험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문화의 차이를 단순히 밝히는 것에서 벗어나 이를 사회적, 철학적으로 분석하고 비교했다는 점이 이 책이 <생각의 지도>와 다른 점이다. 또한 이후 봇물처럼 이어진 많은 흥미로운 실험들을 소개하고 있는 점 역시 차별화되는 점이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얻을 것이 있을까라고 고민했던 나의 걱정은 기우임이 드러났으며 <생각의 지도>를 읽고 난 다음 이 책을 읽는다면 동 서양 문화의 차이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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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시옷 -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손문상.오영진.유승하.이애림.장차현실.정훈이.최규석.홍윤표 지음 / 창비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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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만약에 만화가 <최규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만화책은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약 일주일 전에 최규석 만화가를 만났을 때 최규석 만화가는 많은 인터뷰나 기사 등에서 '만화에 대한 선입견'(예컨대 유치하다든지 비교육적이라든지)을 먼저 언급하지 않고는 인터뷰나 기사를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 점은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전히 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인권'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다른 책에 비해 읽어야 될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좋은 책을 많이 출판하는 창비 출판사와 이 만화책을 기획한 국가인권위원회와 이 곳에 참여한 8명의 만화가의 노력으로 어른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만화를 통해 쉽게 '인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이 만화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먼저 손문상 만화가는 신문에 나오는 만평 형식으로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만화를 그렸고 이애림 만화가는 <그는>이라는 제목의 만화로 성소수자인 동성애자에 대한 만화를, 장차현실 만화가는 <여배우 은혜>라는 만화로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 아이가 영화 여배우가 되어 의젓해지는 딸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홍윤표 만화가는 <이상한 나라의 홍대리>라는 제목의 만화로 차별이 만연화된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오영진 만화가는 <새대가리>라는 만화로 서열화된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정훈이 만화가는 <해리포터와 호구왔다 마법학교>를 통해 돈만 밝히는 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유승하 만화가는 <축복>이란 만화로 임신한 미혼녀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최규석 만화가는 <창>이란 만화로 군대 인권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 <그는>이란 만화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대다수는 동성애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 사실 동성애가 최초로 금기시 된 것은 성경을 통해서인데 역사적으로 보면 동성애를 통해 욕구를 해소하게 되면 출산율이 감소하게 되어 인구=국력인 상황에서 국가 및 민족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결국 꼭 이성애를 해야 될 당위성을 찾기는 힘든 것이다. 그저 동성애에 대해서는 단순히 '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 '왜 하면 안되는가?'에 대해서는 그저 '징그럽다'는 생각 정도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동성애가 나쁜 것이라는 당위성을 찾기 힘든 이상 동성애자 역시 이성애자와 같이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함은 명백하고 이를 이 만화에서는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새대가리><해리포터와 호구왔다 마법학교>는 서열화된 교육의 문제점을 잘 그리고 있다. 특히 <새대가리>는 검은 종이에 빨간색 바탕색을 기본으로하여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A~C 등급 인간으로 나뉘어 차별받고 자신의 꿈(여기서는 '날개'로 표현된다.)을 부모님과 사회로부터 지키기 위한 주인공의 눈물겨운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인상 깊은 것은 주인공이 기르던 새장에서 새를 구해줬지만 다시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새장으로 돌아온 새들을 보며 주인공이 "미쳤냐 왜 여길 다시 왔냐. 그렇게 살아라 주는대로 감사하며…"라고 독백하는 모습이었다. 자유를 갈망하지 않고 먹을 것만 주면 감사하는 것은 동물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와 달리 '자유'도 갈망한다. 물론 사람마다 먹을 것이 우선인지 자유가 우선인지는 다르지만 말이다….
 
 또한 <축복>이란 만화는 미혼 임신녀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나는 만화가와 달리 차라리 낙태를 합법화 시키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이 만화와 같이 미혼인 학생이 임신한 것이 과연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나 지금이나 임신하게 되면 순식간에 약자가 되는 것이 바로 여성이고 이 만화에서는 태아 역시 '인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원치 않은 임신이라도 아기를 낳는 것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이는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임신 여부 및 출산 여부는 여성의 선택 문제로 두는 것이 옳다고 보이며 그런 점에서 낙태를 합법화하는 것이 오히려 여성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길이라고 본다.(물론 남성이 이를 악용하지 않도록 비용 부담 문제 등을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창>이란 만화가 기억에 남는다. 최규석 작가는 이 만화를 통해 "누가 봐도 잘못한 후임병이 있는 경우에도 때리지 않을 수 있느냐?"라는 것을 묻고 싶었다고 하였는데 이게 작가의 의도라면 좀 더 지면을 할애하여 후임병을 나쁜 사람으로 그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본인의 경우 역시 상병 달 때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맞았는데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단 한 번도 후임병을 때린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분명 몇 번 고비는 있었는데 나는 이등병, 일병 시절 맞으면서 절대 후임병을 때리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심을 다행히 지킬 수 있었다. 살펴보면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오히려 자기 자식에게 더 폭력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감해질 수 있다면 군대에 만연한 폭언과 구타는 사라질 것이다.
 
 요즘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도 축소되고 '인권'보다는 '경제 성장'(과연 이것이 누구를 위한 경제 성장인지는 의문이지만)이 유일한 가치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인권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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