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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책의 '의도'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리영희 선생께서 돌아가신 것이 작년 12월 5일이고 이 책이 출판된 것이 작년 12월 10일이니 일주일도 채 안된 상태에서 <평전>이 나온 것이 아닌가? 고인의 명성에 기대어 질 낮은 책이 출판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특히 작년에 법정 스님이 돌아가셨을 때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행복]이라는 수준 이하 책이 바로 출판되어 심기를 어지럽혔던 것을 감안했을 때 이 책 역시 그런 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안타까운 점은 이 책이 출판 후 한동안 잘 팔렸다는 것이다. 특히 글쓴이 약력을 보면 법정 스님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우리 나라 독자들은 책을 보는 눈이 없는 것일까?)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임을 알 수 있었다. 일단 고 리영희 선생께서 돌아가시기 전부터 평전을 기획하고 써 왔으며 글쓴이 역시 독립기념관장 및 [친일인명사전] 편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20년 전부터 신문 등에서 고 리영희 선생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왔으며 고 리영희 선생님과의 마지막 인터뷰까지 실려 있는 등 앞서 소개한 책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혹여 나와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평전>을 읽고 서평 혹은 리뷰를 쓰는 것은 고역이다. 특히 이 책의 경우 내가 고 리영희 선생에 대해 잘 알면 모르겠거니와 읽어 본 책이라고는 고작 [대화] 밖에 없고 이른바 민주화 투쟁의 열매를 먹고 자란 세대인 나는 고 리영희 선생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 대해 고민하고 비판적으로 읽기 보다는 책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긍정적 독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하고 이 책에서 나타난 고 이영희 선생의 삶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고 이영희 선생님의 삶을 몇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겠지만 거칠게 표현하면 곡학아세 하지 않고 진실과 민주, 평등을 추구하며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해있던 반공주의의 이면을 낱낱히 밝혀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라고 추앙받는 반면에 다른 한 편으로는 '의식화의 원흉'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전자인 진실과 민주화를 추구했다는 점보다는 반공주의의 진실을 밝혔다는 점을 좀 더 높게 평가하고 싶다.
반독재 민주화를 추구했던 사람은 많았던 반면에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정면에서 분석하고 이를 비판했던 사람은 드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 때문에 말 한 번 잘못하면 콩밥을 먹어야 했던 일이 비일비재했고 좌빨 혹은 빨갱이라는 낙인은 주홍글씨처럼 평생을 따라다녔으며 반공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 이영희 선생께서는 반공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반공 이데올로기에 빠져 진실을 보지 못하는 대다수 사람에게 '진실'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계속된 반공 교육의 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김동춘 교수의 <전쟁과 사회>를 읽기 시작하면서 였다. 그 당시 이 책을 읽고 한국전쟁의 진실에 눈을 뜨고 반공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전후 남한 사회에 작용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고 리영희 선생에게 바로 '세례'를 받은 것이 아니라 고 리영희 선생의 제자로부터 '세례'를 받은 셈이 된다. 그런 점에서 나 역시 고 리영희 선생에게 한 가닥 빚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들처럼 투쟁 전면에 나설 용기가 없는 나로서는 고 리영희 선생에 대한 빚을 갚는 방법은 '표'를 행사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나마 대한민국이 다시 잃어버린 5년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하늘에서 보시게 된다면 고 리영희 선생께서도 웃음을 지으시리라.
마지막으로 좀 더 첨언하자면 이 책은 글쓴이 김상웅 교수가 오마이뉴스 블로그에 연재했던 것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각 챕터의 이음새가 허술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승전결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챕터가 독립적이라 챕터가 바뀔 때마다 뭔가 허전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진을 넣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 당시 시대 상황을 독자에게 잘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사진이 많았을텐데…. 아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