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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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시사in>의 작년 마지막 호 별책부록으로 주었던 <시사in이 선정한 올해의 책> 중 만화 부문에 이 책이 있음을 알게 된 이후였다. 당시 이 만화책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찬사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출간일 후 1년 6개월이 지나야 도서 정가제(출판일 후 1년 6월 이내의 신간은 할인율 최대 10%, 적립률 최대 10%의 제한을 받는다.)의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구입 리스트에 올려놓고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 이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었는데 읽은 후 나도 모르게 “대단한데?”라는 혼잣말이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의아했던 점은 책의 제목이 <100도씨>라는 점이었다. 물의 끓는 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의 제목이 <100도씨>가 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아래 대화에서도 알 수 있었다.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 없어. 지금 몇 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가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그렇다 해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남지 않습니까? 선생님은 어떻게 수 십 년을 버텨내셨습니까?” “나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겠나. 다만 그럴 때마다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99도에서 그만두면 너무 아깝잖아.”

 

이 책은 “1987년 6월 민주 항쟁“을 만화로 소개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너무 어렸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운 현대사에서도 이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기억이 없었다. 또한 물론 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사실상 운동권은 이미 그 맥이 끊겨 민주 항쟁에 대해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다만 내 마음 한 구석에 6월 민주 항쟁이 남아 있던 것은 화학공학과 과방에 있던 이한열 열사의 피가 묻어 있는 과 깃발과 학생회관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 있던 이한열 열사의 사진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도 많은 학생들이 학생회관을 지나가지만 이한열 열사의 사진에 관심을 두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학생회관 옆에 있는 이한열 동산에서 남녀가 앉아 있어도 그 앞에 있는 비석을 읽어 보는 사람은 없으며 매년 6월에 중앙도서관 앞에서 하는 이한열 열사 추모식조차도 참석 인원이 적고 게다가 공부하는데 왜 시끄럽게 하냐는 불만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앞선 사람들의 피를 먹고 자란 민주주의의 혜택을 넘치게 누리고 있으면서 그들의 피와 땀을 잊어버리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1987년 6월엔 분명 사람은 “끓었었다“. 다만 꾸준히 <열>이 제공되지 않는 한 다시 물은 식게 마련이다. 그 결과가 이한열 열사가 누군지도 모르는 오늘의 모습이 아닐까? 예컨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서 박종철이 끝까지 보호하려고 했던 선배인 박종운은 2004년 4월에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였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 수사 2단장으로서 고문치사사건을 축소 은폐하려고 했던 고문기술자 정형근 한나라당의원이 있던 당에서 말이다. 이렇게 한 번 끓었던 사람이 오히려 더 차갑게 식는 모습을 나는 너무 많이 보아왔다. 그런 점에서 나는 100도씨가 끝이 아니라 계속 <열>(그게 우리의 관심이 될지 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이 공급되지 않는 한 계속 역사는 반복될 것이라고 본다.

 

최규석 만화가는 책을 덮고 나면 막연히 ‘아 소중한 민주주의’ ‘오오 위대한 민중’이란 감정이 아닌 단단한 생각들이 남길 바랬다고 하였지만 나 역시 앞선 사람들의 피를 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이 정도 생각이 한계인 듯 하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마음 한 구석에 끓기 위한 씨앗을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비록 단단한 생각들은 아니지만 만화가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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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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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 역시 '만화'에 대한 선입견에서 자유로운 편이 아니다. 어렸을 적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만화책이나 보고 니가 어린애냐?"라는 말씀이었다. 당시 부모님 말을 잘 듣던 '착한' 나로서는 중학교 입학 이후 만화책을 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런 선입견을 2차례에 걸쳐 깨드려 준 것이 바로 스포츠 만화인 <슬램덩크(Slam Dunk)>와 웹툰 들이었다. 첫 번째로 나에게 만화의 재미를 알려 준 것이 바로 슬램덩크였다. 당시 미친 듯이 농구에 빠져있던 나는 슬램덩크가 주는 농구의 재미에 열광했었다. 이 때 비로소 '만화'가 반드시 비현실적이라거나 비교육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어 두 번째로 만화의 을 알려준 것이 여러 웹툰들이었다. 맨 처음 만난 웹툰에 대한 관심은 <마린블루스>에서 시작하여 이후 강풀의 <26년>을 보고 난 만화가 비로소 '힘' 을 가질 수 있고 '메세지'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어 세 번째로 나에게 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려 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여전히 "만화=재미"라는 등가공식을 당연시 하던 나에게 이 책은 만화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만 그림으로 다를 뿐 안에 담긴 메세지는 다른 책과 다르지 않음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지는 않았다. 오히려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지고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단지 그림이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오히려 글보다 효과적이라 만화라는 형식을 사용했을 뿐 실제 주는 메세지는 글보다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만화책을 '본다'는 표현보다는 '읽는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싶다.

 

 예컨대 이 단편집에 두 번째로 실린 <자살 방조>라는 만화를 '읽으면서' 나는 자연스레 내 군 생활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작전행정병으로 과도한 업무와 구타에 시달리던 나에게 이 만화 속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의자'가 바로 나였다. 그리고 이 만화에서 주인공은 작전과장을 비롯한 간부였다. 오직 의자와 같이 사병을 비품으로 생각하고 제대로 씻기거나 재우지 않고 일을 시키는 모습이 묘하게 만화에 그대로 대입되었다. 특히 "넌 문을 잠그고 내무실로 가서 잠이 들지. 그리고 다음날 어제와 다름 없는 사무실을 보곤 밤 새 아무 일도 없었다고 믿는 건가?"라는 의자의 이야기는 군 생활에서 내가 간부에게 하고자하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저녁 점호와 다음날 아침 점호에 변함없이 참석하는 병사를 보면서 정말 내무실에서 아무런 일이 없었다고 믿는건가? 실제 점호 시간 이후 이어지는 폭언과 구타, 그리고 선임병 근무 대신 투입되어 한 숨도 눈을 붙이지 못해도 내가 뛰어난 작전병의 능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당직사령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아기공룡 둘리에 대한 오마쥬인 <공룡 둘리>를 읽으면서 나는 불청객 취급받는 둘리와 그 친구들의 모습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공장에서 일하던 둘리는 프레스에 의해 손이 잘리지만 공장주는 "이 민증도 없는 새끼!! 사고 한 번 칠 줄 알았어!! 당장 나가!!"라고 오히려 윽박지르고 친구라고 믿었던 철수는 "오갈 데 없는 것들 데려다가 먹이고 재워줬더니… 친구!? 내가 니 친구냐?"라며 둘리는 폭행한다. 그리고 또치는 몸을 팔게 되고 마이콜은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고 도우너는 외계인 연구소에 의해 해부되게 된다. 특히 "어디에 있든 상관없잖아? 어차피 불청객들인데…"이라는 또치의 말은 우리 나라에서 '불청객' 취급받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말 다름이 아니다. 결국 당시 한번 빙하기가 와서 현실을 피할 수 있는 잠에 빠지기를 원하는 둘리의 모습…. 과연 둘리는 다시 한 번 찾아온 빙하기 후 깨어났을 때 희망을 볼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선택>이란 만화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쫓겨나야 했던 철거민에 대한 만화인데… 사실 나 역시 만화 내의 건설소장이 하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 동감을 하고 있다. "세 들어 살다 철거 된다니께 집 내놓으라는 것도 도둑놈 심보고… 그러구 지들이 저런다고 국가에서 날 받아 논 월드컵을 도로 물릴겨? 다아 빨갱이 새끼들이지…. 고생들을 안 해봐서 그려"라는 말 중 빨갱이니 고생을 덜 해서 그렇다는 말은 헛소리지만 앞에 두 문장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철거민에게 어떤 권리가 보장되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법적으로 세 들어 살다가 계약 기간이 다 되거나 주인이 이사 비용 및 잔여 기간 주거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정당하게' 세입자로 하여금 집에서 나가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할고 있다. 그렇다면 집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한 요구 아닐까? 혹여 이런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낄 때에는 자신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뽑아 철거민 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법적으로 보호 받는 것이 옳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못 살고 못 배우는 사람들이 오히려 기득권 정당에 투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도 스스로 불러 온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는 바로 나치 선전 장관이었던 괴벨스의 말이 인상 깊게 다가올 것이다.



 결국 이 만화는 재미 보다는 메세지를 담은 책으로 '보는' 만화책이 아니라 '읽는' 만화책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만화책은 비교육적이라는 선입관에 빠져 있다면 이 책과 함께 새로운 만화를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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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적평형 - 읽고 나면 세상이 달라져 보이는 매혹의 책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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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적 평형>이란 책 제목을 듣고 아마 화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dynamic equilibrium이 생각날 것이다. 특히 물리 화학에서 중요한 개념인 동적 평형은 겉으로 보기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그 안에서는 활발한 여러 가지 활동이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의 글쓴이인 후쿠오카 신이치는 문학적인 감성과 철학적 메시지로 대중과 과학을 연결시키는 과학자로 유명한데   글쓴이는 <동적 평형>을 "끊임없이 흐르면서 정교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 끊임없이 파괴하고 항상 재구축하는 것 이것이 동적평형"이라고 정의하여 이 책의 제목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글쓴이가 과학 언어를 제목으로 한 이유는 동적 평형 상태가 바로 '생물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우리는 때때로 겉으로 보기에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정지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자세히 살펴보면 끊임없이 변화하기 마련이다. 특히 생물체의 경우 지금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세포간의 신호가 전달되면서 서로 상호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에는 기억을 저장하는 어떤 '물질'이 뇌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기억저장물질은 존재하지 않으며 뇌를 구성하는 신경 세포 간의 연결인 '시냅스'의 평형 상태로 기억이 저장될 것이라는 글쓴이의 주장이다.
 
 또한 한 가지 흥미로운 주장은 "왜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빨리갈까?"에 대한 생물학적 대답이다. 이는 나이를 먹으면서 세포의 상호 작용이 적어지고 느려지면서 생체 시계가 느려지고 그 결과 우리가 느끼는 생체 시계의 시간과 현재 시간이 서로 달라지면서 나이를 먹으면 점점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를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었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나 설명하기 난해했던 것을 생물학은 이처럼 쉽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 한번쯤은 '스무디 킹'에서 연아가 선전하는 스무디를 먹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이른바 비타민이나 콜라겐 등의 '인핸서(enhancer)'를 첨부해서 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성분들은 대개 콜라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콜라겐이 피부 탄력에 중요한 단백질임에는 중요하나 먹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위에서 펩신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전부 분해되고 말 것이다. 일반 생물학만 배워도 전부 아는 이것을 사람들은 쉽게 잊곤 한다. 이에 대해 글쓴이 역시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글쓴이는 생명은 파괴나 무질서로 대표되는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에 앞서 자신을 파괴하고 재구축하는 순환 상태, 동적 평형을 유지하여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 맺는다. 때때로 인문학적/철학적인 접근도 좋지만 이런 과학적 접근 방법 역시 삶에 대한 지혜를 주는 것 같다. 이와 같이 과학을 쉽게 대중에서 풀어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생물학과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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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
MBC W 제작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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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4월 29일 서구 언론의 시각, 자본의 논리와는 철저히 분리된 우리만의 국제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첫 방송을 시작한 것이 바로 MBC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11시 50분마다 방송하는 <W>이다. MBC에서는 <W>World-Wide-Weekly의 첫 글자 W를 대표하는 것으로 W가 국제 분야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MBC의 공영성을 대표할 수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로 프로그램 제목으로 사용하였는데 실제 그들은 직접 몸으로 위험을 무릅쓰며 촬영하였기 때문에 Walking-Warrior의 약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방송 시간이 늦은 시간이고 평소에 TV를 '바보 상자'로 여겨 잘 보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TV가 아닌 책으로 <W>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TV 프로그램을 책으로 옮기는 경우 원본만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예컨대 대본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고 삽입된 사진 역시 TV에 나온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선명도가 떨어져 완성도에서 문제가 있는 책을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이 책은 비교적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다. 출판사와 편집자의 유능함이 좋은 책을 만들어 낸 것 같다. 다만 다른 TV에서 책으로 옮긴 책들과 마찬가지로 주제별로 묶지 않고 단순히 나열식으로 배열한 점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것들은 제목 그대로 "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을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쓰촨성 지진 현장과 싸이클론이 휩쓸고 지나간 버마(나도 앞으로 군사 정부을 인정하지 않는 다는 뜻에서 미얀마라고 쓰지 않고 버마라고 쓸 것이다.) 현장이 담겨 있다. 특히 버마 현장이 처참했는데 미리 인도 정부에서 경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아 사망자 및 실종자가 13만 4000여 명에 달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마치 우리 나라가 태풍 사라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었던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특히 중국 정부와 버마 정부가 서로 대체 방식이 틀린데 버마 정부는 군사 정권에 위협이 될까봐 국제 구호 단체의 입국을 불허하고 태풍이 지난 후 10일 후에나 군정 최고 지도자가 현장을 방문했으며 구호 물품으로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쌀 한 컵이 전부 였다. 또한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국민 투표를 하여 국회의 25%를 군에게 배정하는 개헌안을 통과 시켰는데 이를 보면 군사 정권이 국민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래도 유신 헌법에 의하면 국회의 1/3을 대통령이 지명했는데 '유신 헌법'에 비하면 버마의 신 헌법은 양반으로 보인다.

 

 다음 이야기는 팔레스타인 문제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이 임기 내에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부시가 거짓말 하는 것이 하루 이틀인가?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미국은 이스라엘 편임이 분명한데 어떻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개의 독립 국가를 세운다는 약속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부시는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고 여전히 대립은 계속 중이다. 다만 그 중에서 이스라엘이 장벽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조각 조각 내 놓은 정책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이스라엘의 목적은 분리 장벽을 통해 팔레스타인들이 마을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 독립 국가를 세우는 것을 막고 분리 장벽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의 유통이 안 되어 일자리를 잃어 그들이 스스로 그곳을 떠나게 하려는 의도라고 생각된다. 말로는 안전을 위한다면서 꿩도 잡고 알도 먹는 일석이조의 탁월한 계략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팔레스타인에도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소망한다.

 

 다음엔 '아이티'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마 전 엄청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나라인데 그곳에서는 이른바 '진흙 쿠키'라는 것이 주식이었다. 이는 진흙에 약간의 소금과 마가린을 첨부하여 만드는 것인데 생물학을 한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휴양도시에 사는 부유층 아이들은 이것을 아예 모르고 있다는 점이고 아이티의 보건국장이 진흙 쿠기가 건강에 직접 해를 끼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다만 보건국장으로서 사람들에게 이것을 먹으라고 권장하지 않을 따름이라고 말한 것이다. 참고로 이런 아이티 보건국장의 입장은 우리나라 식약청이 MSG나 식용색소와 같은 식품 첨가물에 대해 취하는 입장과 동일하다…. 그리고 아이티는 원래 3모작을 하여 충분히 식량 자급이 가능한 나라였으나 세계화로 인해 경쟁력 없는 농업을 개방하여 식량을 수입하다가 근래 닥친 곡물 가격 폭등으로 인해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우리 나라가 최소한 쌀 만큼은 자급자족하려고 하는 것이 타당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이어서 노르웨이의 지상 낙원 교도소가 소개되었는데 노르웨이는 "모든 재소자는 반드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온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억압적이지 않고 자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교도소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출소 1년을 앞두고는 시내 아파트 1층에 재소자를 모아 사회 적응 훈련을 시키고 있다. 그에 비해 미국 같이 억압적 교도 정책을 취하는 나라에서는 범죄 발생률이 줄지 않고 있으며 우리 나라 역시 약 절반 정도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형무소(形務所)가 교도소(矯導所)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아직 우리 나라 역시 개방형 교도소는 20년째 시범 운영 중이다. 국정원에 들어서면 과거 김종필이 쓴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표석이 있었는데 교도소에도 '모든 재소자는 반드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온다.'라는 글귀를 써 놓는 것이 어떨까?

 

 이어서 스웨덴의 석유 자급 노력이 나온다. 스웨덴은 2020년까지 난방에서는 0%, 산업과 운송에서는 각각 40~50%까지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혁신적인 계획을 발표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볼보 자동차에서 만든 플렉시퓨얼 자동차(FlexiFuel Car)인데 에탄올을 비롯해 5가지 대체 연료를 사용할 수 있고 어떤 연료를 넣든 차 내부 센서가 연료의 종류를 자동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효율 면에서 의문이긴 하지만 정말 탁월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여전히 바이오 연료(BioFuel)에 대해서는 여전히 씁씁할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바이오 연료의 대표인 에탄올은 곡류를 통해 얻는데 전세계에 굶어 죽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사람이 먹는 곡물 가지고 차 연료를 만든다는 아이러니에 어안이 벙벙하다. 특히 근래 있었던 곡물 파동은 브라질이 1억 톤의 곡물로 에탄올 증류 공장을 가동한 탓이라는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일단 굶어 죽는 사람이 없앤 후에 먹을 음식 가지고 연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 가지 질문. 단위 질병으로 가장 많은 죽음을 낳는 병이 무엇일까? 암? 독감? AIDS? 등이 떠오를 테지만 정답은 말라리아(Malaria 이탈리아 어로 나쁜 공기라는 뜻)다. 전 세계에서 매년 5억 명 이상이 이 병에 감염되고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방역 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말라이아 감염 환자의 수가 극소수이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동남아시아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의해 사망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왜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을까?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말라리아는 독감 등과 달리 virus에 의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세균에 의해 감염되고 모기→간→혈액 순으로 형태를 바꿔 감염 시키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현재 치료제는 인위적으로 신체 내 활성 산소의 농도를 높여 말라리아균의 서식을 어렵게 하는 기작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노화 촉진이라는 부작용을 가지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환자가 많으니 치료약 만들면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말라리아 환자 대부분은 가난한 나라 국민으로 치료약을 구입할 돈이 없다. 그러므로 다국적 제약 회사가 말라리아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슬프지만 명확한 사실이다. 즉, 힘들게 치료약을 만들어 제약 특허를 받아도 특허권 재정을 통해 치료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타미플루 공급에 대해 우리 나라 특허청장이 타미플루 공급이 부족할 경우 재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리고 제약회사가 타미플루 공급을 늘린 예가 있었다. 이와 같이 기업은 이익이 나지 않는 곳에는 관심이 없다.

 

 얼마 전 Window 7이 발매되었고 조만간에 스타크래프트2가 발매되어 또 다시 컴퓨터 업그레이드 붐이 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러나 기존에 사용하던 컴퓨터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고 있는가? UN 환경 계획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5000만 톤의 전자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그 중 70%가 중국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비록 계약 상으로는 그대로 재활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부품을 분해하여 금을 추출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중금속 위험이 된다. 이에 대해 세계 각국은 1992년 6월 바젤 협약(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 협약)에 따라 유독성 폐기물의 국제 이동을 금지하고 있으나 미국은 자국 기업들의 반대로 비준을 유보하고 전자 폐기물 수출을 합법화하고 있으며 역시 교토 의정서(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의정서)에서도 2001년 3월에 탈퇴하였다. 결국 미국은 환경 보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자국 산업 보호에만 관심있을 뿐…. 사실상 바젤 협약이나 교토 의정서에서 최대 전자 폐기물 수출 및 온실 가스 배출 국가인 미국이 가입하지 않으면 효용이 없음에도 미국은 국익을 위해 환경 보호에 대한 국제적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이런 미국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책 제목 그대로 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이 생긴 듯 하다. 평소 <W>를 즐겨 보는 사람이나 혹은 시청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책은 여러분께 서구 언론의 시각, 자본의 논리와는 철저히 분리된 새로운 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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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 제너시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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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누히 느끼는 거지만 선입관은 정말 무섭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어 오면서 책 광고라 요란한 책 치고 괜찮은 책을 별로 보지 못하였다. 이른바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고 하지 않던가? 잠시 책 광고를 그대로 옮기자면 '작가는 공상과학소설의 고전인 <1984>나 <멋진 신세계>의 미래상을 닮은 묵시론적 예언에 그치지 않고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또한 인지과학, 분자생물학, 진화론, 플라톤 철학을 곳곳에서 다루고 있다.' 이다.

 

 묵시론적 예언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은 그렇다치자. 그런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라… 고작 200페이지도 안되는 공상과학소설에서? 그리고 인지과학, 분자생물학, 진화론, 플라톤 철학을 곳곳에서 다루고 있다라니… 그 하나 하나가 현대 과학과 철학의 정점에 서 있는 것들인데 그것들을 자신있게 다루고 있다고 주장하다니… 맨 처음 이 광고를 읽고 나서 쓴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고작 199쪽에 불과한 소설이지만 읽고 나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감히 단언컨데 근래 읽은 책 중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일단 소설의 구성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의 형식을 택하고 있으며 국가 형태는 플라톤의 국가에 나온 플라톤의 주장대로 노동자, 기술자, 군인, 철학자 계급으로 나뉘어 철저히 나누어 교육되고 철학자가 나라를 이끄는 이상 국가 형태이다. 이어서 시대 배경은 2058년에 전 지구가 일본+중국 vs 미국 간의 핵전쟁 및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멸망하고 현재 뉴질랜드로 여겨지는 고립된 국가의 모습이다. 여기서 아낙시멘더(아마 이오니아 철학자인 아낙스만드로스를 비유한 것 같다.)가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학술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관과의 문답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니다!(미리 경고하건데 지금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한 사람은 이 문단은 건너뛰길 바란다.) 바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문답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인간인 아담과 생각할 수 있는 로봇 아트간의 치열한 문답은 과연 생각하는 로봇과 인간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생명공학을 전공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근원적인 생명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한 학문인 Life science를 배웠기 때문에 자연스레 철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쉽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리처드 도킨스는 Meme을 주장하였는데 이 책에서도 아트는 '말은 오래되고 굼뜬 매커니즘으로 사유는 카드로 쉽게 복제할 수 있는 기계를 선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물론자로서 아트의 의견에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만약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다르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아래와 같은 아담의 주장으로 아트의 손을 들어주면서 아트에게 작은 흠집이 남게 했지만 말이다.

 

 "기계가 어떻게 아침의 풀잎 냄새와 아이의 울음소리를 알겠어? 나는 내 피부에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의 느낌이고, 나를 덮치는 차가운 파도의 감각이야. 나는 절대 가 본 적 없지만 눈을 감고 상상해 볼 수 있는 모든 장소이고, 다른 이의 숨결과 그녀의 머리카락색이야."

 

 그런데 마지막 반전은 정말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의 창세기(Genesis)와 원죄… 아담과 아트는 결국 하나… 간만에 읽은 정말 대단하고 멋진 책이다. 같은 책을 두 번 읽지 않는 나로 하여금 두 번 읽게 하였으며 하루 종일 생각에 잠기게 만든 책으로 모든 이에게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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