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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복을 진단한다 - 서울의과학연구소 SCL의 도전과 성취 우리는 행복을 진단한다
이경률 지음 / 예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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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CL 헬스케어 회장이자 SCL 총괄의료원장, 주식회사 이노테라피 대표이사이며 최근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장으로 선출된 이경률 회장이 지은 책으로 부제로는 "서울의과학연구소 SCL의 도전과 성취"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약력을 보면 알겠지만,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로서 편한 길을 갈 수도 있음에도 서울의과학연구소 SCL의 회장으로 SCL를 세계적 수준의 진단검사 기관으로 키워내고 또한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장으로 선출된 만큼 코로나 팬더믹이 마감되는 시점에서 SCL의 성공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고, 회사의 고객이시니 만큼 책을 읽고 서평을 씀에 있어서도 아무래도 긍정적인 면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점은 양해해주길 바란다.


선즉제인 先卽制人


"

선발제인 후발제어인(先發制人 後發制於人)

— 항량이 은통에게

한서 및 사기 항우

"

경제학에서 말하는 '선점우위효과'는 남들이 시도하지 못한 걸 최초로 시도한 기업은 해당 산업을 선도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다른 기업보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선점우위효과'는 한서 및 사기 항우 본기에서 기재된 바와 같이, 회계 태수 은통(殷通)이 항량에게 거병을 모의하였을 때, 항량이 은통에게 "선발제인 후발제어인(先發制人 後發制於人)"이라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SCL은 24시간 논스톱 검사 시스템과 자동화 시스템 도입, 국내 최초의 PCR 검사 도입, 국내 최초 CAP 인증 등을 통하여 진단검사 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현재에서 안주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가장 먼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야 말로 "선발제인 후발제어인(先發制人 後發制於人)"이라고 할 것이다.


모두가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

"

어떤 회사에 다니고 싶은가?

이는 일자리를 찾는 예비 근로자들이라면 가장 관심이 있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좋은 회사이다. 일한 만큼 보수를 보장해 주고, 알찬 복지제도가 제공되며, 미래 비전이 존재하는 회사, 이런 곳이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회사이다.

5장 춤추는 별들의 세상, 205 페이지

"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일까?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이른바 "평판 조회"를 하는 것이 좋지만 많은 경우 해당 회사에 대해 정보를 얻지 못할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나 같은 경우에는 ①회사 홈페이지가 깔끔하고 트렌디한지 ②매출은 안정적이고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는지 ③회사 면접시 회사가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한다. 다만, 최근에 다른 분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회사는 저년차가 많은 곳이 좋은 회사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말이 가장 정확한 것 같다. 다르게 표현하면 장기 근속자가 많은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SCL의 경우에는 연 1회 정기검진과 독감 예방접종, 사회동호회 지원 등을 통해 장기 근속자가 많은 회사에 해당하였다. 보수도 물론 중요하지만 복지 역시 근로자 입장에서 근속을 위해서는 중요한 것이므로 SCL의 장기 근속을 위한 복지 제도 등도 경영자이든 근로자이든 참고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SCL 헬스케어 회장인 이경률 회장의 책을 읽어보았다. 아무래도 직접 쓴 글은 아니고 제3자가 엮은 책임에도 작은 글씨로 각 뉴스나 근거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언급하고 있었던 점을 칭찬하고 싶다. 코로나 엔더믹을 맞이하여 SCL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본다. 이 책에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코로나 엔더믹에 대하여 "선발제인 후발제어인(先發制人 後發制於人)"의 고사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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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임응식 - 카메라로 진실을 말하다 예술가 이야기 3
권태균 지음 / 나무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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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책에 대한 리뷰를 쓸 때면 책에 대한 내용에 한정해서 쓰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번에는 이른바 대한민국'뽀샵'대전이라고 불리는 최고 권위의 대한민국사진대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대한민국사진대전은 한국사진작가협회 주최로 매년 실시하는 국내 최대의 사진 대전인데 과거 대한민국사진대전의 입상작들이 거액의 사례비를 받은 한국사진작가협회 임원에 의해 부당하게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사진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아래의 사진을 보고 합성이라는 것은 한 눈에 알 수 있겠다. 이 작품은 제28회 대한민국사진대전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정담(情談)'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밝게 웃는 할아버지와 세 어린이의 모습을 찍은 이 작품에 대해 "가족과 인간애를 잘 파악해 부각시킨 수작"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아주 말은 잘한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라도 아래 표시된 3번을 보면 아이 밑에 보리밭이 보인다. 그런데 배경은 전부 까만색이다…. 딱 봐도 합성 아닌가? 이 외에도 어설프게 합성하여 그림자가 없는 작품, 구도가 전혀 안 맞는 작품, 인물의 좌우가 축소된 작품 등이 이른바 국내 최고 권위의 대한민국사진대전에서 입상하였다.



 

 대상을 받으려고 한국사진작가협회 임원에게 3000만원을 건내주고 한국사진작가협회 임원은 심사위원을 모텔에 집결시켜 미리 정해진 수상작을 외우게 하는 등 완전 복마전이 따로 없고 대한민국사진대전은 대한민국'뽀샵'대전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합성사진을 골라내기 힘들다면 이를 어느정도 규제할 규정이 필요한데도 규정을 손질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사진대전을 통해 돈을 받아 처 먹을 생각만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사진대전의 권위는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일찍이 임응식 선생님께서 현실에 바탕을 둔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은 기록과 진실을 담은 예술이어야 한다. 사진은 삶 속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표현해야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든, 추한 것이든, 참혹한 것이든"이라고 말씀하셨는바 한국의 사진 장르를 기록물의 차원에서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사진작가협회를 창설하신 임응식 선생님께서는 과연 오늘날 한국사진작가협회를 보시고 뭐라고 말씀하실까? 그리고 앞으로 임응식 선생님의 대표작인 <구직>과 같은 작품을 오늘날 다시 보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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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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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는 <심리학의 홍수>라고 할 정도로 많은 심리학 서적이 출판되고 있다. 사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다른 사람의 깊은 마음 속 심리를 읽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싶어 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자극하는 학문임에 틀림없다. 그러다보니 많은 이들이 심리학 관련 서적을 찾게 되는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전문 서적보다는 신기한 실험들이 많이 소개되어 대중의 선호에 맞는 책을 출판하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심리학 서적이 범람하고 있으며 여러 서적에서 다루는 실험들이 중복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괴짜 심리학(Quirkology)"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약 2/3 정도의 실험은 다른 심리학 서적에서도 충분히 소개된 실험이다. 그렇다면 다른 책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실험의 해석이 중요함에도 이 책은 단순히 실험의 결과만 보여주고 "어때 신기하지?, 이런 것 몰랐지?"라는 것에서 멈추는 듯하다. 이런 점에서 이 책에 대한 본인의 평가는 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 책에서 깊은 통찰을 주었던 실험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그 중 하나가 바로 <거짓말을 분별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자세한 실험 과정은 이 책에 잘 나와 있는바 글쓴이가 말하는 결론만 이야기 하자면 아래와 같다.

 거짓말의 가장 뚜렷한 징표는 목소리와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단어 속에서 나타난다. 설명을 할 때 주요 세부사항들을 빼먹거나, 말을 하다가 멈추거나, 주저하는 빈도가 증가하거나, ‘나’를 언급하지 않거나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거짓말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거나,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리는 미세한 정보를 기억하는 등 거짓말쟁이들이 드러내는 비밀스러운 표식에 귀를 기울이라. 그러면 속임수의 얇은 장막을 벗겨질 것이다.

 그리고 <행운과 악운>에 대한 실험도 흥미롭다. 실험 결과는 겨울에 태어난 사람일수록 불운하고 여름에 태어난 사람일수록 행운이 따른다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해 글쓴이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행운이나 악운을 만들어내는 것은 개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었다. 운 좋은 사람들은 낙관적이고 정력적이다. 그들은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이다. 반면 운 나쁜 사람들은 수줍음을 만이 타고, 재치가 없으며, 거짓이 많고 새로운 기회에 폐쇄적이다.

 그러니 본인과 같이 겨울에 태어났다고 해서 자신이 불운하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낙관적이고 정력적이며 새로운 기회에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이면 행운이 따라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 외에는 기존 심리학 서적에서도 충분한 설명이 되어 있는바 여기에서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북크로싱 여행도서>로 2007년 가을에 최초로 내가 받은 책이다. 이제 이 책은 내 손을 떠나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나는 오래 이 책이 여행할 수 있게 직접 아스테이지로 책을 포장하고 다른 분에게 건네주었다. 과연 이 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두렵고도 설레는 마음이지만 이런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고 앞으로도 이런 북크로싱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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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 코스모스를 향한 열정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안인희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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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칼 세이건(Carl Sagan)'을 처음으로 알게 된 시기는 군대를 다녀온 직후인 대학교 3학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평소 무협/판타지를 제외하고는 책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2년 간의 군생활 기간 동안 '글자', '운동', '먹을 것'의 부족한 공급 때문에 이것들에 대한 엄청난 갈망을 가지고 전역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남들보다 2년간 뒤쳐졌다는 생각은 살인적인 독서량을 통해 단시간에 <잃어버린 2년>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책 앞으로 내몰았다. 그 결과 발견하게 된 책이 바로 <코스모스(Cosmos)>였다. 권장 과학교양도서 목록에 있었던 이 책은 중앙도서관에서 수많은 예약자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나를 놀라게 했으며 힘들게 손에 넣은 책은 엄청난 크기와 두께, 무게로 인해 단 1쪽도 읽지 못하고 대출 기간이 다 되어 반납하게 만들었다.

 <코스모스(Cosmos)>는 책 수집벽이 있는 나로서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으며 이미 그 두께에 질렸기 때문에 칼 세이건을 만나는 일은 하염없이 뒤로 미뤄졌다. 그러던 중 저렴한 보급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지름신의 가르침을 받들어 구입하게 되었으나 보급판 또한 700쪽에 달하는 양 때문에 쉽사리 접근할 수 없었다. 하지만 <e-멋진 책세계>의 '08.12월 인물로 칼 세이건이 선정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칼 세이건의 책들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 가장 먼저 읽게 된 책이 비록 칼 세이건의 저작은 아니지만 일종의 평전이라고 할 수 있는 <칼 세이건 - 코스모스를 향한 열정>이다. 그런데 이 책 또한 700여 쪽이나 된다! 물론 평전의 두께가 그 사람의 위대함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과학자'의 평전이 이렇게 두꺼울 수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이 책은 세이건의 생애와 연구성과, 관련 인물, 심지어 사생활마저도 글쓴이의 엄청난 노력과 연구 끝에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칼 세이건이란 인물에 대해 드는 생각은 그는 굉장한 자유주의자이고 과학의 대중화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기는 하였으되 과연 과학자로서 유능하였는가는 의문이다. 주류 과학계가 그동안 칼 세이건을 이미지와 행운에 근거해 그를 공명심에 빠진 뻔뻔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는데 이런 지적은 일리가 있어보인다.

 그렇지만 칼 세이건을 통해서 몇 가지 생각할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론들에 감정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피하라고 권했는데(p.211) 이는 자신의 이론이 무너질 때 그 사람도 무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학생들로 하여금 이를 경계하기 위해 한 권고였다. 흔히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무엇으로 평가하고 있는가? 돈? 명예? 사랑? 과학자들처럼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어떤 특정한 이론이나 가치 기준 아래 정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만약 자신의 가치를 대변해주는 것들 - 돈 또는 명예, 혹은 그 어떤 무엇이든 -이 사라진다면 우리 역시 무너져버리지 않겠는가?

 이어서 칼 세이건에 대한 극단적 평가의 원인인 대중화와 독창적 연구와의 괴리는 정말 좁히기 힘든 것 같다. 대중화가 인기가 없는 원인이 칼 세이건은 단순한 시기심 때문이라고 말했지만(p.464) 실제 원인은 대중화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 연구를 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는 인식이 주류 과학계의 인식이었다는 것인데 현재 우리 나라 과학계에서도 지배적인 정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번역이나 대중적 책 집필이 정당한 연구 성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비록 독창적 연구 성과네은 못 미쳐도 어느 정도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지성은 자기 자신을 재빨리 소모시키는 기묘한 진화라고 여겼던 슈클로프스키의 생각(p.557)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견해는 역사상으로 개발된 신무기는 반드시 사용되어져 왔고 우리는 끝없는 군비 경쟁 끝에 스스로 개발한 무기로 우리 자신을 태워 없앨 것이고 그 때문에 우주가 텅 비어 있으며 인류도 결국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지성을 자기 자신을 소모시키는 진화라고 여긴 슈클로프스키의 생각은 우리에게 인류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 준다. 과연 인류는 이런 암울할 미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텅 빈 우주는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나의 수명 안에 이런 미래를 맞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보지만 인류 최후의 순간을 직접 맞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칼 세이건을 정말 잘 연구한 책이다. 책 뒤의 참고 문헌과 논문만 봐도 글쓴이의 노력에 감탄을 표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에도 오타와 비문(非文)이 보이는데 700여 쪽에 달하는 책의 분량과 번역자에게 생소한 분야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용할 만한 수준이다. 다만 개정판이 나오면 이를 수정해서 온전한 <칼 세이건>을 만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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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서경식 지음, 박광현 옮김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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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 our fate be a warning for you.(우리의 운명을 당신들을 위한 경고로 삼아라.)
이 글귀는 루블린 근교의 마이다네크 수용소에 있는 영묘(墓)에 쓰여져 있는 글귀이다. 이 글귀는 <이것이 인간인가>를 통해 쁘리모 레비가 했던 경고이기도 하면서 이 책을 통해 서경식 선생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경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서경식 선생이 이 경고가 얼마나 한국과 일본 국민에게 전달되었는지는 미지수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소문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이 책은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고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회의를 품게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을 쑥대밭으로 만들게 된다"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이미 정신적으로 '완전'하다고 자부하는 입장에서 아무리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잇는 책이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이 책을 덮고 나서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내 마음은 평온하고 그저 담담할 뿐이다.

 다만 이 책 때문에 오늘 공부는 공 쳤다는 것은 고백해야겠다. 오늘은 월요일이기도 했고 점심을 먹고 나니 졸리기도 해서 잠시 잠을 쫓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 나의 최악이 선택이 되고 말았는데 앉은 자리에서 2시간 30분만에 정독을 하고 한동안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결국 법전을 펴기는 했지만 이 책 생각이 계속 나서 공부는 잠시 접고 이렇게 서평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독서량이 늘어남에 따라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책은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은 한 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이런 마력은 식음을 전폐하고 밤 새도록 읽었던 영웅문 이후 오랜만이었다.)

 이 책은 쁘리모 레비라는 인물의 흔적을 찾아 이탈리아를 방문한 서경식 선생님이 그의 흔적을 만나면서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그렇다면 쁘리모 레비(Primo Levi)는 과연 누구인가? 그는 유대계 이탈리아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였으며 <이것이 인간인가> 등의 저서를 통해 20세기라는 잔혹한 정치 폭력의 시대를 증언하였으나 1987년에 자살하고 말았다. 이렇게 쁘리모 레비라는 인간을 보고 있으면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 "대체 왜 자살했을까?"이다. 그는 최악의 고난이라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이 상황을 살아서 증언하기 위해 끝까지 목숨을 부지하였다. 그렇게 삶에 대한 의지가 넘쳤던 그가 갑작스레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이 책의 맨 앞에도 나와 있듯이 '그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나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p.5)라고 서경식 선생은 말하고 있다. 결국 그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고난에 대한 인간성의 승리나 구제의 서사, 오딧세우스의 개선에 대한 서사등으로 단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자살함으로써 냉혈이나 잔혹은 지금도 세계를 덮고 있다(p.271)고 서경식 선생은 담담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쁘리모 레비는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듯하다. 비록 일본에 비해서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이른바 '역사가 논쟁'이 등장했으며 이로써 쁘리모 레비는 독일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조차 사라지자 자살이라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경고는 전달되는 것'일까? 하지만 다행히 국내에서 쁘리모 레비의 대표작인 <이것이 인간인가><주기율표>가 뒤늦게 나마 번역된 점은 약간의 희망의 불빛을 보게 해준다. 과연 인간은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존재인지는 이렇게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가 잊혀지는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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