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초에 이른바 <좋은 책을 찾는 눈>이 없을 때 길잡이가 되어 주던 것이 바로 [네이버 오늘의 책]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다시 찾은 [네이버 오늘의 책]을 보게 되었는데 오늘의 책으로 선정된 책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불확정성 원리로 유명한 하이젠베르그의 <부분과 전체>가 바로 오늘, 2월 10일의 오늘의 책에 선정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말 쓴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로 하여금 책을 읽고 나서 <분노>하게 만드는 첫 번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지금까지 번역 문제로 나를 분노케 만든 책은 이 책을 포함해서 총 두 권이다.) 내가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번역> 때문이다. 번역자는 김용준 명예 교수로 그 유명한 도올 김용옥 선생의 형님이기도 하고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꾸준히 책도 내고 칼럼도 내시는 분이신데 나는 김용준 명예 교수가 직접 번역하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약 3년 전에 썼던 이 책에 대한 내 리뷰의 일부를 아래에 옮겨  본다. 

 "그러나 이 책은 양자역학에 대한 개론서가 아니다. 다만 글쓴이가 어떻게 원자론과 양자역학을 전공하게 되었으며 당시 2차 세계대전 가운데서 과학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자서전, 혹은 수필과 같은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곳곳에서 보이는 번역의 아쉬움이다. 심지어는 한 사람이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말하는 뉘앙스가 바뀌기도 하고 번역기를 돌린 듯한 딱딱한 문어체로 번역해서 번역한 '김용준' 명예교수의 노력이 많이 담기지 않은 것 같다. 역자 후기에 쓰여져 있지만 원래 이 글은 일본에서 번역자외 2명이 같이 윤독하면서 당시 학생이던 김선희 양의 정리된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묶은 듯한 느낌이다. 진정으로 '김용준' 명예교수가 이 책을 번역했다면 이렇게 어색하고 딱딱한 문장을 그대로 두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교수의 이름을 걸고 명서를 번역하여 세상에 내 놓지만 실제로는 대학원생들이 번역하는 행태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

  특히 제 6장에서는 오타가 많이 발견되었으며 7장에서는 6장에서 보어와 슈뢰딩거의 대화에서 누가 말했는지 명확히 하게 위해 사용한 말한 내용 앞에 말한 사람을 적어놓는 방식이 갑자기 1군데에서 사용되는 등 마치 각각의 장을 다른 사람이 번역할 듯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일단 책 자체의 내용을 제쳐두더라도 이렇게 번역과 구성이 짜임새가 없으니 독자로서 짜증나고 번역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 이렇게 성의없이 번역해 놓고 높은 평점을 바라는 것은 날로 먹겠다는 심보 아닌가?  

  중략….

  하지만 이 책의 번역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옮긴이인 '김용준'교수는 화학공학 전공인데 자신의 전공 내용이 아니라서 그런지 제대로 글쓴이가 이 책을 이해하고 번역을 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번역자 또한 제대로 책의 내용을 소화하지 못하고 번역하였으니 곳곳에 구멍이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각 장 마다 글쓴이의 대화가 구어체로 쓰이다가 문어체로 쓰이는 등 번역의 일관성도 없었다. 번역자인 '김용준' 교수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리뷰 마지막에 내가 김용준 교수의 능력에 대한 의문까지 표시했을까? 서울대 화학과 명예 교수가 설마 양자역학을 이해 못했을까? 그런데 이 책 번역를 보고 있으면 김용준 교수가 진정 양자 역학을 이해하고 번역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문제 많은 책이 <서울대 선정 100대 권장도서> 중 하나라는 것이고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3년 전에 썼던 내 리뷰의 마지막 글귀를 인용하면서 마무리 하자면 서울대에서 100대 권장도서를 선정한 사람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고 네이버 오늘의 책에 이 책을 추천한 사람 역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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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향부동 2011-02-1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 번 <분노>에 찬 페이퍼를 쓰게 되었네요….
좀 과격한 표현이 들어 있더라도 아직 젊은 대학생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그랬거니하고 너그러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2-1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안읽어본 책이지만 정말 비싼 책이 그모냥이면 화가 많이나지요 --

암향부동 2011-02-11 00:24   좋아요 0 | URL
그나마 <부분과 전체>는 자연과학 서적 중에는 싼 편에 속하는 책입니다.
김용준 교수의 책을 보면 좋은 책이 많은데 번역본은 영….

특히 어떤 챕터는 구어체, 다른 챕터는 문어체….
이렇게 챕터마다 다른 것을 보면 각 챕터마다 대학원생에게 맡기고 교정도 안 본 것 같습니다.

cyrus 2011-02-10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부터 이 책 읽고 싶었는데 몇 번 개정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번역에 문제가 있다면 좀 심각하네요. 양자역학은 물리학쪽인데 김용준 교수는
화학 전공 교수였군요. 새로운 사실을 앍게 되었어요. 덕분에 다시 한 번
국내 과학도서의 번역 실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 찜해두겠습니다.

암향부동 2011-02-11 00:49   좋아요 0 | URL
제가 읽었던 것이 2007년 봄인데 이후 개정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책 출판사인 <지식산업사>는 자연과학 분야엔 별 관심이 없는 출판사로 보이네요. 내는 책들이 전부 인문서적들이니….또한 개정 안해도 <서울대 선정 100대 권장도서>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잘 팔리고 있는데 굳이 개정하려고 할까요?

참 신기한 것은 이렇게 번역이 엉망인데도 지적하는 사람이 적고 별점을 잘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책 리뷰를 많이 찾아봤는데 깊이 있는 서평을 보질 못했습니다. 자연과학 서적 리뷰는 인문/사회과학 서적 리뷰에 비하면 그 질이 한 참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저 "아~ 참 유익한 책이었어." 이런 것이 대부분이었죠. 이 책을 알라딘에서 검색해서 리뷰 중에 추천수 1위인 분의 서평을 <있는 그대로> 옮겨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지금껏 읽은 과학서적 중에 가장 인상적인 책이다. 그 중에서도 과학자들의 일상적인 삶, 과학자들끼리의 유대가 흥미롭게 그려져 있어 재밌었다. 코펜하겐학파의 과학자들과 독일 숲을 여행하는 부분과 덴마크의 닐스 보어의 집에서 묶을 때의 에피소드, 아인슈타인과의 만남, 이런 일화들은 귀중한 사료적인 가치 이외에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양자역학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겠으나 그 거대한 이론의 뿌리인 과학자들의 열정어린 면모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철학적이고 윤리적이며 정치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현대 원자물리학에 대해 안내할 수 있는 이만한 책이 있을까 싶다. 비과학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라는데 이 책의 가치가 있다."


이게 알라딘에서 이 책 추천수 1위인 서평입니다…. 딱 두 단락에 불과한데다가 <비과학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라니요…. 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거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누굴지 심히 궁금해지는 서평입니다.

p.s) 노파심에 첨언하건대 양자역학이 현대물리학에 속하긴 하지만 화학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화학과에서는 <양자화학(Quamtum Chemistry)>라고 해서 전공 수업이 개설되어 있기도 하거든요. 저는 김용준 교수가 화학 전공이라고 해서 양자역학을 잘 모른다거나 이 책을 번역하기에 적절한 사람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양자역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최소한 주석에서라도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을 했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난해한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흔한 주석 하나 없는 책이지요.

cyrus 2011-02-1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부동님 말씀 듣으면서 또 한 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과학에 대해서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학 도서를 읽기 때문에 읽고나서 글 쓰면 잘못 쓰지 않았나 걱정하기도 해요.
만약에 제 글 때문에 책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부동님이 인용한 그 문제의 서평처럼 무작정
좋다고만 대충 쓸 수도 없구요,,^^;; 사소한 일이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과학 분야의 기본 개념에 대해서는 제대로 숙지해야되는거 같습니다.

herenow 2011-02-18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자역학은 이미 100년이나 된 오랜 학문이죠. 전공 <양자화학>까지 갈 것도 없이,
요즘 고등학생들 수능 화학책에도 나오는 원자 오비탈(확률 궤도함수)가
바로 양자역학에서 나온 거잖아요.
주양자수, 1s 2s 2p 3s.. 하는거 말이죠.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든지 이런 거는 초등학생들 책에서 다루는 것도 보았구요..

저 책은 아직 읽지 못했는데, 서점 가게되면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군요.
(지적하신게 사실이라면, 출판사에 정식으로 항의/건의를 해보는건 어떨까요?
애초에 출판사가 알아서 수정을 했어야겠지만, 계속 우수도서로 선정되고 있다면
새 판을 찍어낼 때 수정 내용을 반영할 여지도 있는 거거든요.)

암향부동 2011-02-18 12:51   좋아요 0 | URL
괜히 조금 아는 체 했다가 herenow님에게 지적받는군요.^^

조금 변명하자면 양자화학 이야기를 한 것은 혹시 옮긴이가 화학 공학 전공이라 양자역학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오해하실 분이 계실까봐 언급한 것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할 수도 있었고 herenow님이 지적하신 대로 양자역학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 굳이 양자화학까지 갈 필요도 없이 화학에 있어 기본이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었는데 제 불찰입니다.

그리고 한 번 herenow님께서 이 책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제가 선정한 <2006년 최악의 책>에 선정했었는데 평소 번역에 관심이 많으신 herenow님의 의견도 듣고 싶네요.

herenow 2011-02-19 14:26   좋아요 0 | URL
앗, 지적하려던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그만... ^ ^;
암향부동님 말씀이 맞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계실수 있으니까요.

서점 가면 꼭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