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프로이트 - 인간 심리의 비밀을 탐사하는 뇌과학 이야기
스티븐 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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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뇌과학] 때문에 읽은 3번째 책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본 [뇌과학] 책 중에서 가장 표지 디자인이 맘에 들지만 책의 제목은 가장 맘에 들지 않는 책이다. 솔직히 <굿바이 프로이트>란 제목보다는 원제목인 <Mind Wide Open>이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프로이트 이론과는 결별(정확히 말하면 '결별'까지는 아니다.)하게 되었지만 글쓴이도 마지막에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이 프로이트 이론과 뇌과학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으며 <Mind Wide Open>이란 제목의 원 뜻인 '뇌의 활동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마음을 활짝 열어라'가 더욱 더 주제와 어울리는 느낌이다.

 이 책은 복잡계 과학의 새로운 측면을 흥미롭게 조명한 <이머전스Emergence>의 글쓴이로 알려진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이 직접 인간 심리의 비밀을 탐사하는 [뇌과학]의 다양한 실험 등에 참여한 체험을 바탕으로 묶은 책이다. 실제로 이 책에는 글쓴이는 fMRI 뇌사진이 실려있으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런만큼 단순히 실험 결과나 논문을 무미건조하게 소개하고 있는 기존의 뇌과학 책과 달리 좀 더 친근감 있게 뇌과학에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기본적으로 진화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 방면의 대가들인 <빈 서판>으로 유명한 '스티븐 핑거'<통섭>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의 글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은 방대한 양의 주석을 자랑하는데 거의 1/3 정도는 주석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글쓴이 입장에서 뇌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을 생각하여 너무 어렵거나 지엽적인 부분을 주석으로 옮긴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이렇게 주석이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책의 편집이란 면에서 볼 때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많으면 주석에 있는 내용을 본문에서 어느정도는 소화하는 것이 오히려 독자를 위한 길일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우리는 흔히 자신의 뇌 중 고작 10%만을 사용한다고 불만이 있지만 이는 효율적이라는 뜻이지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p.217)는 것과 '과학의 도구들을 이용하여 인간의 정신을 왈가왈부하려는 시도 자체가 마땅히 인문학에 속해야 할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믿는다.'(p261.)이다. 특히 내가 근래 열심히 공부중인 <통섭>에 대한 동지를 만난 느낌이랄까… 아직 <통섭>이 과연 옳은 길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결국 이 책은 진화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마음의 신비를 여는 뇌과학을 글쓴이의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기존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이 뇌과학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은 '마음'이라는 신비의 문을 여는 열쇠였으며 뇌과학을 통해 수정되면 충분히 아직도 유용하다고 글쓴이는 주장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뇌과학>'마음'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을까? 한 번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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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지음, 이충 옮김 / 바다출판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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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과학] 관련 서적으로는 김종성의 <춤추는 뇌>에 이어서 두번째로 읽은 책이다. 앞서 읽은 책에서 [뇌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습득했기 때문에 의욕을 가지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른바 '리스 강의(Reith lecture)'라는 유명한 영국 대중과학강연의 내용을 묶어서 낸 책이다. 사실 일종의 강연 노트를 묶어서 낸 책들의 경우 질에서 만족스러운 경우는 거의 없었다.(물론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같이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특히 뇌과학이라는 첨단 학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대중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지식의 전달대중의 눈높이라는 두 가지의 목표를 과연 잘 추구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주로 지식의 전달이라는 면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특히 5장 <뇌과학 - 마음의 비밀을 푸는 21세기의 철학>의 경우에는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과 난해한 철학적 내용이 많아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어느정도 철학적 소양이 있는 나로서도 소화하기에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은 수많은 뇌과학의 논점 중에서 '시각', '예술', '공감각' 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뇌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다른 책을 통해서 접하고 이 책을 읽는 것이 책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몇가지 놀라운 실험을 접할 수 있었는데 특히 맹시 환자에 대한 실험이 기억에 남는다.(p.54) 맹시 환자란 시각겉질이 손상되어 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옥스퍼드의 래리 와이스크란츠는 볼 수 없는 맹시 환자에게 불빛을 만져보고 가리켜보라고 함으로써 놀라운 결과를 알아내었다. 솔직히 말해서 안 보이는 사람에게 불빛을 가르켜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연구자는 이를 일단 실험해보았으며 이로써 맹시 환자도 99%의 확률로 정확한 위치를 가르킨다는 놀라운 결과를 알아낸 것이다. 이것을 보면 과학연구자는 선입견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멋진 통찰도 알 수 있었다.(p.81) "만약 재갈매기에게 미술관이 있다면 벽에 3개의 붉은색 줄무늬가 있는 긴 막대기를 걸어두고, 그 막대기를 숭배하며, 수십억에 구입하고 그것을 피카소라고 부를 것이다"라는 것은 한 마디로 우리가 예술이라고 여기는 것들도 실제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면서 예술에 대한 과학의 멋진 반격인 것이다. 이 글귀를 읽으면서 얼굴 한 쪽에서 웃음을 띄울 수 밖에 없었는데 결국 나도 '예술은 쓰레기'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글슨이는 예술을 과학의 수준으로 내린 것에서 더 나아가 '자유의지는 뇌가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주장한다.(p.138) 이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철학자와 종교학자는 반대하겠지만 자유의지로 손가락을 움직이기 0.75초 전에 준비전위라는 뇌전도 전위를 측정할 수 있었다는 실험결과는 글쓴이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만약 이를 연결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면 우리는 어떻게 판단할까? 우리 뇌 속에 우리를 조정하는 외계인이 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실을 부인하게 될까? 정말 자유의지는 단순히 뇌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 책에는 헛점이 너무 많다. 특히 각주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가 않으며(p.165) 책 마지막에 있는 용어 설명은 크게 써야할 단어를 작게 쓰는 등 과연 교정을 보았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주관적인 감각을 의미하는 퀄리아(qualia)라는 단어는 좀 더 쉬운 단어를 써야하지 않았을까? 역시 첨단 학문인 뇌과학 서적을 화학공학과 출신이 번역한 것 부터 잘 못되었는지 모른다… 다음에 개정판이 나올 때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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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뇌
사이언스북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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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내가 맡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읽어야 할 [뇌과학] 책을 <e-멋진 책세계>의 박영진님의 도움을 받아서 목록을 작성해보니 자그만치 20권에 달한다… 이를 전부 다 읽으면 웬만한 의사 수준의 지식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까지 해야되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로서 내 성격이 이런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생소한 [뇌과학]을 만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솔직히 별로 미덥지는 않았다. 물론 국내 자연과학 서적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이언스북스>를 믿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책 제목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춤추는 뇌]라… 물론 뇌과학이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이긴 하지만 이렇게 제목만 그럴듯하게 만든다고 절대 쉬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속된 말로 "꽉 차"있었다. 1장에서는 주로 앞으로 자주 나올 뇌의 구조와 이름, 그리고 담당 역활을 주로 설명하고 2장에서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3장에서는 기억과 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4장에서 여러가지 뇌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하는 질병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정도만 보면 [뇌과학]에 대한 큰 그림은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쉽고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솔직히 [뇌과학]이 최근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책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글쓴이의 탁월한 능력인지 아니면 <사이언스북스> 편집자의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훌륭하게 [뇌과학]을 접하게 구성되어 있다.

 다만 곳곳에서 <용불용설>을 주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느정도 생물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획득성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성이 시/공간 지각능력이 남성에 비해 부족한 것은 집에 남아 있던 여자들은 남자에 비해 이런 능력을 계발할 기회가 적었을 것이다.(p.68)고 말한 것이나 과학의 발달로 컴퓨터나 로봇이 인간의 머리를 쓸 일조차 대신하게 된다면 인간 역시 가축처럼 작은 뇌를 가진 머리 나쁜 동물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p.332)라는 주장은 <용불용설>을 주장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외에도 글쓴이는 주로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이나 행동을 분석하는데 '우리가 쾌락 중추를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게 된다면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사람들이 분명 등장할 것이며 이는 점점 늘어나는 마약, 담배, 술 중독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과연 인간은 올스의 실험쥐보다 현명할까?'(p.106)라고 묻는 부분에서는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이런 장치가 개발된다면 우리는 1시간에 7000번이나 스위치를 누른 실험쥐보다 적게 누룰까? 그리고 인위적인 쾌락과 자연적인 쾌락을 구별할 수 없다면 인위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을 우리가 비난할 수 있을가? 그리고 과연 이것이 '자위행위'와 다를 것은 또 무엇인가? 그리고 누군가가 말했듯이 '컴퓨터 하드에 야동 없는 사람은 나를 돌로 쳐라'고 했는데 나는 과연 이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또한 이른바 <황우석의 줄기세포>에 대한 이야기도 서술하고 있다.(p.321) 이 책에서는 황우석의 줄기세포 연구가 현재는 벽에 막혀있지만 계속 발전된다면 여러가지 뇌관련 질환의 불치병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이 책은 황우석의 사이언스 논문이 거짓으로 드러나기 전에 쓰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맨 뒷장을 넘겨보니 이 책은 '05.3.7에 출판된 것인데 아마도 황우석 박사의 거짓말이 밝혀지기 전에 쓴 내용같이 보인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아쉬워하는 것이 황우석 박사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나 또한 청운의 꿈을 안고 지금쯤 생명공학과 실험실에서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결국 이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는 뇌의 활동 또한 궁극적으로 '적자 생존 및 성선택'이라는 자연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면서 [뇌과학]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뇌과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굉장히 쉽게 서술되어 있다. 현재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뇌과학]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시작하기를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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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건너는 법 - 서경식의 심야통신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한겨레출판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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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멋진 책세계> 11월 정기 모임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읽어야 할 서경식 선생의 책은 아직도 많은데다가 앞으로 읽어야 할 뇌과학 관련 서적도 대략 20권 정도니… 정말 이제는 책에 쓰인 글씨가 싫어지려고 하고 있다.(앞으로 글쓴이의 호칭을 그냥 서경식 선생이라고 할 생각이다. '님'자를 붙이는 것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서경식 선생이 반대하였으므로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는다.(p.183)) 그리고 앞서 읽은 서경식 선생 책이 그다지 인상 깊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이 책도 읽어 보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표지에서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하며 책 내용 또한 <한겨례>에 격주간으로 실던 글을 모아 놓은 것이기 때문에 과연 이런 글을 하나로 묶는 주제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다른 곳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내놓은 책은 너무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보니 난잡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시 이런 점은 이 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날짜 순으로 배열하다보니 앞에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다시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어느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이 책에서는 주로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염려, 팔레스타인 문제, 홀로코스트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차라리 이렇게 3~4개의 주제로 각 챕터를 구성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초판 1쇄이다 보니 오타도 2군데에서 보이는 등 완성도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

 그렇지만 이 책은 많은 것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특히 <베트남전쟁은 끝났는가>라는 글에서 큰 충격을 받게 되었는데 사실 본인도 한 때 베트남전쟁에 대한 책을 구해보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전쟁>은 잊혀진 전쟁인지 대형 서점에 가도 관련 서적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러던 중에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이란 책을 찾아서 읽게 되었지만 나의 주된 관심사는 전쟁을 통해 베트남 국민이 겪은 아픔과 고통이 아니라 오직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을 어떻게 베트남이 이길 수 있었을까?"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서경식 선생의 이 글을 읽고 나서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워서 한동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오직 '전쟁'을 그저 전술과 전략이란 면에서만 고찰했을 뿐 전쟁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했다니… 그리고 한국 또한 분명 베트남 전쟁의 가해자이고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때(p.99)가 올 것인데 과연 우리는 일제시대에 대한 보상 요구를 무시하는 일본과 달리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책에서는 프리모 레비로 대표되는 유대인 홀로코스트(대량학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걱정이 함께 하는데 솔직히 아직 프리모 레비의 책(<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를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일종의 '산업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오히려 이것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정당화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의심까지 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각 내용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양자를 묶어서 통합된 시각에서 서술하는 것이 독자의 이해를 위해서는 좀 더 좋은 길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경식 선생도 나와 마찬가지로 자선활동이나 선행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p.115)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본인도 평소에 지하철이나 길을 다닐때면 많은 구걸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럴 때면 아직 돈을 벌지 못하는 학생이라는 점을 핑계로 그냥 눈을 질끈 감고 이동하곤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친구와 만나서 먹는 술값은 아까워 하지 않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 "자선이나 선행 따위는 그런 죄의식이 깊이 밴 무력감으로부터 눈을 돌리기 위한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서경식 선생에 비해 나는 행동으로부터 '위선'이 몸에 배어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위선이 위악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어쨌든 이 책은 비록 주제가 산만하고 오타가 곳곳에 보이긴 하지만 서경식 선생의 관심사와 생각을 한 번에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서경식 선생을 만나는 입문서적으로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다음에 개정판이 나올 때는 제발 오타 좀 수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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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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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본인의 생일에 <e-멋진 책세계>의 돌레인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다. 원래 11월 정기 모임에서 "서경식"선생님을 읽기로 했기 때문에 책을 중앙도서관에서 빌릴까 생각해 보았지만 서경식 선생님의 책은 전집으로 모으기로 결심했었으므로 내 생일을 기회로 서경식 선생님의 책을 모으게 되었다. 역시 돌레인님께서는 책 안에 간단한 메세지를 적어서 주셨는데 이렇게 책을 선물로 받을 때 표지를 넘겨서 과연 어떤 글이 써 있을까 설레는 마음이 나를 즐겁게 한다. 돌레인님께서 나에게 주신 책에 쓰신 대로 되기 위해서는 계속 절차탁마(切磋琢磨)를 해야 할 듯 하다…

 그리고 이 책은 특별히 내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존경하는 선배가 서경식 선생님의 책 중에서도 강력히 추천한 것이라서 굉장히 기대를 하고 읽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별 5개 만점에 3개를 준 것을 알면 보나마나 눈을 휘둥그레 뜰 선배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지만 분명히 나의 기대보다는 별로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 수상작이라는데 흠… 수필이라고 하면 뭔가 감동적인 것을 기대하는데 별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 책은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침략자의 나라에서 소수자로서 살아간 서경식 교수의 독서 편력영혼의 성장기를 묶어서 낸 책이다. 사실 일반적인 독서기는 너무 개인적인 감상으로 흐르거나 단지 '나는 이렇게 어려운 책을 어려서부터 읽었다'는 자기 자랑에 치우치기 쉽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일반적인 독서기와 뭔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주로 자신이 읽었던 책에 대한 내용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런 책을 통해 자신이 재일조선인 2세로서 일본에서 겪어야 했던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 주 내용을 이룬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실 재일조선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재일조선인은 조선과 일본 양 쪽에서 버림받고 차별받는 2등 국민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재일조선인의 귀국 또한 남한, 북한, 일본 간의 묘한 역학관계 때문에 쉽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과연 내가 중학교 때 어떤 책을 읽었는지 돌이켜 보면 정말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 본인의 경우 중학교 시절에 <드래곤 라자>, <영웅문>, <소오강호> 등 판타지와 무협 소설을 밤새는 줄 모르고 읽었는데 이에 비하면 서경식 선생님이 읽은 책은 현재 내가 봐도 읽거나 심지어 들어본 책도 아니다.

 그리고 서경식 선생님은 "얄미운 녀석은 다름 아닌 나 자신"(p.120)이라고 고백하고 있지만

" '대사'를 위해, 혹은 다른 무엇을 위한다며 이런저런 핑계를 늘어놓지만,

   결국 '엘리트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뻐한 것은 아닐까?

   나는 마음속으로 고상한 중산층 속으로 잠입할 수 있었던 것을 기뻐하고 있지 않은가?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나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들을 나몰라라 배신하지는 않을까?

    아니, 나는 벌써 그들을 배신했는지도 모른다."

라는 서경식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군부독재에 저항했던 이른바 386운동권이 이를 바탕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후에는 쉽게 '변절'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으며 졸업할 때만 되면 그렇게 비판하던 기득권층에 스스로의 학벌을 바탕으로 이에 들어가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모습 또한 흔하다. 나도 과연 현실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까?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계속된 독서와 만남을 통해 나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 보인다. 오직 초심을 잃지 않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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