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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평점 :
이 책은 본인의 생일에 <e-멋진 책세계>의 돌레인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다. 원래 11월 정기 모임에서 "서경식"선생님을 읽기로 했기 때문에 책을 중앙도서관에서 빌릴까 생각해 보았지만 서경식 선생님의 책은 전집으로 모으기로 결심했었으므로 내 생일을 기회로 서경식 선생님의 책을 모으게 되었다. 역시 돌레인님께서는 책 안에 간단한 메세지를 적어서 주셨는데 이렇게 책을 선물로 받을 때 표지를 넘겨서 과연 어떤 글이 써 있을까 설레는 마음이 나를 즐겁게 한다. 돌레인님께서 나에게 주신 책에 쓰신 대로 되기 위해서는 계속 절차탁마(切磋琢磨)를 해야 할 듯 하다…
그리고 이 책은 특별히 내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존경하는 선배가 서경식 선생님의 책 중에서도 강력히 추천한 것이라서 굉장히 기대를 하고 읽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별 5개 만점에 3개를 준 것을 알면 보나마나 눈을 휘둥그레 뜰 선배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지만 분명히 나의 기대보다는 별로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 수상작이라는데 흠… 수필이라고 하면 뭔가 감동적인 것을 기대하는데 별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 책은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침략자의 나라에서 소수자로서 살아간 서경식 교수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를 묶어서 낸 책이다. 사실 일반적인 독서기는 너무 개인적인 감상으로 흐르거나 단지 '나는 이렇게 어려운 책을 어려서부터 읽었다'는 자기 자랑에 치우치기 쉽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일반적인 독서기와 뭔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주로 자신이 읽었던 책에 대한 내용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런 책을 통해 자신이 재일조선인 2세로서 일본에서 겪어야 했던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 주 내용을 이룬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실 재일조선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재일조선인은 조선과 일본 양 쪽에서 버림받고 차별받는 2등 국민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재일조선인의 귀국 또한 남한, 북한, 일본 간의 묘한 역학관계 때문에 쉽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과연 내가 중학교 때 어떤 책을 읽었는지 돌이켜 보면 정말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 본인의 경우 중학교 시절에 <드래곤 라자>, <영웅문>, <소오강호> 등 판타지와 무협 소설을 밤새는 줄 모르고 읽었는데 이에 비하면 서경식 선생님이 읽은 책은 현재 내가 봐도 읽거나 심지어 들어본 책도 아니다.
그리고 서경식 선생님은 "얄미운 녀석은 다름 아닌 나 자신"(p.120)이라고 고백하고 있지만
" '대사'를 위해, 혹은 다른 무엇을 위한다며 이런저런 핑계를 늘어놓지만,
결국 '엘리트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뻐한 것은 아닐까?
나는 마음속으로 고상한 중산층 속으로 잠입할 수 있었던 것을 기뻐하고 있지 않은가?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나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들을 나몰라라 배신하지는 않을까?
아니, 나는 벌써 그들을 배신했는지도 모른다."
라는 서경식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군부독재에 저항했던 이른바 386운동권이 이를 바탕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후에는 쉽게 '변절'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으며 졸업할 때만 되면 그렇게 비판하던 기득권층에 스스로의 학벌을 바탕으로 이에 들어가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모습 또한 흔하다. 나도 과연 현실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까?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계속된 독서와 만남을 통해 나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 보인다. 오직 초심을 잃지 않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