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건너는 법 - 서경식의 심야통신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한겨레출판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e-멋진 책세계> 11월 정기 모임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읽어야 할 서경식 선생의 책은 아직도 많은데다가 앞으로 읽어야 할 뇌과학 관련 서적도 대략 20권 정도니… 정말 이제는 책에 쓰인 글씨가 싫어지려고 하고 있다.(앞으로 글쓴이의 호칭을 그냥 서경식 선생이라고 할 생각이다. '님'자를 붙이는 것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서경식 선생이 반대하였으므로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는다.(p.183)) 그리고 앞서 읽은 서경식 선생 책이 그다지 인상 깊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이 책도 읽어 보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표지에서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하며 책 내용 또한 <한겨례>에 격주간으로 실던 글을 모아 놓은 것이기 때문에 과연 이런 글을 하나로 묶는 주제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다른 곳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내놓은 책은 너무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보니 난잡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시 이런 점은 이 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날짜 순으로 배열하다보니 앞에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다시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어느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이 책에서는 주로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염려, 팔레스타인 문제, 홀로코스트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차라리 이렇게 3~4개의 주제로 각 챕터를 구성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초판 1쇄이다 보니 오타도 2군데에서 보이는 등 완성도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

 그렇지만 이 책은 많은 것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특히 <베트남전쟁은 끝났는가>라는 글에서 큰 충격을 받게 되었는데 사실 본인도 한 때 베트남전쟁에 대한 책을 구해보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전쟁>은 잊혀진 전쟁인지 대형 서점에 가도 관련 서적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러던 중에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이란 책을 찾아서 읽게 되었지만 나의 주된 관심사는 전쟁을 통해 베트남 국민이 겪은 아픔과 고통이 아니라 오직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을 어떻게 베트남이 이길 수 있었을까?"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서경식 선생의 이 글을 읽고 나서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워서 한동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오직 '전쟁'을 그저 전술과 전략이란 면에서만 고찰했을 뿐 전쟁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했다니… 그리고 한국 또한 분명 베트남 전쟁의 가해자이고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때(p.99)가 올 것인데 과연 우리는 일제시대에 대한 보상 요구를 무시하는 일본과 달리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책에서는 프리모 레비로 대표되는 유대인 홀로코스트(대량학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걱정이 함께 하는데 솔직히 아직 프리모 레비의 책(<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를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일종의 '산업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오히려 이것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정당화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의심까지 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각 내용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양자를 묶어서 통합된 시각에서 서술하는 것이 독자의 이해를 위해서는 좀 더 좋은 길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경식 선생도 나와 마찬가지로 자선활동이나 선행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p.115)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본인도 평소에 지하철이나 길을 다닐때면 많은 구걸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럴 때면 아직 돈을 벌지 못하는 학생이라는 점을 핑계로 그냥 눈을 질끈 감고 이동하곤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친구와 만나서 먹는 술값은 아까워 하지 않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 "자선이나 선행 따위는 그런 죄의식이 깊이 밴 무력감으로부터 눈을 돌리기 위한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서경식 선생에 비해 나는 행동으로부터 '위선'이 몸에 배어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위선이 위악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어쨌든 이 책은 비록 주제가 산만하고 오타가 곳곳에 보이긴 하지만 서경식 선생의 관심사와 생각을 한 번에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서경식 선생을 만나는 입문서적으로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다음에 개정판이 나올 때는 제발 오타 좀 수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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