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뇌
사이언스북스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새 내가 맡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읽어야 할 [뇌과학] 책을 <e-멋진 책세계>의 박영진님의 도움을 받아서 목록을 작성해보니 자그만치 20권에 달한다… 이를 전부 다 읽으면 웬만한 의사 수준의 지식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까지 해야되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로서 내 성격이 이런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생소한 [뇌과학]을 만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솔직히 별로 미덥지는 않았다. 물론 국내 자연과학 서적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이언스북스>를 믿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책 제목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춤추는 뇌]라… 물론 뇌과학이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이긴 하지만 이렇게 제목만 그럴듯하게 만든다고 절대 쉬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속된 말로 "꽉 차"있었다. 1장에서는 주로 앞으로 자주 나올 뇌의 구조와 이름, 그리고 담당 역활을 주로 설명하고 2장에서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3장에서는 기억과 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4장에서 여러가지 뇌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하는 질병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정도만 보면 [뇌과학]에 대한 큰 그림은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쉽고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솔직히 [뇌과학]이 최근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책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글쓴이의 탁월한 능력인지 아니면 <사이언스북스> 편집자의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훌륭하게 [뇌과학]을 접하게 구성되어 있다.

 다만 곳곳에서 <용불용설>을 주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느정도 생물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획득성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성이 시/공간 지각능력이 남성에 비해 부족한 것은 집에 남아 있던 여자들은 남자에 비해 이런 능력을 계발할 기회가 적었을 것이다.(p.68)고 말한 것이나 과학의 발달로 컴퓨터나 로봇이 인간의 머리를 쓸 일조차 대신하게 된다면 인간 역시 가축처럼 작은 뇌를 가진 머리 나쁜 동물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p.332)라는 주장은 <용불용설>을 주장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외에도 글쓴이는 주로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이나 행동을 분석하는데 '우리가 쾌락 중추를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게 된다면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사람들이 분명 등장할 것이며 이는 점점 늘어나는 마약, 담배, 술 중독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과연 인간은 올스의 실험쥐보다 현명할까?'(p.106)라고 묻는 부분에서는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이런 장치가 개발된다면 우리는 1시간에 7000번이나 스위치를 누른 실험쥐보다 적게 누룰까? 그리고 인위적인 쾌락과 자연적인 쾌락을 구별할 수 없다면 인위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을 우리가 비난할 수 있을가? 그리고 과연 이것이 '자위행위'와 다를 것은 또 무엇인가? 그리고 누군가가 말했듯이 '컴퓨터 하드에 야동 없는 사람은 나를 돌로 쳐라'고 했는데 나는 과연 이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또한 이른바 <황우석의 줄기세포>에 대한 이야기도 서술하고 있다.(p.321) 이 책에서는 황우석의 줄기세포 연구가 현재는 벽에 막혀있지만 계속 발전된다면 여러가지 뇌관련 질환의 불치병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이 책은 황우석의 사이언스 논문이 거짓으로 드러나기 전에 쓰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맨 뒷장을 넘겨보니 이 책은 '05.3.7에 출판된 것인데 아마도 황우석 박사의 거짓말이 밝혀지기 전에 쓴 내용같이 보인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아쉬워하는 것이 황우석 박사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나 또한 청운의 꿈을 안고 지금쯤 생명공학과 실험실에서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결국 이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는 뇌의 활동 또한 궁극적으로 '적자 생존 및 성선택'이라는 자연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면서 [뇌과학]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뇌과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굉장히 쉽게 서술되어 있다. 현재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뇌과학]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시작하기를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