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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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평점 :
오래 전 한겨레신문을 펼치면 제일 먼저 득달같이 넘기며 보던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정운영교수의 칼럼과 박재동의 한겨레그림판. 정교수의 칼럼은 1주일에 기껏 한 개가 실리니, 내가 한겨레를 보는 동안 빠짐없이 본 것이 박재동의 한 컷짜리 만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싶다.
언젠가 시사만평 대신 마감시각에 쫒겨 머리를 쥐어뜯는 본인의 초상을 그려놓은 것이 실린 적도 있었는데, 아마 그는 그 한 컷의 시사만평을 위해 백발이 성성하도록 8년간 고생을 했던 것이 사실일 것이다. 아쉽게도 그는 그렇게 떠났다. 떠날때 말했던 장편만화 <오돌또기>는 도대체 언제 보여줄런지...
그러던 그가 우리 사무실 앞에서 서성대기 시작했다. 주로 밥집(!) 앞에서. 처음엔 내가 알고있는 박재동선생이 맞나?싶었는데 알고보니 양재천이 좋아 이 동네에 작업실을 열었다는 기사를 보고 다음에 보면 인사라도 해야지 싶었는데, 희안하게도 그 이후로는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 책에서 보니 그는 과천 경마장 근처로 사무실을 이전했다한다. 그리고 한겨레 섹션 18℃에서나 그의 정겨운 그림과 글들을 한번씩 보아왔다.
서평단에 뽑혀 건네받은 <인생만화>는 한겨레 섹션에 실렸던 그림과 글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출근길 양재역 7번 출구 앞 포장마차 주인장부터,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만난 졸고있는 여고생, 박스 줍는 할머니, 양재천 너구리, 오래된 지인들, 사발면 그릇에 쌓인 아들 방의 담배꽁초까지 참으로 일상적인 얘기들로 가득한 책이다. 이런 시덥잖고 사소한 얘기가 이 책 <인생만화>의 전부다.
나는 그날그날 떠오르는 단상을 글로 표현하는 편인데 - 게을러져 매일매일 글을 쓰지는 못해서 묶음으로 글을 쓰기는 한다. - 그는 스케치를 하고 글을 적어 넣는다. 직업이며 생활인 것이다. 혼자 보고 듣고 생각하기 아까워 나누려 애쓰는 것, 이것이 예술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그의 생각에 동감하는 바지만, 한장한장 책 속의 그림들을 보며 그의 예술에 대한 생각보다 더 부러운 것은 세상을 하나하나 살피는 그의 사려깊은 눈과 마음이었다. 삶의 가치는 만질 수 없는 먼 무지개 같은 것이 아니라, 디디고 살아가는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떠올려 주는 책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보는 내내 즐거워지고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