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너머로 추적추적 봄비가 온다. 겨우내 창을 가렸던 브라인드를 걷어올리니 방이 훨씬 넓어보인다. 선거를 하고 돌아와 Jacqueline du pre의 첼로소리에 그만 잠이 들었다. 피곤했었나보다. 도대체 오늘이 몇날몇일인지도 모르게 아주 긴 잠을 잔 것 같은 느낌으로 깨어났다. 생소했다.
진보신당은 무력하게 내려앉았다. 지역구에서 가능성을 보였던 용접공 출신의 노회찬은 한나라당의 젊은 CEO 출신에게 졌고, 심상정은 방송에서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당은 비례대표 확보를 위한 3% 지지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위안을 삼자면 기름밥 가득한 동네 창원에서 민노당의 권영길이 당선되었고, 사천에서 민노당의 농민후보 강기갑이 말많고 탈많았던 한나라당 이방호를 이겼으며, 창조한국당의 문국현이 여권실세 이재오를 눌렀다. 민노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5석을 얻을 듯하다.
세상은 항상 그렇게 녹녹치 않으며 그렇다고 좌절할 것도 아니다. 딱 잘라말해 우리는 '없는 집'의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원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실패에 항상 위안과 희망을 삼고 살아갈 준비와 힘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는 전쟁이기에 패한만큼의 책임은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책임진만큼 희망이란 것이 생기게 되어있다. 전쟁을 치르는 전략과 전술이란 측면에서 당을 이끄는 현명한 분들의 책임있는 반성과 새로운 희망이 제시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항상 준비되어 있으니 비굴하게 굴 것도 없고, 눈물 질질 흘릴 이유도 없다. 웃음가득하게 우리의 길을 당당하게 보여주면 될 일이다.
비로 취소된 야구는 내일부터 또 시작된다. 만년 꼴지 꼴데(롯데)는 올해 장사를 잘하고 있다. 지역주의 꼴이 보기싫어 야구보기를 돌 같이 하다, 꼴지에 대한 무한한 응원과 한결같은 팬들의 미래지향적 응원에 빠져 몇년전부터 지켜본 꼴데가 드디어 꽃을 피우는 것 같아 한결 기분이 좋다. 제발 한나라 영남, 통합민주 호남, 자유선진 충청의 골때리는 삼각편대가 야구보는 것보다 못한 짓들을 하지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보수의 격랑에 휩쓸린 진보의 나룻배가 다음 항해를 위해 깃발 내리지않고 살아남을 현명한 지혜로움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오늘밤은 참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