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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Bruiser의 사진이 왔다.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먹을 것 앞에서 비굴하게 착해지던 장난스럽던 모습은 간데 없고, 중년의 성숙함이 가을빛 노을과 멋드러지게 어울렸다.

짜식 선거 출마하나?


 
< 2010년의 가을날의 Bruis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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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들이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겐 다소 답답했다.
왕년에 한가닥했던 오스트리아 제국의 심장으로 들어가니 다른 곳에서 보았던 것들은 다 아류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과거의 큰 힘이 느껴졌다. 



합스부르크와 부르봉은 경쟁자였다. Belvedere 궁전도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과 경쟁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여기에는 Gustav Klimt의 작품이 있다. 눈에 두고 그의 KISS를 오랫동안 보았다. 

  

오페라하우스앞에서 그럴싸한 삐끼도 만났다.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실컷 설명하고나서 하는 말이 오페라하우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한다나...사진 하나 찍어줄까했더니 그럴싸한 포즈도 잡아주었다. 



그라벤 거리에서 찍은 이 사진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저 진지한 모습이 전혀 진지해 보이지않고, 할 말이 많아 보이는데 말이 없는 사진이다. 내가 보기에도 잘 찍은 길거리 사진이다. 



동냥그릇을 펼친 소녀. 저 누렁이의 한가함이 더 시선을 끌었다. 





책 읽고 있던 공원에서 한 연인들이 내 앞에 자리를 잡았다. 1시간 쯤 지나니 저렇게 장면을 바꾸어 주었다.  



이제는 집으로 가야 할 시간. 이 사람도 집에 가야한다. 1년 돈벌어 부랑자 같이 한 달을 쏘다니다 고향으로 간다는 아테네 사람. 저 볼에 비친 진한 석양이 자기 고향에선 눈길조차 끌지 못할 수준이라며 그리스의 석양을 보러 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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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10-08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익후 유토피아가 또 있군효. 체코 사진이 더 좋아요. 어딜가나 잔디에 누운 연인들은 부럽기만 하고나...

dalpan 2009-10-09 11:10   좋아요 0 | URL
조만간 아프님도 내 눈앞에 저런 모양으로 나타나길 바라오....

라로 2009-10-0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젊은 아가씨는 왜 구걸을 할까요???눈이 안보이는 걸까요????전 빈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오스트리아 하면 잘스브르크와 인스브르크가 기억에 남아요,,,넘 좋았어요. 거긴 가셨나요???

dalpan 2009-10-09 11:12   좋아요 0 | URL
좋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는데 남겨놔야 또 갈 것 같아 두 군데는 안갔습니다. 빈의 느낌을 비슷하게 보셨나 봅니다. 멀어서 그렇지 부모님들 효도관광지 같더군요. ^^
 

카프카, 프라하의 봄 그리고 볼타바강.
기차를 타고 도착한 이 곳은 프라하다. 



한번 지나가는 客이 얼마나 많은 얘기를 전할 수 있겠냐만, 사진 속에 남은 프라하의 사람들은 날씨만큼 낭만적이었다. 빠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사람 사진은 어렵다. 의도적인 경우에는 내가 마음에 드는 상황까지 기다리기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기해야한다. 그런 재미가 있어 렌즈는 자꾸 사람을 쫒아다니지만 정작 찍고나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아내기가 힘들다.



표정도 모습도 변하지 않기에 아주 쉽게 찍은 사람(?)들이다.



볼타바 강 카를교 위, 길거리 연주자들과 글쓰기에 몰두한 한 여인네. 카를교 위에는 가지가지 사람이 너무 많다. 뒤쪽 멀리 배경인 된 프라하성은 낮에도 밤에도 운치있다. 



성을 지키는 굳은 표정의 경비원. 햇살이 뜨겁다. 





볼타바 강변의 연인과 책 읽는 노인. 낭만적이고도 한가롭다. 



프라하역에 도착한 독일기차. 사람들이 기차에서 자전거를 내리고 저 모양 그대로 자전거를 타면서 프라하를 즐길 모양이다. 우리도 기차 타고 북한가고 중국가서 돌아다닐 날들이 있을까. 



여름날은 새벽녘과 해질무렵의 빛이 사진찍기에 좋다. 늘 머리속에 두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기회가 왔나보다. 새벽5시나 되었을까? 불현듯 눈을 떠 호텔 창밖을 보니 이미 하늘은 장관이었다.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얹어 두근거리며 프라하의 새벽빛을 담았다.

인생의 황혼을 달리는 분들께 지는 노을이 아니라 뜨는 여명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선물로 드리곤 한다. 노을과 여명, 지고 뜨는 것이 바라보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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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05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는 여인과, 연인, 책 읽는 노인은 바탕화면에 깔아두고 싶어요.

dalpan 2009-10-05 17:59   좋아요 0 | URL
오른쪽 버튼을 누르시고 저장! ^^
나눌거리가 있어 좋네요. 추석 잘 보내셨지요?

마늘빵 2009-10-05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군요. -_- 대한민국에서 저런 모습을 길에서 보기란...

dalpan 2009-10-06 09:17   좋아요 0 | URL
하긴 우리에게 저런 모습이 일상이었으면 아마 제 눈이 쫒아가지도 않았겠지요? 그래도 좋은것 자꾸 보다보면 우리도 저런 시절이 안오겠습니까.

마노아 2009-10-05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렇게 선명하고 근사할까요. 카메라가 좋은 걸까요. 모델이 훌륭한 걸까요, 사진 찍은 사람이 훌륭한 걸까요? 셋 모두일까요? ^^

dalpan 2009-10-06 09:19   좋아요 0 | URL
하하..카메라..10년전쯤엔 괜찮은 것이었지요. 모델이야 훌륭훌륭. 사진찍은사람은 좀 헐렁합니다. ^^

라로 2009-10-06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노인이 넘 멋장이라 노인이라 부르고 싶지 않은 걸요~.ㅎㅎ
사진들이 다 넘 좋아요~. 전문가 수준!!

dalpan 2009-10-06 09:22   좋아요 0 | URL
책읽는아자쒸로 수정할까요? ㅎㅎ 감사합니다!

옥타비아누스 2009-10-12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하 성, 카를교, 기차역, 거리의 낭만자들...5년이 지난 지금도 카를교에서 바라본 불타는 야경과 잠시 들여가는 간이역에서 그 짧은 시간에 귀여운 버너와 코펠에 물을 끊여 차를 마시던 낭만객들의 여유로움(?)이 눈에 선합니다..^^;;

dalpan 2009-10-12 20:22   좋아요 0 | URL
제 사진으로 5년전 여유롭던 기억이 되살아나 기쁩니다. ^^
 



어스름해지던 시간, 혼자 드레스덴 노이슈타트(Dresden-Neustadt)역에 내렸을 때 그렇게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인데도 그리 흥이 나지 않았다. 내가 내린 이곳이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던 드레스덴이라는 선험적인 생각에 더해 진하게 내려앉은 늦여름 노을빛이 잠시 방향을 잃게했다.



어디로 가야하나? 길을 잃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잠시라도 길을 잃을 여유도 가지지 못한 것을 스스로 답답해했다. 쳐진 씁쓸한 마음이 사진에 제대로 담겼다. 



엘베강변의 드레스덴은 아름다운 곳이다. 짐을 풀고 까페에 앉아 햇살을 즐기기에도 충분한 곳인데 나의 발과 손과 눈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작센주로 동독에 속해있어 아직 공산당 깃발을 들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히끗한 머리칼의 영감님도 보였다. 그래도 바로크 양식의 고건물과 현대가 뒤섞인 거리모습은 동양의 이방인에겐 절제되면서도 생기있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려했다.



드레스덴을 떠나는 기차안에서 뉴저지에서 여행 온 33살의 총각과 함부르크에서 일을 마치고 체코 고향집으로 돌아간다는 해맑은 21살의 처녀들을 만났다. 손발 섞어가며 떠들고 노느라 정신이 없는 통에 독일에서 체코로 흐르는 기찻길옆 강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던 풍경들을 다 놓쳐버렸다. 그게 사람만나는 매력인데도 그 처자들이 진지하게 직업을 묻던 한마디에 난 화들짝 깨버렸다. 

"Are you a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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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이 가는대로, 내 눈이 가는대로 셔터를 눌렀다.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지나고 보면 흐름이라는게 있다.
아무 생각없이 찍은 장면이라 느낄지라도 펼쳐놓고 보면 생각지 못한 흐름이 존재한다.

그러기에 인화지에 현상된 한장한장의 사진 속 사람들에게서 나는 나를 본다.
쫒아다닌 흔적, 순간을 위한 기다림, 우연한 마주침, 그리고 이 생각 저 생각.
나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오랜 시간에 틀 잡힌 나의 모습일 것이다.

1년이 훌쩍 지난 축축한 어느날 꺼내 본 무덥던 늦여름 Berlin에서 나는 사람을 보았다.



물론 흥겹지도 멋있지도 않은 그녀의 연주에 몇 유로를 놓았다. 카메라를 외면하지 않았으니까.



불과 몇 십 년 전. 여기 브란덴부르크 문 앞은 폐허가 된 전쟁, 분단의 상징이었다. 맑게 떠들고 웃는 저 친구들의 표정이 세월을 잊게 한다.  



때로 기다림은 지루하다. 손님을 태우고 신나게 달리며 장사할 생각을 뜨거운 햇살 탓에 잊어버렸는지도. 한 장 찍어보리라 기다리던 나도 지루해졌다.

Berlin Hauptbahnhof 광장.

 

일행을 기다리는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과 만사가 지루한 우리네 아이들과 다를 것 없었다. 멀리서 카메라를 들이대니 째려 보았다.



차분한 머리칼과 얌전한 차림새에 어울리게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주변에 갖춰진 모든 게 편안해 보였다. 창을 통해 비친 햇살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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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9-2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사진이 특히 좋으네요!

마노아 2009-09-2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 사진이 참 마음에 들어요!

dalpan 2009-09-2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마노아님.
두 분다 안목이 좋으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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