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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현재의 식량생산은 전세계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사람이 먹을 정도인데 말이다. 이 책의 화두는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연말에 불우이웃돕기하듯 돈 몇 푼 던져달라는 호소가 아니다. 현장을 뛰어다닌 전문적인 활동가로서 양심을 가진 학자로서 그에 관한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친 르뽀이다.
굶주림은 인간태초부터 지금까지의 문제이고, 생존의 문제, 말그대로 먹고사는 문제란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식에는 그들이 자기 밥그릇 하나 채우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거나, 잘 사는 사람들이 있으면 못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너무 간편한 인정, 구조적으로 이해를 한답시고 멜서스처럼 '인구증가는 기하급수적, 식량증산은 산술급수적'을 머리속에 넣고 전세계적으로 식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저자 장 지글러는 이 모두가 다 거짓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전문적인 활동가답게 다양한 실증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아직도 유럽식민지 시대의 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프리카는 모노컬쳐(단일농산물생산)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정작 자신들의 먹을거리를 위해서는 농산물을 수입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헐값으로 배부른 유럽을 먹여살리는 전형적인 신식민지정책이라 고발한다. 시카고의 곡물시장을 주름잡는 미국, 프랑스, 스위스의 금융자본은 자본의 자기증식방식에 따라 먹고사는 것을 투기판으로 만드는 잔인함을 과시한다. 미국 CIA가 개입된 칠레 아옌데 민주정부의 전복은 다국적기업 네슬레의 독점적 지위를 위태롭게 한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10여년 전에 처음으로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들었다. 그 전에 '레이거노믹스'나 '대처리즘'처럼 한 시대 국한된 지역에서의 경제정책으로만 순진하게 생각하던 물결은 이미 내가 알아차렸을 때는 해일이 되어 온통 세상을 뒤집어 엎어놓은 뒤였을터다. 우리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높은 파고에 뒤집어 엎어졌고, IMF의 가혹한 프로그램은 전국민을 미시, 거시를 넘나드는 경제학자로 만들어 놓았다. 온통 민영화하고, 자본시장 개방되고, 정부예산 삭감하고... 결국 남은 것은 2대8의 논리와 무한경쟁에 대한 무의식적 인정, 중산층 파괴와 빈부격차의 심화, 금전만능, 우리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점심을 굶는 학생들의 존재였다.
기아가 게으름의 문제도, 불공평의 문제도, 국제기구의 무능력에 대한 문제도 아닌 것은 그 이면에 숨은 잔인한 금융자본의 논리가 숨어있음과 동시에 인간들에게 보여지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화려함 때문이다. 일상화되어 분노하지 않는 것. 그것이 세상을 절반이나 굶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