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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태의 세계 도서관 순례기 - 전2권 + 북하우스 노트 -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최정태 글.사진 / 한길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서관이란 무엇하는 곳일까? 책을 읽는 곳인가, 책을 보관하는 곳인가, 조용히 자기 공부하는 공간인가? 하긴 내 스스로도 그런 궁금증을 가져 본 지가 오래된 듯하다. 가끔 내가 들락거리는 시립도서관의 표정은, 아침 일찍부터 공인중개사 시험을 비롯한 각종 시험에 대비하는 많은 분들이 무리지어 일찍부터 열람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시험공부를 하러 온 것인지 마땅히 모여 놀 곳이 부족해서 온 것인지 혼동되는 중고생들이 북적대고, 개관시간이 조금 지나면 아기들 손 잡고 책을 빌리러 오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보이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이 생업인 사서분들이나 관계자들, 구내식당이나 매점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의 무미건조한 표정들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서초동의 국립도서관, 여의도의 국회도서관, 학교 다니던 시절의 대학도서관, 지금 살고있는 동네와 살았던 고향의 시립도서관도 별반 틀리지 않았던 기억이다. 딱 짤라서 구내식당의 밥값 싼 것 이외에는 아무 감동 없이 그냥 그랬고, 그냥 그랬던 것이 당연했던 것 같다. 우리 주변에 감동을 주는 도서관은 없을까?
이 책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은 전작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에 이은 연작으로 두 편 모두 세상의 유명한 도서관을 둘러보고 쓴 기행문이다. 사라진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복원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기금을 마련해 세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비롯해 중세 유럽의 수도원 도서관들, 세상의 학문을 이끌어 가는데 주역이 되었던 옥스포드, 켐브리지, 하버드 등의 대학도서관들, 혁신적인 시스템을 갖춘 현재의 공공도서관과 각종 특수 도서관들이 생생한 사진과 함께 도서관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기능적 역할에 대해서도 저자의 전문가적인 견해가 도서관 하나하나마다 설명이 되어있고, 도서관이 운영되는 각종 시스템과 건물의 건축학적인 의미도 내게는 책을 읽는 동안 재미있는 요소이기도 했다. 그에 반해 글 자체에서 풍겨나는 재미는 별로 없는 책이었다. 아름답고도 위대한 도서관들을 펼쳐놓긴 했으나 한번에 훑어주기에는 너무 거대한 곳들이라 설명하느라 숨이 넘어가는 느낌이랄까. 도서관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라 그 감동을 다 표현하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책에서는 내내 '영혼의 요양소'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도서관을 두고 일컫는 표현이고, 이는 아주 오래된 도서관들의 입구에 새겨져 있던 문구라고 한다. 비록 도서관이란 곳이 현대에 들어서야 공공의 개념이 생긴 것이고, 이전의 도서관들은 대부분 귀족들과 같은 특수한 계층만 이용한 곳이라 해도 책 앞에서 영혼이 맑아지고 치유된다는 것은, 돌에 새겨 세월을 머금은 빛바랜 문구라 해도 오늘 우리의 도서관도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우리에게 도서관이 무엇하는 곳이어야 하는가를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늙어서 도서관 하나 차렸으면 하는 꿈을 꾼다. 세상사람들이 위대하고 아름답다 하지 않더라도, 함께 책을 읽고 영혼이 즐거워지는 공간이라면 족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