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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지붕 자전거 타고 3만리 / 신상환 지음 / 금토 / 2000년 12월]

 

후배에게 빌려준 이 책을 돌려 받았다. 장가간다고 자취방 짐을 싸다 짐을 하나라도 줄이고 싶었던지 오늘에서야 가져다 주었다.

저자가 선배인터라 출간된 책을 읽기도 전에 꾸질꾸질하던 대학시절 자취방에서 이미 그의 무용담(?)을 들어버렸는데, 그가 두번째로 중국에 들어갔을 때 인도에서 영국제 자전거 하나 달랑 사서 네팔과 티베트를 거쳐 고비사막,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 중국에 이르렀으니 무용담이라 할 만 하지 않은가.



그보다 앞선 1993년 여름, 학교건물 짓는 공사판에서 함께 잡부 노릇을 하다 개강과 함께 사라져버린 그는 그해 눈발 날리던 겨울이 되어서야 돌아왔었다. 그리고 은밀하게 티베트에 다녀왔는데, 고산병에 걸려 죽을 뻔 했다는 얘기와 함께, 티베트가 중국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가보고서야 알았다며 역사공부 헛으로 했다며 자괴스럽게 얘기하던 그의 표정이 아직도 선하다. 라싸, 포탈라궁과 같은 낯선 지명과 용어를 그때 처음으로 들었다. 두번째 중국을 들어간 것도 티베트를 들어가보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계의 지붕을 자전거를 타고 건너겠다는 무대뽀 같은 결심과 함께.

  

   



책을 건네받자마자 오늘의 티베트가 사반세기 전의 광주(光州)일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폭력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상존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피 흘리는 싸움없이 얻을 것은 없다는 역사적 진리도 새삼스럽다.

미지의 순수함과 더불어 하늘 아래 태고의 깨끗함을 가졌던 그들에게, 부디 독립이라는 영광이 눈 앞에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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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3-2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합니다..
티베트의 독립을 기원합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7월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
    전 개인적으로 이런 날씨 좋아합니다.
    꾸물꾸물하고 음침한 것이
    이런 날은 좀 나태해져 있어도 될 것만 같은...

근데 전 안녕하지 못합니다.
아저씨때문이죠...
어제밤에서야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 읽었습니다.
뒷부분이 너무 슬퍼서
엉엉 울면서 읽었습니다.
거기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맥주를 4캔이나 마셔버리는 바람에
지금 머리가 아파 죽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그거 다 읽고 나서
북받치는 감정을 누를 길이 없어
아저씨한테 메일 쓰려다가
취해서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메일을 보내지 못한 겁니다.

어제밤에 그 메일 보냈으면
오늘 아침 얼마나 창피했을까....

하여튼,
지금 눈은 퉁퉁 붓고,
속은 뒤집어지고,
머리는 지끈지끈....
최악의 컨디션입니다.

근데,
영주를 죽이다니
그 작가 너무 합니다.
그 집안의 유일한 웃음원을...
이게 아직도 제일 속상합니다.


사무실 Outlook에 쌓여있는 메일을 정리하다 작년에 받았던 친구의 메일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맘때쯤 혼자서 울고웃으면서 읽었던 소설을 그 친구에게도 선물했었는데, 위에서 보신바와 같이 아주 멋진 글을 보내왔었습니다. 아주 속이 쓰린 서평이지요. 그냥 지운편지함으로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페이퍼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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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ene 2007-02-0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는 지하철 타고 가면서 이 부분을 봤었는데.. 눈 빨개져서 창밖 한번 보고, 책보고.. 아주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니깐요..~~

dalpan 2007-02-1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만도 한 소설이지요...irene님 다음에는 그런 부분이 나오면 아껴두셨다가 댁에서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ㅎㅎㅎ. 저는 그렇게 합니다.

다락방 2007-02-1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이 작가의 [달의 제단]을 아주 가슴아프게 읽었더랬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날까요..

dalpan 2007-02-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심윤경씨의 달의 제단에 대해서는 평들이 무성해서 저는 아직까지 안읽어봤습니다만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아마 그 작가의 작품이니 그 감정...고스란히 아니 더 크게 살아날거라 봐요. 가만 생각해보니 주인공 동구가 들려주는 얘기가 마치 어릴 적 다락방에서 혼자 놀던 시절의 얘기같다는 생각도 불현듯 드네요.
 

   그리워도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소이다

   제가 님을 찾아갈 때 님도 나를 찾으소서

   밤마다 오고가는 머나먼 꿈 길

   한시에 꿈을 꾸어 도중에 만나사이다

 

작년에 읽은 최고의 소설로 이 책을 꼽는데 나는 주저함이 없다. 과연 벽초 선생의 손자로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고, 글귀 하나하나마다 글을 향한 그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렇게 집중해 낱말을 뜯어 읽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과히 주옥 같았다.

별안간 황진이의 저 싯구가 떠오름은 현대를 살 건, 과거에 살았건 사람이 사는 시대에 가장 보편적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에 다시 한 번 동의하고 싶어서이다. 묵향에 글귀 하나를 쓰며 마음을 다스릴 때 오히려 애틋해지는 그 마음을 너무 오래동안 나는 잊지않았던가? 사람을 꿈꾸게 하고, 마음을 깨워주는 것이 "사랑"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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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2-1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황진이]는 전경린의 글로 읽었는데 그다지 좋지 않았거든요. 다른 작가의 글로 접했다면 틀릴수 있었을까요?

dalpan 2007-02-1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경린, 김탁환...많은 분들이 황진이를 쓰고 또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었을텐데요...저는 일부러 드라마도 안봤습니다. 홍석중의 황진이가 보여준 느낌이 너무도 커서 영화 태백산맥보고 실망하던 기억이 떠올라 아예 보지 않았어요. 세상에 글을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오랜만에 해본 책이었습니다. 소설문구가 마치 한편한편 시 같다고 하면 땡기실지 모르겠네요.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에 옛 선인들의 글로 하루를 시작하니 고맙기 짝이 없고, 즐겁기 그지 없다. 내가 누리는 가장 큰 한가로움이자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오늘 아침에는 옛 사람들이 남긴 문집 중 書(편지)가 아닌 尺牘(척독)이라고 불리는 엽서 형태의 짧은 글에 대해 읽었다. 이는 온갖 비유와 함축을 써서 문외한에게는 해설이 없으면 해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 재밋고 흥미로운 것 같다. 베껴쓰는게 다소 귀찮기는 하지만...한번 따라 적어볼란다.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기에.

"진채 땅에서 고액이 심하니, 도를 행하느라 그런 것은 아닐세. 망령되어 누추한 골목에서 무슨 일로 즐거워하느냐고 묻던 일에 견주어본다네. 이 무릎을 굽히지 않은 지 오래되고 보니, 어떤 좋은 벼슬도 나만은 못할 것일세. 내 급히 절하네.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이. 여기 또 호리병을 보내니 가득 담아 보내줌이 어떠하실까?" (연암 박지원이 박제가에게 보낸 척독)

"열흘 장맛비에 밥 싸들고 찾아가는 벗이 못 됨을 부끄러워합니다. 孔方(공방) 2백을 편지 전하는 하인 편에 보냅니다. 호리병 속의 일은 없습니다. 세상에 楊州(양주)의 학은 없는 법이지요." (이에 답하는 박제가의 글)

무슨 말인지....도대체가 무슨 말이지.. 정인 교수의 말대로 알고보면 기도 안차는 글이다.

"예전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진채 땅에서 7일동안 밥을 지어 먹지 못하고 고생한 일이 있다. 그러니 진채 땅의 곤액이란 자기가 벌써 여러 날을 굶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안회처럼 가난한 삶을 즐기겠노라고 다짐하면서, 벼슬하지 않아 무릎 굽힐 일 없음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보니, 이대로 굶어 죽을 수는 없고 돈 좀 꿔달란 소리다. 궁한 소리를 꺼낸 김에 염치도 없이 빈 술병까지 딸려 보냈다. 이왕이면 술까지 가득 담아 보내달란 뜻이다. ~ (중략) ~ 박제가 그 역시 돈이라고 말하지 않고 공방이라고 했다. 공방은 구멍(孔)이 네모나다(方)는 뜻이다. 동전 속에 네모난 구멍이 있기에 이렇게 말했다. 직접 먹을 것을 싸들고 가서 뵈어야 하는데 그저 동전 2백 냥을 인편에 부쳐 미안하다고 했다. 호리병 속의 일이 없다 한 것은 술은 못 부친다는 말이다. 술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여러날 빈속에 마셔 좋은 것이 없겠기에 한 말이다. ~ (중략) ~ 꿔달라는 사람이나 꿔주는 사람이나 피차 구김살이 없다. 평소 깊은 정을 나누지 않고 주고받을 수 있는 편지가 아니다. 평소의 깊은 정과 든든한 신뢰가 깔려 있다"

돈 꿔달란 소리를 이렇게 표현한 박지원의 초상화를 보면 이 글이 훨씬 더 실감나고 역설적임을 알 수 있겠으나, 인터넷에서는 보이지 않아 참 아쉽다. 호랑이 눈매에 기골이 장대하게 생긴 수염난 선비가....돈 없어도 당당한 그의 초상화와 그의 글이 일요일 아침을 상쾌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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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동네마다 제삿날이 같은 집들이 많다. 우연이 아니라 일시에 마을주민들이 몰살당한 역사의 그늘이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4.3제주민중항쟁일이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민 중 약 1만명이 죽임을 당했고, 3천여명이 행방불명된 한국현대사의 지울 수 없는 아픈 역사이다. 해방이후 미군정의 실정에 대한 민중의 무장봉기 형태로 나타난 4.3은 결국 대규모 토벌과 서청(서북청년단)과 같은 우익단체의 탄압의 광풍에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으로 여수순천사건 등도 사건의 전후관계에 괘를 같이하고 있다.

대학시절이었으면 꽃 피는 지금이 새 봄을 맞는 흥분보다 집회와 시위준비로 한참 분주하였을 것이다. 4.3이 있고, 4.19가 있고, 5.1노동절, 5.18광주항쟁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 초년에 바로 오늘같은 4.2일 저녁...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무심토록 조용한 회사 공장터가 너무너무 적막하고 쓸쓸하여 늦은 퇴근길에  '잠들지 않는 남도'를 혼자 부르며 기숙사로 들어갔었다. 외로웠다.

오늘 일을 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시달리다...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부끄럽지는 않았다. 한때 나와 생각을 달리 하던 사람들을 이해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외면했던 적이 있었지만, 곧 그들의 존재가 열린사회의 다양성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 내게 그런 생각이 가능했던 것도, 어찌보면 외면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그러나, 불행이도 그들은 아직도 나의 생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동시에 나의 다양성을 인정하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외로운 노릇이다. 그러나 부끄럽지는 않았다.

나를 이해함과 동시에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타인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나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한낯 가식덩이에 불가하지 않겠는가? 세월은 사람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주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았다.

내일은 4.3이다. 또 하루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잠들기 전 오래동안 덮어두었던 현기영의 순이삼촌을 다시 읽어보자.


제주 4.3 범국민위원회     http://www.cheju43.org/ 

제주 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http://www.jeju43.go.kr/

제주 4.3연구소    http://www.jeju43.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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