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
김성보, 기광서, 이신철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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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7월 한여름. 햇살이 무척이나 따가운 날씨에 콘서트라 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노래들만 가득한 "정태춘.박은옥"의 노래공연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 날따라 유달리 실수와 사고가 많았던 공연이었는데, 심지어는 박은옥씨가 노래를 시작하려는 남편 정태춘씨를 보고, "정태춘씨 기타 코드를 잘못 잡으셨네요..."라고 핀잔을 줄만큼 그날 공연은 사실 허술했었다. 미리 그 사실을 안 것일까... 공연을 보고 돌아오던 학교 앞에서 우리 일행은 우리 시대에 참으로 드문 "호외" 신문을 길거리에서 받아든다.

"김일성 주석 사망"

한반도의 절반을 반세기동안 통치해왔던 그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그 해 94년은 북핵위기의 고조로 한반도에 전쟁의 기운이 감돌았던 해이고,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예정되어 있던 해였다. 역사라는 것이 한 개인의 전유물이 아닌 것은 당연한 진리이지만, 북한의 현대사를 굳이 되짚지 않아도 그 개인의 영향력은 북한 현대사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절묘한 시기에 그는 사망했고 역사는 또 괴괴한 흐름을 계속한다. 책을 읽다 그 흐름에 나도 묻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는 무거운, 그것도 친근한 우리의 역사가 아닌 직설적인 구호와 선동, 이념과 투쟁으로 가득찬 북한의 현대사를 제목에서 나타내듯 사진과 그림으로 쉽게 풀어낸 책이다. 물론 문장과 해설 역시도 쉬운 글로 표현해 자칫 지루하기 쉬운 역사서를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보듯이 쉽게 독자에게 다가선 역사서인 것 같다. 해방에서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건국, 참혹한 한국전쟁, 폐허 위에 건설한 사회주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의 주체, 우리식 사회주의의 건설 그리고 현재의 위기까지 일목요연한 해설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점에서 북한 현대사의 개론서로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한때 북한학 학자들간의 논쟁으로 번진 북한연구의 방법론으로 등장한 "내재적 연구방법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북한연구를 위한 시각이 그간 남한 교과서에서 보여지듯이 남한의 입장에서 북한을 일갈한 것과는 달리, 북한 내부의 시선으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한 것이 기존 북한역사서에서 느끼지 못한 좋은 점이라 보여지며, 또한 북한 현대사를 관통하는 북미, 북소(러), 북중, 남북관계 등의 대외관계 및 국제관계 속에서 현상에 대한 정치경제적 해설 및 설명은 그간 사건 중심적이고 단편적 지식을 제공하던 역사서에 비해 많은 이해의 단초를 제공하는 듯해서 도움이 되었다. 다만 기초적인 북한역사가 아닌 좀 더 심도깊은 역사서를 바라는 이들에게는 부적절한 책이라 보여지며,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초년생까지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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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 1 - 무량 스님 수행기
무량 지음, 서원 사진 / 열림원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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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왜 사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러한 왜 사는지에 대한 철학적, 실존적 의문 이전에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라는 스스로에게 지친 자학적 푸념이 앞설 때가 있다. 이 책을 주저없이 선택하게 되었던 이유도 종교적 구도자의 길을 걷는 한 스님의 자기 수행기를 통해, 그런 자학적 푸념에 대한 일말의 위안을 삼고, 의욕을 얻고자 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이의 뜻과는 관계없이, 학벌 중심적 사고에 젖어있는 한국독자들을 효과적으로 파고들만큼 선정적인 "예일대 졸업생 스님"이라는 문구와 왠지 사막이라면 풀 한포기도 없을 법한 모래언덕 위에 절을 짓고 있다는 신비감에 도취될 정도로 책 겉표지가 장식되어 있지만, 실상 글 쓰는 무량스님은 이에 대해 무덤한 것 같다. 오히려 이 책에 대해서는 다 잊어버리고, 우리 모두의 알음알이도 다 던져버리라고 한다.

왠지 이런 수행기를 읽다보면, 선불교의 가르침에 한 발 다가서고, 글 쓰는 이의 고뇌를 통해 나의 삶을 투영하고 대리수행의 감정도 가질만 하지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량스님은 출가하기 전의 삶과 출가하게 된 배경과 계기, 출가한 후의 태고사 건축과정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어찌보면 수행기를 읽는 독자에 대해서는 철저히 기대를 져버리게 만드는 자기중심적인 글인 것 같다. 다만, 무량스님의 입장에서 10년전부터 시작해 지금도 짓는 과정에 있는 미국의 태고사는 노동과 수행의 과정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절터를 찾고, 무엇을 어떻게 지을지 황량한 사막 위에서 결정한다는 것이 그리 손쉬운 일은 아닐 것이며, 태고사를 통해 펼치고 싶은, 누구나 찾을 수행도장을 만들고, 불가의 가르침에 따라 환경친화적이고 인류평화에 가치를 두고자 한다면 그의 수행기가 절 짓는 일기장이라 하더라도 의미는 충분하다 싶다. 다만 그런 기대를 갖고 책을 읽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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