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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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정치적 열망을 뿜어내며 동원되었던 많은 국민들은 곧이어 현실정치판의 추한 모습에 절망을 하는 일정한 사이클을 한국 국민은 오랜 시간 보아왔다. 그래서인지 올해 대선은 웬지 다이나믹하지 못하다고 느끼는데, 이것이 나도 이제 나이들어 정치적 열패감을 느끼는 개인적인 문제인지 진정 정치가 잘못된 사회적인 문제인지 혼동될 때가 많다.

참여정부 들어 부쩍 늘어난 것은 대통령을 아주 쉽게 욕해대는 것이 아닌가싶다. 대학시절에 헐리웃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영화라지만 대통령을 희화하고 비판해대는 것이 저리도 자유로울까 싶어 한편으로 놀라웠고 한편으로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역시 대한민국은 속도가 너무 빨라 넌픽션이 아닌 현실에서의 비판도 이젠 아주 자유로운 듯해 또 한번 놀랄 때가 많다.

갈등을 확인하고 표출시키며 통합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정치라고 전제하면 참여정부는 절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나름대로의 정책적 열의와 성과에 대해서조차 딴지걸고 폄하하고 시비걸고 색깔 덧씌우는 것에 답답함을 느낄만하다는 것에도 동의하는 바가 있다. 욕해대는 그들이 정권 쥐고 있을 때 했던 짓들을 가슴에 손을 얹고 뒤돌아봐 좀 조용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그 때 니놈들은 어땠는데?라고 욕해대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큰 정치는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이미 역사의 몫이다.

대통령과 의회가 다른 당에 의해 지배되어 '상호견제와 균형'이라는 분권의 취지와 다르게 정치적 교착상태를 빈번하게 만들어내고 이 과정에서 정치는 쇠퇴하고 언론의 역할은 급격하게 증대되는 현상을 '분할정부(divided gorvernment)'라고 한다. 미국정치에서 일반화된 이 현상은 미국식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정치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희망과 비젼을 주지 못하는 정치는 식상해지고, 참여와 책임의 민주주의는 쇠퇴하며, 언론은 판을 친다.

저자 유시민도 참여정부와 한국판 분할정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들어앉았다. 보건복지부 장관시절 입안한 정책과 정책수립의 배경을 중심으로 단 25일만에 써내려간 <대한민국 개조론>에서 그는 못다한 말들을 쏟아내고, 판을 치는 언론과의 대립각을 내려 놓으려하지 않았다. 이유는 국민이 왕인 민주공화국 시대에 신하로서 성심껏 봉사한 것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왕인 국민이 제발 제대로 알아주었으면 하는 진정성에 있지않나 싶다. 다양한 경제지표와 데이터를 토대로 주무부처의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입안한 정책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돕고자 함과 동시에 야당과 언론을 통해 간편하게 재단된 '잘못된 정책', '실패한 참여정부'라는 것을 정책사안별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지루한 정책홍보용 책도 아니고 흔히들 정치인들이 대필하여 발간하는 회고록도 아닌 현실정치인의 현재진행형인 사안에 대한 글들이다.

과대한 힘을 가진 언론의 왜곡과 전문성 부족, 책임없고 일관성 없는 좌우 야당의 정책비판, 이로 인한 본질적인 담론의 분열을 안타까워하는 저자를 보며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가 많다. 그러나 그것이 참여정부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말한대로 권언유착을 폐하고, 부패를 척결하며,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기한 공로에 비해 사회적 합의와 분쟁을 조절하지 못한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는 것에 스스로 양보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정부처의 정책과 수립과정을 이해하고 저자 유시민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캐쥬얼 차림으로 국회에 입성하던 삐딱함과 글을 펼치는 논리의 날카로움은 살아있고 썩은내만 나는 정치인들 사이에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사람도 있음을 느낄 수 있지않겠나 싶다.


*** 그러나, 그가 즐겨하던 시사평론이나 정치경제평론이 아니라 대부분이 보건복지부에서 추진 중이거나 추진했던 사회복지와 관련된 정책적인 글들이라 '유시민이 제시하는 국가발전전략 아젠다'라는 표지의 거창함이 무색하며 주제가 사뭇 제한적이다. 또한 글 초반에 '성공한 개발독재정권'으로 박정희 시대를 정리하고 이 시기를 통해 주어진 대한민국의 운명이 수출주도형 통상국가라는 논리는 FTA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그답지 않은 논리비약들이 다수 제기된다. 나름대로 좌우의 의견을 수용하고 객관화하려는 노력들은 느껴지나 기본적인 논리구조는 강고한 듯하여 별점을 넉넉히 주기에는 회가 동하지 않는다. 단지 그 이유에 별 셋을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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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2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잘 읽었습니다 :)

추천해요~

dalpan 2007-09-27 17:57   좋아요 0 | URL
체셔님. 추석 잘 보내셨습니까? 추천하시니 품앗이가 생각나누만요. ㅎㅎㅎ

2007-10-09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grk55 2007-12-3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늦은 추천인가요! 지향점을 견지하되 우리의 정치적특수성과 제도권의 한계를 이해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고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