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앤드류 데이비스 감독, 케빈 코스트너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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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3월 24일

 

 

     "몇 명을 구하셨습니까?"
    "..........22명."
    "...........................200명이 넘는게 아니었..."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22명이다."

    이제 막 연안 구조요원이 된 '피셔'는 바다의 조난자들을 200명이 넘게 구한 전설적인 선배 요원의
    그 대답에 잠시 말을 잃는다.

    "나에게 중요한 숫자는 구하지 못한 수다."

    낮이건 밤이건, 성난 파도에 튼튼한 크고 작은 배들이 종이배처럼 찌그러지고 부서지고 침몰하는
    곳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조난자들을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지는 바다의 수호자들, 연안구조요원.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그들의 일.  아무리 완벽한 특수훈련을 받았어도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미약한 존재밖에 되지 못하는 것은 구조요원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은 매일 사선을 넘나드며
    사람을 구하는 일에 사명감과 자부심과 희생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자연재해와 맞서 싸우고, 엄청난 시련을 극복하는 인간의 휴먼 드라마를 다룬 영화를 좋아한다.
    물론, 통쾌하게 악당들을 물리치는 액션 영화도 시원하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희생 정신을 최고의
    미(美)로 그리며 그 존경스런 사람들의 삶을 다룬 영화가 훨씬 감동적이고 교육적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수 많은 사람들을 구하면서 어깨가 빠지고 손의 힘줄이 끊어지고 생명의 위협을 여러번
    받았음에도 바다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자긍심을 가진 노장 구조요원의 역을 열연한 -
    '캐빈 코스트너'의 얼굴 표정과 행동에 자연스런 연륜이 묻어나온다.

    사람을 구하는 일.
   

    극한 상황에선,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명부터 보호하는 것이 인간.


    그러나 자신의 목숨은 뒷전으로 내놓고 다른 이들을 구하는데 거침없이 뛰어드는 용감한 자들이 있다.

    얇은 방화복 하나를 걸치고 지옥처럼 숨 막히는 연기와 불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
    도대체 언제부터 그 자리에 쌓였는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시퍼런 모습을 드러내는 눈과
    살을 에이는 듯한,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추위가 기다리고 있는 만년설 산으로
    등산 조난자들을 구하러 망설임 없이 뛰어 들어가는 산악 구조요원.
    조그만 국 그릇에 빠져 있는 개미같이 그 압도적이고 거대한 바다의 한가운데로 몸을 내던지는
    연안 구조요원 등.

    슈퍼맨, 스파이더맨, 베트맨, 엑스맨 등 영화에서 나오는 초인적인 가상속의 '영웅'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완벽하며 멋이 있다. 게다가 보통 인간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그저 '멋'과 '동경'과 '환상'뿐이다.

    이런 영화로 '감동'과 '존경'과 '애도' 들을 우리 가슴에 새길 수 있는 것은 -
    인간이기에 불완벽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똑같이 가진 우리와 별로 다를게 없는 평범한 사람이
    오로지 용기와 신념으로 다른 이들을 위해 뛰어드는 이름없는 수 많은 '진정한 영웅들'이 현실에
    존재하며 언제나 우리들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이 나약한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
    죽을 때까지 다른 이들을 위해 삶을 바치는 '수호자'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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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오브 맨 - 할인행사
알폰소 쿠아론 감독, 클라이브 오웬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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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3월 19일

 

 

    "으애애앵~~~~~ 으앵~~ 으헤헤헹 !!!!!! "


    이제 막 태어나 눈도 뜨지 못한 갓난 아기의 찢어지는 듯한 울음 소리는 
    서로 죽이기 위해 눈에 핏발을 세우며 총과 폭탄으로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굉음으로 가득 찬
    폐허 마을을 정적 속에 놓았다.
    반정부주의자들도, 군인들도 아기 울음소리는 처음 듣는 듯한 신기하고 경이로움을 숨기지 못한
    표정으로 건물 안에서 나오는 어린 흑인 여자가 안고 있는 아기를 쳐다본다.

    어떤 이는 남이 들고 있는 사탕을 쳐다보듯 순수한 눈빛이고,
    어떤 이는 몸에 십자가를 그으며 신을 찾기도 하고,
    아기가 이렇게 생긴 것이구나 하는 표정으로 좀 더 가까이 가려는 이도 있는 
    그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아기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아이들이 없는 시대'의 기적을 알리는 감동스런 모습이다.

 

    영화의 배경은 고작 10년 후, 바로 우리 코 앞에 다가온 근 미래로 잡으면서 
    인간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는 비참한 시대를 그렸다. 
    산모들은 계속해서 유산을 해대고 그나마 전에 있던 아이들은 이미 다 성인이 되어 학교나
    놀이터는 폐허가 된지 이미 오래.
    마지막으로 태어난 소년이 18세의 나이에 죽어버리자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모든 나라는 무정부사회로 폭력집단이나 범죄집단이 폭주하고, 가난한 자든 부자든 더 이상 인류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희망없는 암흑의 세상.

    "요즘 의학으로도 아기는 얼마든지 태어나게 할 수 있는데. 왜? 왜? 왜? 왜?
     아, 왜 - 미래에서 아기를 못 만든다는게 도데체 뭐야? "
    라고 계속 딴지를 걸어봐도 영화속의 사람들이 대답해줄리 없으니 답답해서 속 터지는 줄 알았지만
    어쨌거나 '어떤 수를 써도' 아기가 태어나지 못한다는 설정 속에서 -
    기적같이 흑인 여자는 아기를 낳게 되고 바다로 나가 '내일' 호를 타고 '인간 프로젝트' 가 있는 곳에
    가서 인류의 희망을 또 잉태하러 가는 곳에서 끝이 난다.

 

    그 여자 하나를 살려내기 위해 몇명이 죽음으로 희생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생명의 기적.
    마지막까지 그녀와 아기를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던져 헌신을 다 했던 남주인공 '테오'는 작은 배로
    바다의 기상계측기 불빛이 있는 곳까지 데려온다.
    남자는 여자에게 '반드시 '내일'호가 와서 당신과 아기를 데려갈 것이니 믿어라.' 라고 말하고.
    총에 맞아 피를 흠뻑 흘린 남자는 서서히 잠을 자듯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떨구며 조용히 죽는데
    마치 그 모습이 전철 안에서 그저 졸음을 못 이겨 옆으로 몸을 기울인 모습으로만 보인다.

 

    그는 사명을 다하고 편하게 떠났다.
    겨울이 되어 낙엽들이 썩어 땅속의 뿌리들에 거름이 되어
    다시 새 잎이 돋아나는 힘과 영양을 주는 것처럼 -
    인간도 구세대를 거름으로 신세대가 살아가고, 다시 신세대가 구세대가 되어 자신의 할 일을 다해
    죽어 거름이 되어 또 신세대를 탄생시키고... 그런 돌고 도는 사이클이 이어지지만.
    인간만큼은 다른 생물에 비해 이 사이클의 수명이 다 하는 시기가 빨리 올 것만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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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D] 알렉산더
가람넷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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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3월 1일

 

 

    【 The Alexander  】


    * 2005년 4월 15일에 만난 영화 이야기 -

 

    이 영화속의 알렉산더는, 책 [알렉산더] 의 표어 -

    "역사로 태어나 신화로 남은 남자, 알렉산더 대왕" 와는 사뭇 다르게 그저 이상과 꿈을 이루고자 했던

    로마. 그리스 시대의 '평범한' 남자였다.

 

    유년시절 친구보다 실력이 떨어졌던 그는 문무 겸비를 위해 더 노력했고,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뱀을 
    키우는 야망이 큰 어머니의 부부 갈등 밑에서 자란 - 생모가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젊은 두번째 부인을
    맞은 아버지와 그 두번째 '어머니' 가 낳은 어린 아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었던 20살의 젊은 청년.
    자신의 어머니가 배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암살극으로 아버지를 잃고, 갑자기 왕이 된 그가 고향을 떠나
    오랜 세월 많은 나라와 전쟁하면서 찾고 싶었던 그의 이상적인 [안식처]는 무엇이었을까.
 

    전설적이고 신화적인 도시 [바빌론]을 차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
    수 많은 나라들과 피로 춤을 추는 전쟁을 하며 늘어가는 그의 영토들에서 알렉산더는 흔히 알고 있는
    "위대하고 카리스마 강한 대왕"이 아닌 "자신의 영혼의 안식처를 찾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주었다.
 

    지난번 보았던 [트로이의 목마]의 "아킬레스"에 대해 다룬 영화에서 그랬듯이 -
    [알렉산더]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화려한 겉모습과 위대한 업적이 아닌, 한 남자의 여리고 약하고 
    인간다운 모습에 초첨을 둔 그저 고독한 남자의 모습을 그린 영화였다. 
    적어도 내게 비친 모습으로는 -

 

    문득, 영화 끝날즈음 -
    나중에 읽으려고 몇개월전에 사두고 책장에 꽂아둔 책 [알렉산더]가 떠올랐다.
    영화보다 더 상세하게 알렉산더에 대해 집필했을 것 같은 그 책에서 묘사한 얼굴과는 많이 달랐지만,
    영화 속 알렉산더는 너무나 사랑했던 영혼의 진정한 의지처이자 유일한 친구가 갑자기 죽자, 
    며칠 후, 만찬회에서 누군가 암살극으로 꾸몄을 것 같은 붉은 술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채 
    벌컥 마셔버린 남자.

 

    그리고 같은 증세로 친구를 따라 죽음을 택한 남자.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독수리 환영에 자신의 이상과 우정을 끼우고 싶었던 남자.
 

    위대한 위인들이 오래동안 후손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이유는 -
    그들이 남긴 대단한 업적이나 비범함이 남긴 것들보다도 (만들어가는 수단과 방법이 어찌되었든)
    보다 많은 인류를 위한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려고 했던 평범한 인간의 처절한 노력과 고통때문은 아닐까.
 

    "모든 인종이 서로 자유롭게 교역하며 더 잘 사는 유토피아를 건설할거야."

     - 죽어가는 친구를 두고 -

 

    "세상 끝까지 가볼거야.  아직은 아니야... 내 안식처를 찾아야 해."

     - 바빌론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하는 사람에게, 인도와의 전쟁을 앞두고 -

 

    위인들의 공통점은 큰 이상을 이루고자 했던 비범함과
    그로 인해 얻어지는 주체할 수 없는 지독한 고독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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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 (2disc)
폴 해기스 감독, 맷 딜런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2월 27일

 

 

     * 2006년 봄에 만난 영화 이야기 -
 

    이 영화에 다른 제목을 지으라고 한다면 '보이지 않는 인연'이라고 하고 싶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 매일 혹은 가끔 보는 사람, 가족, 친구, 인척 등은 전부 아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사실은 수많은 모르는 사람들하고도 '모르는 인연'이 존재한다는 것 -
    직적접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어 서로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핵심 내용인 듯 싶다.

 

    가령, 내가 오늘 어떤 가게에서 물건을 샀을 때 불친절한 직원이 있다면 투덜거리겠지.
    그리고는 그 직원의 인성에 대해 그 한 면만을 가지고 평가를 하겠지. 대부분 그럴거야.
    그런데 어느 날, 그 불친절한 사람이 앞서 가던 사람이 떨어트린 지갑을 주워주면서 웃는거지.
    게다가 지갑 주워준 김에 모르는 길까지 물어봤는데 너무 잘 알려주더라 이거야.
    그 지갑을 받은 사람은 상대방이 참 정직하고 친절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지갑을 받은 사람은 집에 와서 그 친절한 사람에 대해 칭찬을 했는데.
    그게 나의 가족이나 친구라면?

    하지만 나는 절대로 알 수가 없어. 나에게 불친절하여 불쾌감을 주었던 그 사람과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
    친절하게 했던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절대로 알 수가 없게 만든 운명의 교모한 실타래거든.

 

    그런 영화라구.
   『메트릭스』 『데스티네이션』 영화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할 것 같은 세계나 현상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심난한 영화 말야.
     하지만 '충돌'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의 Crash의 제목에서 -

    "어느 한 시점에서 만난다. 접하다. 부딪힌다. 결국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라는 암시를 주고 싶었나.

   

    그러니까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라는 거창한 감동 따위는 없어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현상, 사물들이 사실은 내 이면(異面)에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아주 긍정적으로 - "저 사람 좀 마음에 안드는데. 하지만 다른 곳에선 착할지 모르지." 라고 생각하면
    왠만해선 화를 내지 않아도 된다구.

 

    그런데 말이지. 신(神)이라든가, 시간을 지배하는 우주라든가, 혹은 알 수 없는 어떤 존재가 이 엄청나게
    복잡한 연결의 고리들을 수천가지 엮으며 보고 있다면 -
    사실은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우리는 살고 있을지 몰라.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한다." 라는 발상조차 이미 지어진건 아닌가 몰라.

 

    "우웩- 나는 감시당하며 정해진 대로만 사는 호두까기 인형인가!!!" 라고 질색할 필요까진 없어.
    이건 이 나름대로 인연의 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 나의 인생의 설계도가 어떻게 짜여졌는지 가만히
    지켜보며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거든.
    정해진 것 같아도 매 인연과 매 순간 상황들의 실들이 수천가지나 되니까
    결국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인연도 운명도 그 방향대로 움직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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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인한다 1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8년 1월 17일

 

 

    낯설은 나라, 낯설은 도시, 낯설은 이름들로 가득 찬 이 책의 사건 현장 배경은 모나코 왕국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전체 인구가 겨우 32,000명 조금 넘는(2006년 기준),
    그러나 1인당 소득이 3만달러에 달하는 부국이며 아기자기한 집들이 그 좁은 땅에 빼곡히 들어찬 곳.
    나라의 주 수입원이 카지노, 관광, 모터보트 경기 등이다 보니 늘 사람들과 따뜻한 지중해 기후의 활기로만 가득한 -
    그 어떤 흉악 범죄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나라에서 엽기적인 연쇄 살인이 일어난다는 것, 그리고 그 전개되어지는
    방법이 조금 신선했던 추리물이다.

   

    내가 진작에 이런 사진들을 보면서 책을 먹었다면, 처음에, 낯설은 도시명, 인명, 지명등에 그렇게 곤혹스러워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쩝...

   

    모나코 왕궁의 정문

 

    다정하고 그윽한 목소리와 지적인 분위기로 많은 청취자들을 사로잡은 라디오 DJ '장루 베르디에'가 어느 날 처럼
    늦은 저녁의 방송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섬뜩한 전화가 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 나는 살인한다..."

    방송국 관계자들은 그저 질이 나쁜 장난 전화로만 생각하지만, 지난 밤 실제로 일어난 살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피로 쓴 '나는 살인한다' 라는 글귀를 경찰들이 발견하게 되면서 살인범의 그 장난스런 전화는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
    죽은 사람들의 얼굴 가죽을 깨끗하게 벗겨가 버리는 사이코 살인범.
    그의 손에 위해 저 세상으로 날아가 버린 사람들이 열 명, 그 중에서 얼굴 가죽이 벗겨지지 않은 건 단 두 명.
    문득, 영화, <페이스 오브>가 떠올랐었다.
    그 영화를 볼 때, '과연 뜯은 얼굴을 다른 사람의 근육 위에 아무 저항없이 붙이는 것이 가능한가' 싶었지만,
    현재 실제로도 다른 이의 얼굴 피부를 이식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으므로 소설 속의 엽기 행각 또한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물론, 범인은 축제 가면 마냥 죽은 이들의 얼굴을 뒤집어 쓸 용도로 ?어낸 것은 아니지만.

    게다가 얼마 전에 '광기(光氣)냐, 광기(狂氣)냐' 라는 페이퍼를 쓰게 할 정도로 이 섬세하고 교양 있기까지 한 연쇄살인범은
    자신의 살인 행각에 늘 배경 음악을 끼워넣고는 했다.
    자신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 경찰들에게 '어디 머리 좀 굴려봐라' 란 듯이 라디오의 예의 그 방송 시간대에 전화를 해서
    살인 예고장을 날리면서 들려주는 음악들을 '어디서 누구를 죽일지'의 단서로 휙 던져주기까지 하는 오만함과 여유로움을
    보여주는데, 실제로 존재한 그 음악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까지 했었다.

   

    모나코 왕궁 경찰
    소설 속 주인공의 입을 통해, '지상 최고의 치안을 자랑하는 경찰'의 모습치고는 너무 허술해 보여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처음엔 그렇게도 먹는 속도가 안 나더니 1권을 다 해치우고 2권째부터는 조금 흥미진진해져서 단숨에, 그것도
    아주 맛있게 먹어치울 수 있었다. 나중에 범인이 잡히고 나서 그가 왜 얼굴 가죽을 벗겨갔는지, 왜 그런 정신이상을
    보였는지, 그의 과거에는 어떤 이유가 '나를 이렇게 만든건 이것 때문이야' 라고 범인의 행각을 정당화 시킬 수 있는지
    궁금해 죽겠는데, 아~ 이 눔의 작가는 어찌나 뜸을 들이는지.

    범죄심리학자 '쿠루니' 박사의 개인 생각을 곁들여 범인의 범죄에 대해 설명을 하는 부분에선 여러 생각이 교차했었다.
    실제 범죄심리학 이론들에서 다뤄지는 부분 중, 그는 '환경적 요인'에 해당되었기 때문.
    한편으론, 괴팍했던 아버지의 '유전'을 이어받은 '생물학적 요인'도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설득력이 별로
    없으므로 금방 잊어버렸다.
    책을 다 먹고 나서 반전으로 결말을 맺게 한 범인을 생각하며 책 표지를 한참 뚫어지게 노려보았었다.

   

     범인을 잡겠다던 FBI, 주인공 '프랭크 오또브레'가 열심히 누비고 다녔던 곳 중 하나인 - 몬테카를로
     솔직히, 개인적으로, 프랭크의 이름을 볼 때마다 조그마한 케익 '오또'가 생각나서 자꾸만 달콤한 향기를 느꼈었다.

     왜 그는 굳이 현장에 '나는 살인한다' 라는 글귀를 썼던 것일까? 좀 더 용의주도하고 교활하게 모든 것을 은폐할 순
     없었나? 아니, 소설을 쓰기 위한, 혹은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하게 할 제목으로써 그 부분이 필요했던 것일까.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확실히 성공했다고 말해두고 싶다.
     다시 책 속 세상으로 들어가서, 범인이 완전범죄를 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행동에서 나오는 분노를, 슬픔을
     세상이 읽어주기를 바랬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는 세상속에 동화되고 싶어하면서도, 세상 밖에 있으려고 했던 남자이다.
     그는 모두에게 다정하게 굴면서도, 모두를 증오했던 사람.
     그는 타 생명을 귀하게 여길 줄 알면서도, 동시에 너무 쉽게 꺽어버리는 사람.
     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 

     라디오에 전화할 때 사용했던 그 음성변조로 통해 중얼거리던 그의 말귀가 유난히 맴돈다.

 

 

     난 하나이자 아무것도 아닌 존재요....

 

 

 

      인간으로써 사는 것이 가끔 공허해지고 무기력해질 때가 있는데,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질문이 내 안에서 또 다시 얼굴을 들이밀 때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시작과 끝이 있는 것처럼 산다.

      그저께,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서 나온 이 말에 나는 '그렇지. 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치었다.

 

     "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마라.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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