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쉬 (2disc)
폴 해기스 감독, 맷 딜런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2월 27일

 

 

     * 2006년 봄에 만난 영화 이야기 -
 

    이 영화에 다른 제목을 지으라고 한다면 '보이지 않는 인연'이라고 하고 싶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 매일 혹은 가끔 보는 사람, 가족, 친구, 인척 등은 전부 아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사실은 수많은 모르는 사람들하고도 '모르는 인연'이 존재한다는 것 -
    직적접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어 서로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핵심 내용인 듯 싶다.

 

    가령, 내가 오늘 어떤 가게에서 물건을 샀을 때 불친절한 직원이 있다면 투덜거리겠지.
    그리고는 그 직원의 인성에 대해 그 한 면만을 가지고 평가를 하겠지. 대부분 그럴거야.
    그런데 어느 날, 그 불친절한 사람이 앞서 가던 사람이 떨어트린 지갑을 주워주면서 웃는거지.
    게다가 지갑 주워준 김에 모르는 길까지 물어봤는데 너무 잘 알려주더라 이거야.
    그 지갑을 받은 사람은 상대방이 참 정직하고 친절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지갑을 받은 사람은 집에 와서 그 친절한 사람에 대해 칭찬을 했는데.
    그게 나의 가족이나 친구라면?

    하지만 나는 절대로 알 수가 없어. 나에게 불친절하여 불쾌감을 주었던 그 사람과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
    친절하게 했던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절대로 알 수가 없게 만든 운명의 교모한 실타래거든.

 

    그런 영화라구.
   『메트릭스』 『데스티네이션』 영화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할 것 같은 세계나 현상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심난한 영화 말야.
     하지만 '충돌'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의 Crash의 제목에서 -

    "어느 한 시점에서 만난다. 접하다. 부딪힌다. 결국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라는 암시를 주고 싶었나.

   

    그러니까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라는 거창한 감동 따위는 없어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현상, 사물들이 사실은 내 이면(異面)에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아주 긍정적으로 - "저 사람 좀 마음에 안드는데. 하지만 다른 곳에선 착할지 모르지." 라고 생각하면
    왠만해선 화를 내지 않아도 된다구.

 

    그런데 말이지. 신(神)이라든가, 시간을 지배하는 우주라든가, 혹은 알 수 없는 어떤 존재가 이 엄청나게
    복잡한 연결의 고리들을 수천가지 엮으며 보고 있다면 -
    사실은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우리는 살고 있을지 몰라.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한다." 라는 발상조차 이미 지어진건 아닌가 몰라.

 

    "우웩- 나는 감시당하며 정해진 대로만 사는 호두까기 인형인가!!!" 라고 질색할 필요까진 없어.
    이건 이 나름대로 인연의 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 나의 인생의 설계도가 어떻게 짜여졌는지 가만히
    지켜보며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거든.
    정해진 것 같아도 매 인연과 매 순간 상황들의 실들이 수천가지나 되니까
    결국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인연도 운명도 그 방향대로 움직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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