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알았다.
지하철에도 급행 열차가 있다는 것을 !!! (쿠쿵)
누구는 왠 뒷북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평소 지하철을 별로 탈 일이 없었던 나지만, 오늘 서울에 올 일이 있어서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준비하고 길을 나섰었다.
도착지까지 걸리는 시간과 집에서 준비하면서 걸리는 시간의 계산 착오로 나는 '늦었잖아!'하고
조금 조급한 마음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평소 즐겨 타던 장소인 J역이 아닌, 그보다 2정거장이나 앞서 있는 S역으로 향했다.
S역은 J역과는 달리 서울행 방면의 플롯이 2군데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몰랐던 것이다..-_-)
아무 생각없이 사람들이 많이 서 있는 플랫폼에 있었는데, 뒤쪽의 플랫폼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이 조금 신경쓰였었다. 저기는...열차가 안 오는데...왜 서 있지? 하고 갸우뚱하면서.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뒷쪽 플랫폼에 열차가 와서 서는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그쪽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원래 서 있었던
플랫폼에 왜 사람들이 그냥 그대로 있는지 의아해하면서 '왜 안 타? 같은 방향인데..'하고 혼자 생각했다.
그런데 이내 곧, 열차 내에서 방송이 들려왔다.
"이 열차는 당고개행 급행열차가 지나갈 때 까지 잠시 정차하겠습니다."
헉..... ㅡ_ㅡ ??!!!!
이게 뭔...?
즉, 내가 원래 서 있었던 앞쪽 플랫폼에 사람들이 많이 서서 기다렸던 이유와 뒷쪽 플랫폼에 열차가
도착했는데도 사람들이 타지 않았던 이유를 곧 깨닫고 말았다.
그런 것이었다. 앞쪽 사람들은 급행열차를 알았던 것이었다!
나는 냉큼 내려서 다시 앞쪽 플랫폼에 줄을 서면서 감동중이었다.
지하철에도 급행열차가 있다니! 정말이야? 도대체 급행 지하철이란 것은 어떤 것인데?
곧이어 역 내에 또 방송이 나왔다.
"곧 당고개행 급행 열차가 도착합니다. 급행 열차의 다음 역은 SB역입니다."
오오오옷-!!!!!
정상적인 노선으로 볼 때, 급행 열차는 중간에 있는 4정거장이나 되는 역을 껑충 뛰고 바로 SB역이란다.
아, 이런...너무 멋지잖아...ㅜ_ㅡ (또 감동)
출근 시간에만 있는 건가? 하지만 나는 8시 넘어서 타려고 하기 때문에 러시아워는 아닌데..
아, 너무 멋지잖아. 지하 급행 열차. 후후훗.
급행 열차는 정말로 중간 정거장들을 후루룩 쾌속 속도로 지나가시고 SB역에 도착 후,
호선을 갈아타는 지점인 다음 정거장, K역에 섰다.
나는 10분이나 시간을 단축했다는 만족감을 맛보면서 갈아타기 위해 내려서 플랫폼에 섰다.
그런데...이런, 니미....
갈아타야 할 열차가 안 와서 한참을 추위에 떨며 기다리고 있는데, 아까 내가 S역에서 탔다가 도로 내린
'원래 노선대로 가는 열차'가 도착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서 곧바로 갈아탈 열차가 10분만에 왔다.
이게 뭐하는 시츄에이숀...! ㅡ.,ㅡ^
즉, K역에서 내리는 사람들한테만 좋은 급행 열차였던 것이냐!!
나는 결국 10분을 번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갈아타지 않고 그대로 그 열차를 계속 탔다면 몇 정거장을 깡충깡충 뛰어넘는 것을 보고 또 혼자
감탄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내 목적지는 그렇지 못 했으므로.
인생은 알 수가 없다.
급행 열차를 타서 쾌속 질주를 하는가 싶더니,
때로는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과 다시 발 맞추어 가야할 때도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