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일찍 등산을 갖다 온 후에 다른 일정을 하려고 했었다.
    6시, 모닝콜이 울렸다. 내 목소리만큼 잠이 덜 깬 Y의 목소리,

    " 일..어났어..요? "

    " 엉...."

    나는 눈도 뜨지 못한채 대답을 했다. 자는내내 등이 아파서 선잠을 잤더니 무천 피곤해서,

    " 1시간만 연기하자....(1시간만 더 자자...) "

    피곤하기는 Y도 마찬가지였는지,

    " 네..."

    그러나 우리는 일어나지 못했다....ㅡ.,ㅡ

    등과 허리가 좀 괜찮아 진거 같길래, 이틀 동안 침대서 잤는데, 역시 안되겠다.
    다시 딱딱한 바닥에서 자야하나 보다. 등이 아파서 잠을 못 자겠다.
    결국, 9시쯤 일어나서 Y에게 문자를 보내고 씻고 외출 준비.

    오전에 한 것은, 자동차 검사소에 가서 정기검사와 배출가스 정밀검사.
    직원들이 참 친절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공공기관의 웃는 얼굴들과 유머를 접하니 감동스러웠다.
    검사를 끝내고 지정 카센터에 가서 내 애마 아픈 곳을 고쳐주었다.
    그리고 나서 점심 식사를 하고 Y를 데리러 갔었다.

    우리의 오늘 목표는 벚꽃 구경하는 것.

    날씨는 흐렸다 맑았다 반복했지만, 벚꽃의 아름다움은 날씨 따위 상관하지 않는 듯 너무나 화사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사는 도시는 전체에 벚꽃 나무 천지라서 너무나 행복하다.
    Y에게 검사소에서 있었던 친절한 공무원에 대해서 이야기하니, 맞장구치며

    " 그럴 땐 상 주고 싶지!! "

    정말, 그 말이 딱이었다. '친절'이란 단어는 태어나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은 한국 공무원들이
    당연한 나라에서 그렇게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니 '상 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공원에 잔뜩 핀 벚꽃들을 따라 산책을 했다.
    벚꽃이 보통 1주일~보름 정도만 핀다는 사실이 늘 아쉽다. 두,세달 계속 피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보송보송 그 잔뜩 피어 있는 꽃 뭉치들, 나무에 잔뜩 올라 앉아 있는 봄의 눈들.

                

    예전과 달리 꽃 가지를 꺽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들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한국도 이제 일본처럼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음식이나 술을 마시며 즐겁게 꽃놀이 하는 문화가 잡혔나 보다.
    벚꽃 만큼이나 화사하고 이쁨을 자랑하는 이름 모를 꽃도 한 컷.

                     

    오늘 내 생일이라고 Y가 불가리 향수를 선물해줬다.
    나는 향에 무척 약한 녀석이라 조금만 진한 방향제나 화장품류 냄새만 맡아도 두통이 심한데,
    그걸 모르고 선물했나 보다.
    하지만 요즘엔 내 방에서도 자동 방향제(복숭아향~)를 설치해 놓았기에 어느 정도 향에 익숙해졌는지
    오늘 받은 향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생긴 모양이 특이해서 이걸 어떻게 사용하나 하고 둘이 끙끙댔었다.
    하마터면 윗 부분을 억지로 떼어낼 뻔 했는데 다행히도 분사하는 법을 알아차려서...
    양 손목에만 뿌렸을 뿐인데도 향 알레르기답게 머리가 좀 아프더니, 지금은 은은한게 좋다.
    음....무겁고 중후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런 향..?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이라서 좋다.

   

    저녁엔 부대찌개를 배달 시키고 맥주를 사서 먹으며 '꿀벌 대소동' VHS를 보았다.
    처음에 한번 '으하하핫' 하고 크게 웃은게 다인, 결말이 시시한 컴 애니메이션이었다.
    전에,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제작자가 나와 홍보를 하기에 기대를 했건만.
    그것도, 오프라가 '판사'역으로 더빙을 했다길래 들어보고 싶었는데, 확인도 안하고 빌리는 바람에
    '한글더빙'.....내가 한국영화를 잘 안 보려는 이유는,
    그 놈의 한국말 대사가 '후루룩~' 지나가서 내용을 잘 못 듣기 때문...=_=

    한국 성우들 목소리 진짜 멋있다. 그나마 성우들의 또박또박한 대사는 듣기가 좀 수월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한국 배우들의 대사들이 잘 안 들린다. 킁...

    그리고 그 후, 블로커스 게임 3판을 했다.
    결과는 3판 3승 I WIN ㅡ_ㅡv

    아..조금 피곤하다.
    씻고, 책 좀 보다가, 쓰러져 자야겠다.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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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3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3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3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4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08-04-1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벚꽃,공무원,불가리향수,부대찌개,꿀벌대소동.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들어있는데도 참 재미있는 하루가 느껴지는 글이네요!

L.SHIN 2008-04-13 13:20   좋아요 0 | URL
하하핫, 그렇네요. 정말 조합이 안 되네.^^;

마노아 2008-04-1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에쓰님 생일이었군요! 축하해요. 4월 생이라고 하니, 웬지 무척 잘 어울리는 느낌이에요.
기분 좋은 하루의 향연이었네요. 친절한 공무원에 예쁜 꽃, 기분 좋은 음주까지^^ㅎㅎ
뭐랄까... 굉장히 입체적이고 통통 튀는 느낌의 글이었어요. 생동감이 느껴져서 역시 잘 어울려요!

L.SHIN 2008-04-14 10:36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입체적이었어요? 너무 피곤해서 그야말로 '일기 쓰듯' 무미건조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ㅋㅋ

다락방 2008-04-13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생일 축하해요, Lud-S님!!

게다가 벚꽃도 예쁘구요. 저는 몇년전부터 꽃을 꺾지 않고 구경만 하는 사람들을 보았는데요. 꽃을 꺾는 사람이 없어진지는 한참 되지 않았나요? 저는 오늘도 꽃구경 갔다왔어요.

꿀벌대소동에 관한 오프라 윈프리 쇼는 저도 보았더랬어요. 그렇게 대대적인 홍보를 해놓고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단 말이죠. 흐음...

그나저나 핸드폰 샷인데 사진 참 잘나오네요!

L.SHIN 2008-04-14 10:45   좋아요 0 | URL
아훕-(이것은 감탄사입니다.ㅋㅋ) 감사합니다.^^
네. 꽃을 꺾지 않게 된 것은 좀 된 것 같은데..공원에 쓰레기 버리는 무개념은 여전하더군요.=_=
뭐랄까, '꿀벌대소동(Bee Movie)'...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거 같아요.(긁적)

핸드폰...지가 디카인줄 안다죠, 막 혼자 줌~땡기고~ ㅋㅋㅋ

가시장미 2008-04-13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님 사진은 안 올려주세요. 벚꽃과 함께 하는 님의 사진도 올려주삼 :)

좋은 시간 보내셨어요? 아.. 부럽네요. 저도 또 소풍가고 파요 -

L.SHIN 2008-04-14 10:46   좋아요 0 | URL
흐음~ 날씨가 흐려서 사진 찍을 기분이...그래서 꽃도 저렇게 두 컷만 찍었다죠.^^;
게다가, 제 얼굴은 오프라인이 아니면 볼 수 없답니다~ ㅋㅋㅋ

2008-04-13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4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4-14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4월생이군요. 축하축하~ 화려한 벚꽃이 두세달 계속된다면 질리지 않을까요?^^
음, 보라색 나도 좋아하는데... 배우들의 더빙은 문제 있지요. 역시 프로와 아마의 차이?ㅎㅎ

L.SHIN 2008-04-14 10:50   좋아요 0 | URL
아합~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벚꽃은 질리도록 보고 싶은걸요! 두,세달 이라고 해봤자 매일 볼 수는 없으니까..^^;
아아~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다니...ㅜ_ㅡ

칼리 2008-04-1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생일 추카추카~~~ 벚꽃이 소복이 쌓인 눈무덤 같네요. 정말 이뻐요^^

L.SHIN 2008-04-14 16:09   좋아요 0 | URL
앗, 감사감사~ㅋㅋㅋ
그쵸? 꽃송이들이 왕창 뭉쳐있는 보송이 상태가 좋아요 ^^

Mephistopheles 2008-04-1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가리 향수가 다른 일반 향수보다 가격이 좀 쎕니다. 땡잡으신 겁니다 에스님...으흐

L.SHIN 2008-04-14 16:10   좋아요 0 | URL
아,그런가요? ㅎㅎㅎ (향수에 워낙 무지한 이 녀석..=_=)
그런데, 무슨 향수가 3일이나 간대요~ 그저께 뿌린 잔향이 아직도 손목에서...

Mephistopheles 2008-04-14 17:26   좋아요 0 | URL
자주 씻으시면 됩니다요.=3=3=3=3

L.SHIN 2008-04-14 18:05   좋아요 0 | URL
매일 씻는다구요!!! ㅡ.,ㅡ^

Mephistopheles 2008-04-14 21:17   좋아요 0 | URL
고양이 세수 말고욧!

L.SHIN 2008-04-15 09:26   좋아요 0 | URL
매일 샤워/샴푸 하는게 고양이 세수면, 매일 때를 밀으라는 거에욧!! ㅡ.,ㅡ^

레와 2008-04-1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화사한 계절에 태어나셨군요! ^^

L.SHIN 2008-04-14 16:13   좋아요 0 | URL
오, 감사합니다~ 쿠후훗.
그러게요, 그러고보니 벚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태어났군요. ^^

hnine 2008-04-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생전 얼굴에 뭐 안 바르는 제 남편이 요즘 웬일로 로션을 바르고 있는데 불가리에서 나온 것이더군요.
30cm거리에서 좋은 향기가 전해져 오는 남자, 매력있어요 ^^ 애용하시길.

L.SHIN 2008-04-14 16:15   좋아요 0 | URL
ㅋㅋ..전 왜 자꾸 '불가리~스'라는 요거트가 떠오르는지...( -_-)
솔직히 저는 향이 진한 사람들이 곁에 오면 도망가는 부류였거든요.
하지만 이젠 저도 '향 있는 외계인'..뭐, 이런 컨셉도 나쁘지 않을거 같아서 말이죠. ㅎㅎㅎ

프레이야 2008-04-1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스님 생일이었군요. 늦게나마 축하 드려요~~~~
보라색을 좋아하시는 걸 알았어요. 찌찌뽕이에요.
불가리 제품이 향이 진한 것 같아요.

L.SHIN 2008-04-15 09: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보라색과 연두색을 좋아합니다. 함께 조화를 이루면 더 좋구요~ (웃음)
보라색과 노란색의 조화도 좋아하고~ 불가리 제품을 처음 써 봐서..익숙해지겠죠.^^

2008-04-15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5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