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재 속 숨은 이야기 - 벽장에서 박불관으로 모셔진 우리 문화재 역사의 진실을 담고 있는 고서화, 도자기, 불상들
고제희 지음 / 문예마당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 나라 문화재가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과 아픔을 거치면 시대를 관통해왔던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숨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삼성문화재단에서 소장품관리팀장을 하면서 그간 한국문화재에 대한 자신의 공부와 경험을 이 책에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우리는 이미 만난 이야기와 이 책에서 새롭게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문화재는 스스로 말없이 세상 사람들에 의해 이렇게 저렇게 평가되고 취급되어왔던 아픈 이야기가 드러나게 된다.

 

  고서화에서 세한도의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군선도에 나타난 단원에 대한 이야기도 고 오주석 선생님에 의해 책으로 선보인 바가 있다. 여기서는 삼국유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승려가 되어 우리문화재를 지켜온 곽영대 님의 이야기와 그의 소장품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되었고 저자 고제희님이 스스로의 경험으로 고서화를 감정하는 법에 대해 짧게 서술해 놓은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조선의 도자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책들에 소개되어 있다. 일제시대 때 활동했던 오구라 컬렉션과 아사카와 노리타카와 조선을 사랑했던 조선의 백자를 사랑했던 아사카와 다쿠미의 이야기도 그리고 장석구나 김동현 님 등 조선의 골동품을 업으로 취급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간송 선생님과 혜곡 선생님과 조선의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했던 기업인들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재가 당해야 했던 설움들과 그 속에서 우리 문화재를 지키려 희생했던 많은 사람들...그리고 기물이 품고 있는 이야기와 기물과의 인연은 서로와의 만남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일본인들이 우리 땅의 문화재를 사랑했고 또 욕망했기에 우리 문화재에 대한 시장이 크게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반대급부로 우리 문화재 시장이 생기고 그를 지키려는 선각자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사실이다. 지금 한국의 현실을 보라. 한국 문화재와 청자, 백자에 누가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지키려 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일본인과 그들이 사랑한 세계최고의 한국문화재가 그렇게 많은 수탈과 취득의 시장이 형성된 것도 그 시대의 산물이 아니었겠는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고미술품은 자신이 그것을 소장하면 보는 눈이 달라진다. 소장하게 되기까지의 노력과 관심도 필요하지만 자신에게 인연이 되어 오는 물건은 자신의 인연에 맞게 오게 된다. 인연 아닌 것은 온 우주를 움직여도 만나지 못하지만 인연있는 자는 한 마음을 내면 그 인연의 기물과 만나게 된다. 금속골동상인 김동현님의 이야기도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골동상인이지만 자신의 엄격한 도덕성과 한국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깊이 간직하며 살아왔던 그가 한국문화재 한 점 한 점에 대한 마음이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고 미술품은 그 스스로의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드러나지만 그를 둘러싼 보존과 취득의 사연이 귀하면 그 미술품의 가치도 귀해진다. 그런 면에서 미술품의 가치는 그것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함께 연동하여 작용한다. 자랑스럽고 우수한 우리 문화재에 우리 스스로가 눈뜨고 대접하지 않는 한 우리 문화재의 위상은 더 이상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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