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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박물관 - 처음 만나는 문화재 책
이광표 지음 / 효형출판 / 2006년 11월
평점 :
한국의 문화재에 대해 우리는 간송 선생님이라던지.... 우현 고유섭 선생님이라든지...혜곡 최순우 선생님의 저서를 통해 알아왔고 새롭게 배우고 느끼게 되었다. 그 이후 안휘준 선생님이나 이원복 선생님 등 젊은 소장학자인 고 오주석 선생님을 통해 다시금 재조명된 문화재들을 만나게 되곤 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고 강우방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우리나라 영기문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 계기였다. 한동안 그 이후의 이야기가 없었는데 이 책으로 다시 한국 문화재와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그간 소개된 한국 문화재에 대해 새로운 기물을 소개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출간 사이에 있었던 문화재의 새소식을 정리했고 그간의 문화재의 이동과 발굴과 연구성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에서 발표된, 일본의 어느 성을 허물 때 나온 거북선 그림이라든지 만원의 표지모델로 쓰인 혼천의와 그 표지모델이 된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는 문화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작년에 경주에 들러 박물관에서 성덕대왕 신종을 구경하다 주변에서 녹음된 종소리가 울려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것이 왜 언제부터 타종을 안 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이 책에서 알 수 있게 되었다.
국립 중앙박물관에 가면 1층에 놓인 경천사지9층석탑에 대한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복원에 10년이 걸린 사실도 그 보존처리를 위해 옮겨온 사실도 종로에 있는 원각사지10층석탑의 꼴불견의 모습도 보게 되었다. 문화재가 겪은 시대의 아픔에 관한 것이다. 그 가치가 크고 미적 가치가 클수록 사적욕망의 대상이 되어 겪는 온갖 세월의 고초를 고스란히 겪으면서도 인류의 보물로 우리들 곁에 있기 때문이다.
다산 선생과 추사 선생의 비교를 통해 본 그들의 삶과 정신은 문인화를 보게 하는 안목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흥선대원군의 난과 민영익의 난의 차이와 그 시각의 차가 그들의 삶과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면도 살펴본다. 만남과 비교란 그래서 대상을 보다 잘 알게 하는 방법이 된다. 성덕대왕 신종에 얽힌 아이 이야기나 문무왕의 수릉이라 하는 대왕암에 대한 과학적 조사나 이재초상화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의 소개도 문화재에 대해 새로운 사실로서 다시 그 문화재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게 한다. 사실 문화재에 붙은 이야기로 인해 사람들은 그 문화재를 더욱 사랑하고 또 그 가치를 다시보게 하니까.....사실의 진위여부와는 관계없지만.....
공재 윤두서의 초상화도 마찬가지다. 연구원들의 과학분석을 통해 옷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모습이 배경그림으로 존재했고 귀 부분도 작고 어슬프지만 그려졌다는 사실을 밝혀졌다. 복제는 사용한 그림의 재료의 성질상 빨리 분해되어 그림에서 지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사실 얼굴만 있는 초상화의 느낌과 복제가 단정하게 갖추어진 모습은 전혀 다른 느낌과 맛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원래 공재의 그림을 그린 당시의 마음을 짐작하는데 더욱 필요하다. 극사실화의 관점에 비추어 엉성하고 작은 귀는 아무래도 의심스럽다. 이에 대해서는 더욱 많은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문화재는 과거의 물건이지만 현재와 세샹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류한다. 그러한 사실에 미루어볼 때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그 비밀의 베일을 하나 둘 씩 벗겨 그 원래모습과 그 제작자의 마음을 드러낼 때 비로소 문화재는 제자리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