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관의 자사호 이야기 이른아침 차(茶) 시리즈 1
박홍관 지음 / 이른아침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보이차를 마신지 십 수 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보이차를 마셔왔으나 주로 청차보다는 숙차가 나의 기호에는 맞다는 생각을 한다. 75계열의 보이차를 마셔봤고 노차와 골동차 등을 마셔봤다. 특히 보이차는 성질이 따뜻하여 아무리 많이 마셔도 몸에 탈이 없고 또 저녁에 머리를 맑게 하고 책을 보거나 공부하는데 효과가 있어 늘 생활 속에 붙여오다가 최근에 와서야 자사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냥 몇 만원 주고 자사호를 구입하여 안에 담는 차만을 중요시하다가 자사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면서 한 점 두 점 구입하게 되었고 이제 열 몇 점의 자사호를 소장하게 되었다.

 

  자사호는 '자사'라는 광석을 채취하여 수비과정을 거쳐 구운 다기를 말한다. 흔히 도자기는 유약을 발라 굽지만 자사의 특성상 유약을 굽지 않고 통기성이 좋아 차를 우려 마시는 데 차의 맛을 보존하고 차의 맛을 살리는데 오랫동안 중국 사람들이 애용하였다. 최근에는 그 디자인에 흠뻑 빠져 서시호나 석표호 등 명인들이 만든 자사호를 사진으로 접하면 그 깊은 감동들이 다가온다. 어찌 이렇게 선과 면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을 수 있는가? 또한 그 색이 가진 아름다움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표면에 흐르는 윤기는 차를 사랑하는 차인들이 차와 함께 자사호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를 알게 한다.

 

  명나라 금사사의 승려가 만들었고 그 아래서 배운 공춘이 만든 자사호가 알려진 자사호의 시초라고 한다면 시대빈을 거쳐서 혜맹신(그의 활동시기에 논란이 있지만), 지금 15대손이 활동하고 있고 몇 가지 접한 사실로 추정해보면 명 천계년제에서 부터 청나라 초기에 활동한 자사명인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 너무나도 유명하게 알려진 '고경주'대사와 그로부터 배운 사람들이 자사명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진위여부는 모르지만 고경주 자사호와 주계진 자사호 이보진 자사호 청나라 어제관지가 찍힌 자사호 철화헌 자사호 등 여러 점을 소장하는 인연을 갖게 되었다.

 

  자사호의 빛깔을 감상하고 또 그 선과 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손잡이와 주구 그리고 두껑이 어느 방향에서도 잘 맞아 들어가고 물을 부을 때의 시원함과 멈출 때의 깨끗함과 간결함 그리고 기능적 우수성을 함께 차맛을 느끼면 어느덧 보이차를 마시는 하루의 어느 때가 기다려진다. 박홍관 님의 이 책은 우선 도판이 좋아 자사호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고 자사호의 기본적인 이해에 자사호의 형태 그리고 재료 제작과정을 포함하여 색깔과 차에 맞춰 쓰는 용도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입문서로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아직 중국에서 자사호에 대한 번역서가 한 두 권 있긴 하지만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고 또 체계적인 정리도 잘 되어 있지 않다. 우리 나라 자사호 애호가들이 정리한 자료와 책들이 내가 접할 수 있는 내용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보이차의 종주국 중국보다 그 보이차를 즐기고 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또 자사호와 차에 대한 이해와 정리도 더 많아지고 있다. 차생활은 정신적 풍요로움으로 이어지고 나는 보다 차맛의 이해를 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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