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 보이차의 이해 차의예술 3
김경우 지음 / 티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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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골동 보이차라고 하지만 1900년대 이후에 대중화된 보이차를 일컫는다. 크게는 1900년부터 1950년대까지 생산된(예외적으로 60년대까지 생산된 것도 있다.) 호급 보이차와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생산된 인급 보이차와 70년대 이후 첫 브랜드로 생산된 숫자급보이차로 분류된다. 그 이전에 보이차에 대한 기술이 없는 것은 이전의 보이차에 대한 유통업자로서 접근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고 그래서 1900년 이전의 차에 대한 맛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서술할 수도 없기 때문이리라.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한 지 나도 십수년이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청차보다는 숙차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중국도자기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가 오래된 도자기에 밀봉된 차를 마신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처음에는 어린 잎의 생차였다가 오랜 세월을 거쳐 자연발효를 거치면서 맛과 향이 다 날아가버리고 무미무취의 담박한 맛만 남아 처음 마실 때는 그 맛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자꾸 마시다보니 오랜 발효과정을 통해 목에 걸리는 맛이 하나도 없고 부드러운 목넘김이 일품인 그야말로 일품차였다. 물론 다니던 보이차집에서 사장님에게 맛을 보여줘도 차의 건조상태와 모습으로는 오래된 차라는 것을 알지만 그 맛을 제대로 품평하지는 못하였다. 아마 유통업자로서는 한 번 도 맛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맛의 표준이 없어서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호급 보이차나 인급보이차가 수십년 또는 최대 백년이 채 안되는 자연숙성과정을 거치면서 원래 의도되지 않았던 독특한 품격의 맛을 내는 것이 숙성과 발효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개발하는 과정을 낳게 되었다. 원래는 수년간 발효하는 숙성의 과정이 보이차에 있지는 않았다. 더구나 햇차 위주의 청차를 마시는 문화에서 재고가 창고에 쌓이면서 다시 해를 넘기면 햇차가 나오면 쌓이고 쌓였던 것이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진 화학작용이 일어나서 원래의 독성과 쓴 맛이 날아가거나 중화되어 마시기에 걸림없고 풍미있는 맛으로 변해간 것이라고 한다.

 

  보이차는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그 맛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악퇴과정이나 숙성이나 발효과정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라지고 또 모차의 성질이 고수차인지 재배차인지 그리고 어린 잎인지 여름 가을에 딴 대잎차인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아마도 옛날에는 어린 잎차가 부드럽고 향이 좋아 고급차로 쓰였을 것이고 억세고 큰 잎차는 대량으로 생산하여 싼 값에 공급되었을 것인데 숙성과정을 거치면 대잎이 향과 맛의 내포성이 뛰어나 오히려 더욱 품위있는 맛의 보이차로 탈바꿈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 한다.

 

  보이차도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가 작용하는 기호식품이다. 그러나 맥주맛처럼 기본적으로 좋은 원료로 좋은 발효기법에 의해 만들어진 객관적인 품등의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 골동 보이차에 대해서는 대중화된 호급 이후의 보이차 맛에 대해서만 품별하기 때문에 그 이전의 골동 보이차에 대한 객관적인 표준이나 맛의 기준이 없는 편이다. 왜냐하면 호급 이전의 골동보이차에 대해서는 아직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중국도자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러나 언젠가 그 골동보이차를 인정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그 차가 존재해야만 기록되고 표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데 이를 인정하기까지 차가 소비되지 않고 남아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골동보이차가 의도적으로 만들어져야 이에 대한 인식이 생길 것은 아닌지 하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누가 수백년의 기간을 상품화를 위해 투자할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골동 보이차는 새로운 문화재발굴이 이루어져서 표준화되고 공식화된 것으로 인정받을 때에야 비로소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 고로 나는 이 맛을 누리는 복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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