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로테 퀸 지음, 조경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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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둔 부모치고 아이들의 감정곡선을 타고 울렁거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는 둥, 사는게 정말 싫다는 둥 절망적인 말들을 뱉어낼 때에 부모의 가슴이 미어지고 분노가 치미는 것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일지도 모른다. 사회가 더더욱 학력서열화되고 점점 더 저학년의 아이들이 지나친 학습과 과외에 내몰리면서 우리는 이러한 교육의 구조적이고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해 분노가 솟아오르면서도 그 방향을 어디로 분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독일의 한 학부모로서의 그녀의 비판을 읽는 내내 교사라는 신분의 옷을 입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공감과 동정과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쏟아지는 교사에 대한 불신과 거침없는 비판의 일부분은 받아들이고 수긍하며 스스로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음도 고백한다. 그것은 그녀의 비판 한 가운데에는 아이들의 관심과 이 땅의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특히 교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의 지배적 권리와 그 권리의 남용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교사의 양심과 상식에 맡겨지는 현실을 제외하고는 외부의 다른 견제나 조정의 역할이 부재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은 교육 현장을 먼저 둘러보게 되었고, 깊이 머리 숙여 사죄하는 마음과 내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마음이 우선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미성숙한 아동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일에 보람을 가진 성인들의 선택에 의해 그리고 많은 준비기간과 엄청난 경쟁의 과정을 거친 결과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아이들의 인지수준에 맞춘 수업과 노력, 새롭게 변화하는 아이들의 의식의 변화를 포착하고 수용하여 교육에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이 교육전문가로서 요구되는 자질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그리고 그녀가 상처받은 깊은 문제는 한 사람으로서의 교사의 인격과 됨됨이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이 어떤 신분과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든지간에 도덕적인 인격과 마음 씀씀이가 제대로 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은 심각하다. 특히 전인적인 성장을 위해 부모들로부터 그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부모의 권리를 위임받은 학교일 경우에는 그것이 더 심각해진다. 사실 그 중요성을 모든 사람이 인식하는 것처럼 그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 나의 경우도 헛점 투성이인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날의 기분이나 사적으로 있었던 안 좋은 일을 타인에게 특히 약자에게 전가시키지 않는 것은 교사나 부모로서나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도 인격의 닦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자신의 아침에 있었던 기분나쁜 일을 아이들에게 풀어내고 정신적 상처를 갖게 된 아이들은 동급생에게 하급생에게 하교 후에는 동생에게 또는 부모에게 풀어내고 그렇게 전가된 화는 부부간의 다툼으로 가족 갈등으로 나아가 여러 사회문제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우리 마음 속에 다스려지지 않고 표출된 화는 그렇게 이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어낸다. 우선 내 마음의 화가 다스려지면 나에게서 시작되는 우주의 불화가 멈춤을 의미한다.

  교사라는 지위에서 특수하게 요구되는 인내심과 특수한 전문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신뢰는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능력을 전제로서 요구한다. 교육현장이라고 하는 공간에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생각과 주장이 때로는 지나치고 이처럼 '발칙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선은 강자(학교와 교육에서의 권리를 많이 가진 자로서...)의 여유로서 포용하고 철저히 자신을 반성하면서 고쳐야 할 것은 고치는 것이 순리이다.

  나아가 더 큰 관점에서 과연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참된 교육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경쟁지상주의 교육이 우리 미래세대들 전체에게 가져올 결과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저자같은 부모들에게 문제의 원인을 때로는 부분적으로 보아 미시적인 교육주체가 스스로 반성하고 행동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때로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아가서는 거시적으로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사회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해 안정성을 가지지 못하고 몸이 아프거나 정신적 방황을 겪고 있어 일의 능률이 없다는 이유로 바로 해고되어야 하는 현실이 인간적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때로는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혼란과 좌절 속에서도 한 사람의 성장과정으로서 존중해주고 다시 일에 복귀할 수 있게 해주는 인간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더욱 많은 생산성을 가져올 지 누가 알겠는가?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몇 번의 실수로 낙인찍히지 않고 그 아이가 가진 잠재능력에 대한 신뢰로 언젠가 제 적성에 맞는 것을 찾으면 놀라운 정열과 노력으로 많은 성취감을 보일 수 있다는 인간적 신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어떤 삶이 우리들에게 있어 행복한 삶인가? 교사에게나 학생에게나 학부모에게나...우리는 서로가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전장의 적이 아니라 한 배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도록 노를 Š고 지도를 살피고 먹을 것을 구하는, 단지 역할이 다른,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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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10-0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알라딘을 들락거리며 좋은 점은 이렇게 좋은 책을 소개받을 수 있는 일인 듯.
달팽이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달팽이 2007-01-2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관심에 감사합니다.

공자모 2007-07-2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명깊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