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재 수난사
이구열 지음 / 돌베개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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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라는 것도 사실은 실용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시대품이기에 세월이 흐르면서 소멸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특별한 예술성으로 오래도록 보존되는 문화재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복과 인연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수많은 세월의 굴곡 속에 전쟁 속에 인간의 이그러진 욕망 속에 문화재는 갖은 수난과 고초를 겪게 된다. 특히 한반도라는 특성과 함께 고려시대 자기를 생산해낼 수 있었던 세계의 단 세 나라였고 그 첨단기술과 예술의 정점을 찍었던 그래서 주변 민족과 특히 일본과 세계 제국주의 열강의 안목있던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의도하지 않게 그 원래 장소에서 분리되어야 했던 운명에 처한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오랜 신문 문화부 기자생활을 바탕으로 조사하고 연구한 귀한 자료를 우리들에게 내놓았다.

 

  대부분의 문화재 파괴의 시간은 일제강점기와 관련된다. 일제인에 의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수탈은 이 땅의 문화재가 대부분 유실되어 미아로 세계로 떠도는 신세가 되었고 특히 일본인의 개인적 욕망에 의한 문화재반출은 우리나라 귀중 문화재의 역사적 고고학적 연구의 기반마저 완전히 소멸시켜버렸다. 그 장소에 있었더라면 언젠가 밝혀졌을 우리 문화재의 스토리와 내역과 생산지와 사용자와 시대에 대한 귀중한 정보들의 네트워크를 파괴하였다. 그런 연후에 개인의 욕망의 소유물로 전락되어버렸다.

 

  또 한 번은 민족간의 분쟁이자 전 세계 이념분쟁이자 미국과 소련, 중국과의 대립이었던 한국전쟁이었다. 그로 인해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국보급 유물들의 파괴와 소실은 그 규모와 중요성 면에서 한 번도 수면 위로 나오지 않고 역사의 먼지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또한 무차별적인 폭격과 파괴 속에서 재로 변해버린 문화재가 얼마나 많았을지.....포연 속으로 사라져버린 아까운 문화재들.....그게 건축물이면 촉석루나 남대문처럼 다시 복원의 과정을 거쳐 외형이라도 보존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소장한 수많은 유물들은 우주의 먼지 속으로 사라져 다시는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그 마지막 수난은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이다. 일본인 골동품상을 중심으로 한 재물욕에 의한 문화재 수난과 권력의 야욕에 의해 이루어진 문화재 파괴가 그것이다. 또한 일본인 골동품상의 욕망의 하수인으로 조선의 도굴꾼들이 그에 합세했다. 개인적 욕망 속에 인류전체 공동의 문화유산이 파괴되기도 하였다. 결국 문화재로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이유도 인간이 느끼는 아름다움과 제작의 완성도에 따르는 아름다움이고 그것은 인간이 가진 욕망 중의 하나이다. 결국 욕망이 문화재도 만들고 그것을 파괴도 한다. 과연 어떻게 하면 바르게 문화재를 보는 안목을 기를 것이며 문화재를 아름답게 보존하고 감상할 수 있을 것인가?

 

  올해 초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1층에 있는 경천사 10층 석탑을 보았다. 다시 복원하여 1층에 세운 상징적 의미를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제 수탈에 의한 문화재 반환의 의미가 더해져 다시금 그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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