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번 보고 싶은 중국 옛 그림 - 중국 회화 명품 30선
이성희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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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옛 그림을 의미없이 지나친 것은 여러 번, 최근 국내 인천 송도에서 양원샹 교수의 전시회도 열리는 등 제백석이나 홍인대사의 탱화 정도를 본 것이 유의미한 만남이었다. 그래서인지 동아시아에서 많은 사상적 원류를 낳았고 특히 유교는 우리나라 조선시대 500년을 거쳐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따라서 중국의 예술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나라 회화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분명 어떤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직 회화를 보는 눈이 없는 내가 한 권의 책이지만 그림을 보는 안목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성희 님은 대단하다. 비록 학교 교사의 신분이지만 자신의 공부를 계속 이어나가서 결국 한 회화사를 보는 안목을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장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노장사상에 대한 공부가 익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동양 고전에 대한 안목으로 중국회화사를 간추려 사람들 앞에 내놓았다. 나는 정민 선생님이라든지 안대회 선생님이라든지 김풍기님 등 한국 고전시와 글에 대한 번역을 여러 권 접했고 따라서 옛 그림과 글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꼭 한 번 보고싶은' 이 책은 거기에 내놓아도 어깨를 견줄만한 훌융한 책임을 느끼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역시 한국은 중국회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물론 중국의 영향에서 한국적인 독창성으로까지 발전해갔지만 역시 그림의 모티브는 중국에서 시작됨을 알게 해주는 작품을 여기서 또 만나게 되었다. 원나라 조맹부의 '수석소림도'는 김홍도의 '소림명월도'와 비슷하고 원나라 예찬은 '용슬재도'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떠올리게 한다. 남송 마원의 '고사관록도'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떠올리게 한다. 시대별로 주제별로 묶은 당대 최고의 그림들을 그 시대와 인물의 생애와 곁들인 이야기는 그만의 회화감상법과 함께 우리들을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시대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들에서 그림의 텍스트를 접하면서 기본 회화를 보는 골격을 다듬고 궁궐과 저잣거리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한 모습과 상상력을 다룬 작품들을 설명하면서 삶의 해학과 풍자 그리고 상상력을 길러준다. 새로운 미학과 감각을 제시한 기이한 명품들의 소개로 틀을 파괴한 새로운 그림과 변칙적 상상력의 변주를 도와주는가하면 형상 너머 정신적 경계와 그 절정을 보여주는 그림에서는 한 획 속에 담은 천지의 본질과 한 획이 능히 만 획을 포함하는 경지에 대해 보여준다.

 

  사실 동양화의 기본 도구는 붓이다. 따라서 붓질의 생태와 생리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고 종이의 질감과 재료의 성질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화가의 마음 상태와 그 가치관을 알아야만 비로소 그림에 가 닿게 된다. 때로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 그 풍경 속에 몸을 놓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이 걸어오는 말에 귀기울여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그림 속 인물이 우리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림 속 숨겨진 화가의 의도를 알아차려야 할 때도 있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선 한 번의 획 속에 담긴 깊은 정신적 본질을 궁구해야 하는 때도 있는 법이다.

 

  나는 비로소 이 책을 접하고서야 그림을 보는 방법을 조금 알 것 같다. 형상을 넘어 형상 너머에 담겨진 뜻과 의미, 그것은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삶의 본질을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꼭 한 번은 보고 싶은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찾게 만든다. 꼭 한 번 보고 싶은 중국 옛 그림은 꼭 한 번 보고 싶은 나의 본래 면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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