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평전
김택근 지음, 원택 스님 감수 / 모과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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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철 스님의 일대기가 나왔다. "야반삼경에 따 떨어진 걸망 하나 지고 달빛 수북한 논두렁 길을 걷다가 차가운 논두렁을 베개 삼아 베고 푸른 별빛을 바라다보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야 조금이라도 수행자의 모습에 가깝다. " - 퇴옹성철  

 

  스님의 평전을 김택근 시인이 많은 자료를 모으고 발로 뛰어 사람들을 만나고 또 스님의 자취를 따라다니며 충실하고 세세하게 내용을 담았다. 물론 제자 원택 스님이 감수했다. 한국 불교사에 큰 자취를 남긴 성철 스님을 아는 사람은 참 많다. 그러나 책 한 권으로 성철 스님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한 평전으로서는 이 것이 제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스님의 안목과 깨달음의 깊이를 우리같은 범인이 알 수 없겠지만 일대기를 다룬 이 한 권의 책으로도 스님의 얼마나 부처님의 뜻을 따르는 한 수행자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갔으며 한국불교정화운동에 스스로의 철저한 삶으로서 기여하였는지 알 수 있다.

 

  한 때 '불기자심'이라는 성철스님의 친필이 담긴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 이것이 무슨 뜻인가? 하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송달송했다. 평생을 두고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말 같기도 했다. 옹졸하게 몸에 갇힌 자아가 아니라 자기 속에 담긴 불성을 보아야만 이 말을 제대로 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스님의 깨달음을 내가 말로 표현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므로 쓸 생각이 없다. 다만 스님을 둘러싼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스님의 가진 영성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있다.

 

  우선 스님의 속가 가족들은 직접 출가를 하거나(어머님, 아내, 딸) 부처님 인연을 직간접적으로 맺어 그 인연의 삶을 살아갔다는 점이다. 이로서 스님의 주변의 인연들이 모두 스님에게로 회향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유림의 대표격이었던 아버지 이상언님도 마지막에는 '나는 성철스님한테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결국 깊은 도로서 주변 사람들을 공부의 길로 인도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스님은 법스승을 두지 않는 점도 특이하다. 당대에 만공, 한암 등의 많은 고승들이 계셨고 그들과 만남이 없지도 않았지만 스님은 철저히 스스로 깨달음에 이르는 공부를 했고 그것도 선어록과 선승들의 공부를 책으로 만나면서 자신의 공부를 끝까지 몰아갔다. 또한 그 어떤 법스승으로부터의 인가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법맥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높고 깊은 공부로 많은 세인들이 의지했고 또 많은 비구와 비구니승들이 스님을 모델로 삼아 평생 공부하였다는 점이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거부하였고 산 속에서 오로지 공부의 길만 매진했던 큰 스님이 우리 세상에 제시하는 바른 길은 느리고 어리석어 늘 삶 속에서 헤매고 방황하는 나에게 비록 평전이지만 책 속의 길목 곳곳에서 목이 메이고 눈물이 흐르게 하였다. 비록 스님의 육신은 떠나셨지만 그 정신은 영원불멸하여 이 땅 어디에서는 꽃을 피우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스님이 남기신 글을 이번 기회로 다시 천천히 읽어나가며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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