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 천일야화 - 구수한 골동의 신비
김대하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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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5년부터 부산에서 골동상을 시작해 50여년을 한국 고미술품을 취급해왔고 그 아들에게 업종을 물려주며 대를 이어 한국미술품시장을 한 저자가 일생동안 만난 골동품의 이야기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의 고도자기에 관심을 가져 일제강점기 후 근대에 와서도 한국골동품을 사갔고 그 와중에 한국에서도 고미술품에 관심이 생겨서 보다 많은 수장가들이 생기면서 한국 미술품 시장을 급격히 성장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골동품시장에 대학시절부터 금동불상으로 인연을 가진 저자는 고시에 떨어져서 이 길에 들어선다. 미술품은 공급이 한정된 것이라 수요가 늘어나면 그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인데 결국 돈과 욕망에 눈이 멀어 실수하고 사람들을 배신하고 또 기물에 속고 또 기물에 울고 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상업으로서 우리 미술품을 거래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가운데서도 상도덕을 지켜가며 신의를 쌓고 또한 무엇보다 미술품에 대한 안목과 애정을 품는 것이야 말로 이 업에서 오래도록 성공하는 길이다.

 

  한국 미술품 시장에서 한 평생 일한 저자이지만 그가 만난 기물 중 최고의 기물을 만난다는 것은 참 인연이 필요한 희귀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술품의 가치를 정확히 안다는 것은 그 미술품이 가진 시대와 양식과 그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희소성까지 알아야만 하는 것으로 그 기물하나를 전체로 이해한다는 것은 실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도 업으로서 하는 사람은 이를 또 다른 인연으로 건네주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데 그것이 될 수 있으면 한국 고미술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사람에게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나아가 국제경매에서 한국 기물이 될 수 있으면 외국 수장가에 의해 오랜 세월 묻혀 있기보다는 한국 수장가나 한국 박물관에 가도록 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 수 있게 하는 역할도 보이지 않는 그들의 책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으로서 하는 사람들은 불법 도굴꾼에 의해 유통된 기물도 빨리 유통과정에 참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을거라 생각된다. 따라서 일반인인 우리가 그들을 평가하기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분청사기 자라병과 앵무잔 그리고 분청사기 인화문병 등 몇 몇 눈에 띄고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기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평생을 업으로 하면 반드시 귀한 기물도 만나게 마련이다. 그럴 때 과연 이익만을 떠나 보다 보편적인 가치에서 그 기물을 대할 수 있을까? 하고 묻게 된다. 아직 세상이 고미술품시장에 대해 눈 뜨기 전.... 그들은 아마도 많은 눈먼 기물들을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눈먼 사람들에게 거래하였을 것이다. 그럴 때 정당한 이익을 추구하고 더불어 그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나아가 안목을 나눠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다면 미술시장이 지금처럼 혼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하는데 양자가 모두 바른 안목을 가지고 양심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때 그 시장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미술품을 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안목'이다. 내게도 귀한 기물을 소장하는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 그럴 때 나의 기물을 대하고 알려고 하고 더욱 인격체로서 사귀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야 내게 있는 동안 더욱 그 기물의 가치를 알아주고 더욱 자주 눈길을 주고 또 더 큰 인연이 생겼을 때 잘 보내주는 마음을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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