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새니얼 호손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
나사니엘 호손 지음, 천승걸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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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니엘 호손은 19세기초 미국 낭만주의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로 미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에머슨, 소로우 등의 초절주의자들이 인간의 정신과 인류진보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을 가진 것과는 달리 인간의 내면적인 어두움과 무의식, 인간 본성에 내재한 악과 부정의 문제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인간 정신의 깊은 이해에 도달하려고 했다. 더불어 그는 개인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역사 그리고 윤리 문제로 나아가 이 문제를 고찰하고 있다.

첫 작품인 '나의 친척 몰리네 소령'부터 내용이나 상징하는 바의 모호성으로 뚜렷하게 작품의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그것이 주인공 로빈의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인지 무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인지에 대한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다. '맬빈의 매장'에서는 지키지 못한 장인과의 전쟁터에서의 약속이 자신의 아들과의 업으로 이어져서 결말맺는 과정에서 로이벤의 가슴 속에서 더욱 명백해지고 지울 길 없는 죄책감으로 자리잡게 되는 내면적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된다. '오월제 기둥'에서도 '목사의 검은 베일'에서도 '반점'에서도 이러한 이중성과 모호성은 더욱 짙어진다.

사람들과 세상과의 벽으로 놓여진 검은 베일은 얼굴을 가리는 기능을 통해 세상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생겨나고 변해가는 인간 본성의 부정적인 요소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묘사가 이어진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끝내 벗지말라고 말하는 목사는 인간의 마음 속에 그 인간의 생명이 끝나지 않는 한 악마의 내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사실 우리들 마음 속에도 그런 베일이 하나 또는 둘 있지 않은가?

넓은 대륙을 프론티어 정신으로 개척하기 위해 기계기술과 과학을 발달시켰던 미국이 과학기술문명에 대한 맹목적인 희망에 대해서 비판하는 '반점'은 그 비판을 통해서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선과 악의 문제를 더욱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 반점이 있어 그녀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아름다운 그녀인데도 조지아나의 반점이 자신의 내면에서 자신의 과학적 자존심과 더불어서 자신의 마음 속에 난 자존심의 상처가 되고 그것이 불행의 씨앗으로 자라게 된다. '라파니치의 딸'에서는 선에서는 악이 독이 되지만 악의 입장에서는 선이 독이 되는 선과 악의 상대성을 통해서 우리가 지향할 인간 본성은 과연 무엇인가 묻게 해준다.

그의 작품 세계는 옮긴이가 얘기한 것처럼 인간의 내면적 본성의 특성이기도 한 모호성이 베일처럼 작품에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다. 해가 찬란하게 비치는 낮이 아니라 구름이 뿌옇게 끼고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 희뿌옇게 뜬 달과도 같다. 그 달빛이 비친 강물 위에 물결이 출렁이는 모습이다. 우리는 어떻게 그 달빛을 볼 것인가? 그러기 위해선 수많은 물결 위를 쳐다볼 필요가 없다. 물결이 멎을 때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저 구름이 걷히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그 걷힌 밤하늘에서 명쾌하게 뜬 달을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호손은 우리들이 가진 인간 본성이 무엇인지 우리들의 내면에서 찾을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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