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으로 읽는 한국어사전 이어령 라이브러리 8
이어령 지음 / 문학사상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 책을 읽는 중 작은 마을 도서관을 찾았다가 우연히 손에 잡힌 책이다. 이어령 선생님은 글을 어떤 식으로 쓰는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고 바로 읽어나갔다. 언어의 대가답게 테마를 잡는 것에서부터 그 말의 어원과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말을 뒤집어보고 반대되는 상황에서의 예를 들어보고  이것 저것을 건드리면서도 글이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선명한 궤적을 내고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짧은 글 하나가 치밀하게 구성된 하지만 전혀 인위적이지 않은 하나의 작품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글을 쓰는 데에도 이런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구나! 글의 천재, 언어의 천재라고 불리우는 이어령 선생님도 그 말 뒤에 보이지 않는 이토록 많은 자료 조사와 꼼꼼한 구성과 노력들이 있었구나! 글의 구석구석에서 그것을 볼 수가 있었다. 아! 타고난 작가는 없구나. 비록 적성과 재능을 타고났다하더라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노력과 준비가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글쓰기의 재능과 기법을 떠나 그의 글에 대한 정성과 마음을 먼저 배워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말 중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쓰는 말도 있고, 그 말이 변하고 변해 처음 쓰이던 의미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말도 있다. 이런 말들을 그 말의 어원과 국어에 대한 바른 의미를 통해서 보다 깊은 의미를 도출해내고 우리들에게 삶의 교훈을 주도록 지혜를 이끌어내는 방법이 그토록 탁월하나니...두 세장 분량의 글을 쓰기 위해 선생님이 조사하고 정리하였을 많은 자료들과 그것을 구성해서 어떤 체계를 만들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마음이 절절이 느껴진다. 그 동안 내가 너무 함부로 써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낱말 하나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정확한 의미와 그 사용법을 익혀서 쓰는 선생님의 자세를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선생님처럼 정확히 또 깊이 이해하지는 몰라도 조금씩이라도 노력은 하고 살아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것이 이렇게 빈틈없이 그리고 잘 된 글을 사용하는 분을 글을 통해서나마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 글을 읽고 감동하는 독자로서 지켜야 할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말의 의미에 따른 사용에서 보여지는 상반되고 이중적인 해석은 우리들이 존재에 대한 깊은 의문을 가지게 한다. 선생님이 스스로 말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어머니의 부재에 대해 영원한 모성을 꿈꾸게 하였고 그것을 생물학적인 의미를 넘어서 형이상학적인 의미의 어머니란 꿈과 이상으로 승화시켰음이 그것을 말해준다. 존재의 빈탕같은 탯줄의 언어로써 말 속에서 존재의 진실을 찾고자 했던 그의 의문이 삶을 더욱 깊게 하였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선생님의 책을 좀 더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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