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막사발과 이도다완
정동주 지음 / 한길아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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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막사발을 일본에서는 국보로 지정하여 매우 가치있게 대접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 다완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시대적 도자적 특성상 고려청자에서 백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기에 분청사기의 한 지류로서 만들어졌던 그릇이라고 알려졌을 뿐이다. 저자 정동주님은 이러한 정호다완의 뿌리와 그 이야기를 찾아 20여년간 차를 마시고 다기를 공부한 이력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나는 일본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조선시대 다완이 어떤 구조와 빛깔, 그리고 형태와 모양을 가졌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우선 도판 사진이 매우 훌륭하고 뚜렷해서 눈공부는 잘 된다. 일본에서도 알현하기 힘든 귀한 그릇을 하나 하나 찾아다니거나 좋은 도판사진을 구해서 실은 정성만 하더라도 대단하다. 그래서 이 책만 보고도 정호다완과 조선다완에 대한 느낌을 뚜렷하게 지닐 수 있게 된다. 왜 조선에서는 한 때의 그릇에 불과했던 것에 일본의 문화는 생명력을 불어넣고 스토리를 가미해서 세계 최고의 그릇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 이 책을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왜 '이도'라고 부르는 걸까? 저자는 1578년 10월 25일 [센노리큐 연보]에서 처음 이 명칭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깊은 우물'모양이어서 이도라고 한다는 설, 이도 와가사노가미라는 자가 임진왜란 때 출병했다가 막사발을 모아 일본으로 가져갔다는 설, 우리 나라 경상도 지명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등이 있지만 저자는 일본인이 이름을 지을 때는 출생지의 특성이나 츨생할 때의 환경을 지닌 상황에 따라 정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도라는 일본말이 새미, 샘, 샘물, 우물, 소 등의 뜻을 가진다고 본다. 그래서 새미골설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한국 남부지방에도 이런 새미골이란 지명을 가진 곳이 많다는 곳이다. 그 중 도자기터로 사용되었던 곳을 추정해들어가며 저자는 자신의 논지를 편다. 다소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풍겨가면서도 나름대로 날카롭고 객관적인 듯한 설명은 사람들을 수긍시키기 쉽다. 이도다완의 제작이 가능한 세 가지 요건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민요여야 하고, 둘째, 진주 동남쪽이어야 하고, 셋째, 14~16세기에 제작된 것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저자가 지명한 곳은 사천시 사남면 구룡리 구룡요지이다.

 

  또한 저자는 야나기 무네요시의 생활잡기설을 부정한다. 그 근거로 이 이도다완이 제작될 당시에는 서민들이 도자기를 생활식기로 사용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는 점을 든다. 그렇다고 제기로 볼 수도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제기는 엄격한 유교절차에 따라 백자만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완의 제작과정이 아무런 흙으로 수비과정을 거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만든 것이 아니라 '매화피'나 '비파'색이나 시원하게 깍은 '굽'이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숙련된 도공이 무위나 무심의 혼으로 구워낸 걸작품이기에 생활잡기로 사용되었을 리가 없다고 본다.

 

  다완 한 점 한 점을 들여다본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참 자연스럽게 눈에 거슬리는 점이 없다. 또한 시원시원하고 굽에서는 당당함이 전해진다. 정말 잘 만든 그릇이다. 그냥 쉽게 제작하기는 어려웠을 듯 하다. 그래서 근대이후로 현대도예가들도 이를 완전히 복원하지 못한다. 특히 정말 제작기술이 많이 들고 힘들다는 이유로 무위 또는 무작위의 미를 비판하는 점들도 온당치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미를 보는 관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우리가 만들어낸 그릇을 일본인들이 그 미감으로 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닌 그릇으로 만들었고 그것이 가진 미감이 보편적인 것이라면 그 비밀과 뿌리를 밝히는 작업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 미지의 밀림에 하나의 길을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저서를 바탕으로 이도다완에 대해 좀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복원되어 나도 저런 다완 한 점을 소장하여 차를 따라 마시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제작했던 도공의 예술혼이 무엇이었는지 그들의 정신세계가 어떠했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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