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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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내 가슴 속으로 쏙 들어온 글들을 쪽지에 적어 다닌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적절하게 한 번 써보고 싶을 때 한껏 멋을 부려 써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을 시기적절하게 써먹을 때쯤엔 항상 나는 그 말을 잊어버리곤 했고, 그것을 입 밖으로 끄집어내었을 땐 이미 그것은 너무나도 어색하고 평범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노트에 늘 베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지니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꼭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그 시가 주는 마음만 느낌만 간직하면 되는 것이다.

시를 읽는 동안에 내가 즐겁고, 또 시를 읽는 동안의 시인의 상상력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무엇보다 말로 표현된 글들의 이면에 표현되지 않는 마음을 공감할 때에

짠 하게 나를 뒤흔드는 느낌들이 한 권의 시집을 들게 만든다.

시인은 역시 안온하고 포근한 이불을 덮고 방안에 누운 영혼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비바람 불고 천둥치는 거리를 뛰쳐 나와 그 비를 맞고 바람을 맞으며 천둥소리와 대면해야 한다.

그리고 시는 드러내지 않고 드러내어야 한다.

시골길의 부부가 멀찍이 떨어져 걷는 모습이...

팔짱을 끼고 허리에 손을 두르는 현대의 커플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그 고불고불한 시골길을 한참 걷다가

소실점에 한 점이 되어버린 부부....에서

가파른 언덕길로 전혀 힘들지 않은 말없지만 따뜻한 사랑에....우리는 감동한다.

아! 김기찬 작가의 사진 또한 그러하다.

삶을 살기 위해 빠듯하게 몸을 뒤척여야 했던

먹고 사는 것이 그렇게 힘겨웠던 지난 시절의 우리들의 얼굴은

고통으로 찌들어 있지 않다.

오히려 더욱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사랑과 행복의 미소에

배부른 오늘이 잃어버린 그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가?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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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7-0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았사옵나이다. ^^

달팽이 2006-07-04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고 다니면서 천천히 한 편씩 읽어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