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가 오가는 철이라고 쓴다 새떼 하나는 날아오고 새떼
하나는 날아간다고, 거기가 공중이다, 라고 쓴다
두 새떼가 마주 보고 날아서, 곧장 맞부닥뜨려서, 부리를,
이마를, 가슴뼈를, 죽지를 부딪친다고 쓴다
맞부딪힌 새들끼리 관통해서, 새가 새에게 뚫린다고 쓴다
새떼는 새떼끼리 관통한다고 쓴다 이미 뚫고 나갔다고, 날
아가는 새떼끼리는 서로 돌아다본다고 쓴다
새도 새떼도 고스란하다고, 구멍 난 새 한 마리 없고, 살점
하나, 잔뼈 한 조각, 날개깃 한 개, 떨어지지 않았다고 쓴다
공중에서는 새의 몸이 빈다고, 새떼도 큰 몸이 빈다고, 빈
몸들끼리 뚫렸다고, 그러므로 공중이다, 라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