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허투루 나지 않은 고향 길

장에나 갔다 오는지 보퉁이를 든 부부가

이차선 도로의 양끝을 팽팽하게 잡고 걷는다

이차로 간격의 지나친 내외가

도시 사는 내 눈에는 한없이 촌스러웠다

속절없는 촌스러움 한참 웃다가

인도가 없는 탓인지도 모르지

사거니 팔거니 말싸움을 했을지도 몰라

나는 또 혼자 생각에 자동차를 세웠다

차가 드물어 한가한 시골길을

늙어 가는 부부는 여전히 한쪽씩을 맡아 걷는다

뒤돌아봄도 없는 걸음이 경행같아서

말싸움 같은 것은 흔적도 없다

남편이 한쪽을 맡고 또 한쪽을 아내가 맡아

탓도 상처도 밟아 가는 양 날개

안팎으로 침묵과 위로가 나란하다

이런저런 궁리를 따라 길이 구불거리고

묵묵한 동행은 멀리 언덕을 넘는다

소실점 가까이 한 점 된 부부

언덕도 힘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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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7-03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길, 미화되지 않은 부부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져 정겹네요.
'부부'라는 이름으로 어깨동무해 가는 사람들이 더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어깨동무하고 짐을 나눠 가져야 인생길을 걸을 수 있는 우리들의 동행.
가장 가까이 살아 서로가 바라보는 그 곳이 바로 똑같은 곳이라는 것도 가끔 잊어버리고 살지요...

달팽이 2006-07-04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음은 너무 표현하는 사랑만을 사랑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요..
그렇지만 표현되지 못하고 가슴 속 한 켠에 고이 묻어둔 그런 사랑...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가슴으로 더욱 깊이 파고드는 그런 사랑..
그립군요..
냉랭해 보이던 부부 사이의 그 거리가...
소실점 가까이 한 점 된 부부...
언덕도 힘들지 않다...에서...저는 이 시가 너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