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허투루 나지 않은 고향 길
장에나 갔다 오는지 보퉁이를 든 부부가
이차선 도로의 양끝을 팽팽하게 잡고 걷는다
이차로 간격의 지나친 내외가
도시 사는 내 눈에는 한없이 촌스러웠다
속절없는 촌스러움 한참 웃다가
인도가 없는 탓인지도 모르지
사거니 팔거니 말싸움을 했을지도 몰라
나는 또 혼자 생각에 자동차를 세웠다
차가 드물어 한가한 시골길을
늙어 가는 부부는 여전히 한쪽씩을 맡아 걷는다
뒤돌아봄도 없는 걸음이 경행같아서
말싸움 같은 것은 흔적도 없다
남편이 한쪽을 맡고 또 한쪽을 아내가 맡아
탓도 상처도 밟아 가는 양 날개
안팎으로 침묵과 위로가 나란하다
이런저런 궁리를 따라 길이 구불거리고
묵묵한 동행은 멀리 언덕을 넘는다
소실점 가까이 한 점 된 부부
언덕도 힘들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