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 역사를 담은 건축, 인간을 품은 공간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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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에 두번 갔었다. 그 곳에서 건축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우선 눈길을 끈 것은 퐁피두 건물이었다. 모든 기둥과 전선 및 엘리베이터를 겉으로 다 드러내고 안의 공간은 기둥하나 없는 빈 공간을 연출한 것이었다. 어찌보면 건축물은 내부는 공간과 기능을 외부는 장식과 화려함이라 볼 수 있는데 그런 상식을 깨뜨린 건물이 퐁피두였고 그래서인지 기능을 위해 뽑아내었던 모든 것들이 저절로 시각적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펑~~하고 뚫린 그 넓은 공간을 다니면서 건물은 인간의 마음이 창조해낸 공간구조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집 하나를 짓는데에서부터 도시를 설계하는 것에는 많은 인간의 마음과 의도가 작용한다. 파리도 그런 도시다. 물을 가져오기 위해 수많은 거리의 배수관을 설치하고 계획도시를 만들기 위해 고안하고 개선문을 통해 본 방형적 거리와 구조에는 감시와 권력이라는 인간의 마음이 작용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나의 건축물 속에서도 권력은 실현되는데 사무실의 시끄러운 출입구쪽에는 신입사원이 그리고 안쪽의 창가로 갈수록 직급과 계급이 올라가는 구조이고 높이도 계단으로 조금 올라가게 설계할 수도 있다. 앞에 놓인 테이블이나 의자의 수도 그가 거느리는 권력의 범위에 맞게 조정된다고 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구조를 보면 그 권력과 욕망이 뒤섞이는 구조를 더욱 잘 알 수 있다. 상류층은 타인과 구별짓는 자신만의 소비패턴을 갖고 중산층은 상류층을 모방한 모방소비를 하고, 하류층은 중산층을 모방한 소비를 한다. 상층의 사람들에겐 다른 계층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배제정책을 써야 효과가 있고 중산층이하의 사람들에게는 수용과 개방의 정책을 써야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백화점은 입구를 하나두고서 들어가면 가장 편한 곳에 매출이 가장 많은 보석과 귀금속류를 두고 그 위에 여성용 옷과 엑세서리, 그리고 남성용 옷과 스포츠 웨어, 가전, 침구 이불 그릇류 등으로 비슷하게 배치된다. 사람들은 그 공간안에서 식사도 해결하면서 계획된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무엇보다 아파트라는 주거공간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정말 획일화된 아파트 공화국이다. 그것도 브랜드 아파트 공화국이라서 다른 주거형태나 주거주권을 찾아볼 수 없다. 2.5미터의 층구분은 그것도 층간 공간을 제외하고는 2.25미터의 높이로 똑같은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는 그야말로 답답한 공간이다. 가로 세로 구성비로 보니 정말 이 높이의 공간은 24평 이하의 아파트에서는 안정감을 주지만 40평대이상의 아파트 구조에서는 천장이 답답할 정도로 낮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집을 옮겨보니 천정이 높아져서 정말 시원한 느낌이 든다. 오늘날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이 만들어낸 이윤의 욕망구조 속에서 우리는 주거주권을 상실하고 닭장의 병아리처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주거공간 안에서의 구조의 분할도 생각해보게 된다. 아파트내의 사적 공간인 침실과 방, 그리고 방에 부속된 드레스룸과 화장실은 그 사적 공간을 더욱 사적이고 은밀하게 만들었고 주방과 거실은 가족들 간 또는 손님과 공간을 공유하는 공적인 공간이 된다. 더 상류층으로 갈수록 서재나 다실과 같은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부가적인 공간이 늘어나고 이는 사적 공간은 사적 공간대로 공적 공간은 공적인 공간대로 분화하고 사적이고 공적인 공간이 겹치는 반사적 또는 반공적 공간으로 분화되면서 더욱 넓어진다.

 

  사적 공간에 주로 강력 범죄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cctv를 설치하면 범죄예방을 할 수 있지만 건축을 할 때 공간구조의 공적화를 통해 그것을 실현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다고 세상의 범죄가 다 없어지지는 않지만 범죄가 많은 골목에 벽화를 그린다든지 조명을 아주 밝게 한다든지 하는 일련의 의도들이 그런 범죄율을 낮출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결국 건축은 권력과 욕망을 반영하기도 하고 성당이나 교회처럼 권력구조를 수직적으로 하여 복종하게 하고 경건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건축은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사회적인 것이며 그 인간의 마음이 실현된 것이다. 어떤 인생의 가치를 구현해내려고 하는가에 따라 건축물의 구조와 그 속에 담긴 공간분할과 배치, 장식 등이 달라질 것이다. 역사 속에서 그런 건축물의 상징을 읽어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앞으로 여행을 다니게 되면 건축물을 다시 보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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