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끝없는 하늘을 보니 마음은 편안한데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그대 모습 떠오르네

바위섬은 파도를 맞고 가슴 젖으며

투명한 햇살은 물결 위에서 넘실대는데

깍아지른 절벽 위에 선 우리

제 각각 갈 길은 눈 앞에서 갈라지네

바람은 바위 틈에 자라는 풀잎을 뽑을 듯하고

흔들리는 구름 다리는 앞 길을 흐리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가는 길 위에

개미 한 마리 발에 밟혀 소리도 없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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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6-1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게의 죽음, 김광규

어미를 따라 잡힌
어린 게 한 마리

큰 게들이 새끼줄에 묶여
거품을 뿜으며 헛발질할 때
게장수의 구럭을 빠져나와
옆으로 옆으로 아스팔트를 기어간다
개펄에서 숨바꼭질하던 시절
바다의 자유는 어디 있을까
눈을 세워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달려오는 군용 트럭에 깔려
길바닥에 터져 죽는다

먼지 속에 썩어가는 어린 게의 시체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

달팽이 2006-07-1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의 빛 어디로 갔을까?

따끔하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마음보다 손이 먼저 가서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납작해진 모기와 튄 핏방울

그 짝하는 소리와 함께
모기는 어디로 갔을까?

그의 납작해진 허물만 벗어놓고
한 순간에 달라진 생과 사
그 틈새에서 생명의 신비를 엿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