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수북
한샤오궁 지음, 김윤진 옮김 / 펄북스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먼 산을 그린 묵화가 단조롭다. 그 앞 활짝 핀 매화를 그렸다. 도시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 지식인이 그 곳에서 자연과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연 속 풍경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야기 산짐승과 가축이야기 그리운 자연의 품, 토지의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 등 도시의 생활에 싫증난 현대인들의 마음을 한가롭게 만들어주는 글들이 우리들의 시선을 끈다.

 

  생각할 것이 적어진 자연의 생활은 격물하는 대상에 대한 깊은 마음의 눈을 뜨게 한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의 생각들과 닭들의 권력 투쟁과 질서를 알게 하고 또 그 속 생명 간의 깊은 교감 속에서 자연의 삶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보다 섬세하고 깊은 마음을 열 때 비로소 그 충만한 행복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그 속 나름대로의 역사를 간직한 마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등장인물들은 그 역사적 흐름의 최종결과물이다. 그들이 형성해온 삶과 인격 성격은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통해 풀어놓고 서로 간의 행복한 간섭이 시작된다. 그리고 저자는 그 모든 것을 기쁜 마음으로 열어 두고 있다.

 

  나름대로 각각의 인생의 스토리와 흔적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이웃으로 서로 만나고 나누는 과정 속의 모든 것이 솔직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자연에 적응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듯 그 자연생활에 적응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 속 긴장과 서투름조차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다.

 

  이미 지식인으로 이러한 생활을 글로써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에 이 책은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귀농이 유행처럼 번지는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섬세하고도 따뜻한 자연생활의 일기를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별로 없다.

 

  다만 이 책은 중국의 역사와 정서를 많이 담고 있고 특정 지역에 대한 정보를 담고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는 한국 사람들이 조금 따라가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 다만 이 책이 주는 감동만큼은 보편적이고 전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위안으로 이 책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사회에서 급속히 자본주의의 물결이 흘러넘치고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어가는 요즈음.. 이 책이 더욱 중국대륙을 어필할 수 있는 배경을 갖추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아직 미래와 현재와 과거가 해안에서 내륙으로 갈수록 남아 있는 공간이다. 이 책은 바로 해안가까이 있는 도시화가 첨단을 달리는 곳에서 내륙의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하고 또 중국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자본주의화와 도시화에 대한 경고와 암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연을 대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기쁨과 자연을 자신의 삶으로서 받아들이는 가운데 느끼는 삶의 풍요로움과 즐거움 그리고 깊어짐의 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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