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베라는 남자에 대한 캐릭터 부여가 이 책을 볼 때 우선 생각해야 하는 점이다. 그는 59세의 스웨덴 남자이다. 그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고 과묵하고 말이 없는 아버지의 밑에서 자랐다. 가족이라는 정서와 엄마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 그의 롤모델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과묵하고 말이 없으며 행동으로 사는 그런 사람이다. 그 또한 과묵하고 말이 없으며 억울한 일을 당해도 먼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섬이었고 그의 유일한 링크는 아버지였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16살 된 어느날 저 세상으로 가고 만다. 홀로 자라며 정서적인 울타리를 가져보지 못한 한 사춘기의 남자, 그 정체성은 그가 죽을때까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오베라는 사람의 캐릭터를 만들게 된다.

 

  그에게 고립무원의 섬에서 또 하나의 인생의 빛이 되어준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소냐였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한 줄기 빛도 없고 소통도 없는 삶을 그녀를 만나고 버렸다. 그녀는 그의 전부였으며 그의 전 의미였다. 그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때 소냐는 그 의미를 알았고 그 둘은 서로의 인생을 기탁하는 사람이 되었다. 인생의 행복한 시간들이 흘렀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 최상의 행복을 깨뜨릴 사건이 하나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를 유산하고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만든 차량사고..... 그러나 소냐는 밝은 여성이다. 교육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초등학교 선생님이고 아이들에게 세익스피어를 읽히는 것이 꿈인 교사다. 그는 마르지 않고 샘솟는 밝음과 희망으로 살았고 사람들과 세상과 어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베라는 남자를 사랑하고 그의 깊은 면들을 이해하고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오베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주로 우리 아버지 세대의 사람들 중에 그런 남자가 많다. 전쟁과 뼛 속 깊이 각인된 배고픔을 잊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 말이다. 그들에게는 책임져야 할 많은 가족들이 있었고 그 속 엄격한 규율과 원칙 속에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를 할 때면 간혹 벽과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아무런 정서적 교류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바위같은 사람 말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일단 그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오면 더없이 사랑과 정을 나누게 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어쩌면 우리 후세대들이 보기엔 우리세대가 바로 오베일런지도 모르겠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죽음이다. 소냐가 없는 삶은 아무 의미없는 흑백의 세상이고 절망이다. 그의 유일한 소망은 그녀의 곁으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확고하고 의미없는 그의 삶 속으로 이웃들은 자그마한 사건들로 끊임없이 부딪혀오고 그것이 그의 삶 속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다. 그 균열은 말하자면 그가 사랑했던 소냐가 아주 즐거워했을 삶의 기쁨이었다. 그는 선택의 순간 늘 소냐를 떠올리며 자신의 반응을 수정해나간다. 그것이 결국 그의 마음을 열고 이웃들을 받아들이는 오베를 만들어간다. 소냐는 그의 삶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고 또 살아 있다.  이러한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다.

 

  30대의 작가는 그의 아버지 세대를 공감하며 이 스토리를 써나갔을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사브와 볼보에 대한 경쟁적 애정을 갖고 있고 완고하고 자신만의 규칙으로 삶을 살아가며 타인을 자신의 규율 속에 자리잡아야 마음이 놓이는 오베!! 아주 작고 일상적인 한 시민의 내면묘사를 짧고 간결한 문체로 써내려가며 끊임없는 반전과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가 이 책을 오랫동안 독서열풍을 일으킨 원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며 나의 일상 생활에서 오베와 같은 사람들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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