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풍경과 놀다 - 강홍구 사진전




80cm X 222cm
재질 : 디지털 사진 인화
제작년도 : 2000
그린벨트 시리즈-세한도


전 시 강홍구 : 풍경과 놀다
일 시 2006.06.09.금~2006.08.06.일
장 소 로댕갤러리
장 르 사진
작 가 강홍구,
전시개요
전시구성
   
이번 전시는 90년대 중반부터 작가가 보고 느낀 시간과 기억, 역사가 얽힌 매끄럽지 않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디지털 사진의 왜곡을 통해서 일그러진 채로 보여 준다. 초기의 작업 일부부터 최근까지 전개된 작품들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시간 순으로 배치하여 작가의 작품세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초기작을 이루는 스캐너 합성사진에서 가부장제의 억압아래 괴물이 출몰하는 가정(행복한 우리 집), 분단상황에 대한 공포가 일상에서 드러나는 장면 등은(전쟁공포)은 갑작스럽게 피어난 경제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불안과 갈등을 드러내 보여 주고있다. 한편 작가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스틸 시리즈들은 노골적으로 폭력과 섹스를 남용하는 영화 속 주인공으로 자신을 연출하며 나르시시즘과 자기연민이 얽힌 드라마를 보여 주고 있다. 심각하고 엄숙하여야 할 미술은 싸구려 장르영화와 상업광고의 상투적인 장면으로 변환되고, 그 속에서 감독이자 주연인 작가는 고민과 절망들을 조잡하게 위조한 사진으로 삐딱하게 선보여 웃음거리로 만든다.(나는 누구인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거칠게 만든 합성사진 이미지들은 실상 세련되고 고상하지 못한 우리 현실을 그럴듯하게 재현하여 보여 주고 있다. 스캐너로 여러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한 초현실적인 몽타지풍의 연출 방식은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넣은 시점에서 점차 작가가 직접 촬영한 한국 사회의 풍경과 결합하며 현실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디지털 풍경사진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나 이는 현실의 부조리함이 작가가 연출한 부조리함보다 더 크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변화이기도 하다. 디지털 카메라가 갓 상품화되어 대중에게 소개되던 시절, 부족한 용량 때문에 여러 사진을 이어 붙여서 만든 풍경들은 좌우로 긴 파노라마를 이룬다. 그러나 이 풍경들은 넓은 시야를 일관되게 포착하여 현실을 충실하게 재현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풍광들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조합들이다.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전근대를 배경으로 시작해서 한 세대를 지나기도 전에 곧바로 정보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는 건너뛴 시간과 공간을 반영하는 다양한 모순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강홍구의 디지털 사진에서 보이는 풍경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진화된 인류가 지배하는 미래사회가 아니라 파시즘적 군사문화와 집단이기주의 같은 근대화 과정의 잔재들이 가라앉은 풍경들이다. 압축성장의 와중에서 자본주의와 상업화로 왜곡되고 삐뚤어진 현실은 보이는 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파편들을 이어 붙여 위조한 사진에서 더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일관되고 매끈한 표면을 유지하지 못하는 현실의 파편들을 조합한 디지털 사진은 현실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 주는 가장 적절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서울 근교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은 도심 속에 남은 마지막 자연의 보루라기보다 갑작스러운 개발열풍 속에서 뒤쳐진 쇠락과 노후의 흔적들을 보여 준다. 촌락을 중심으로 한 농경사회는 도시화의 필연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무너졌고 그 과정에 남은 잔재들은 녹색의 이상향이 아니라 회색조의 우울한 풍경을 만든다. (그린벨트) 가짜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풍광 속에서 "진짜 가짜"인 드라마 세트는 역사와 맥락을 무시하고 세워져 실체없이 허울만 존재하는 배경막으로서 현실을 일깨워 준다.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드라마 촬영 세트 위에 오려 붙인 인물들이 이루는 풍경은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가 한 공간에 담겨 있는 가짜 풍경의 허구성을 돋보이게 한다.(드라마세트) 김포공항 근처 소음피해 보상지역이자 주민 이주 후 폐허가 된 지역인 오쇠리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경제개발의 희생양이 된 도시 근교에서 작가가 느낀 무력감이 절실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은 떠나고 쓰레기와 텃밭만 남은 동네의 지금도 진행 중인 비참한 사연을 알지 못해도, 색감를 조절하여 일부러 부조화하게 만든 풍경은 유령마을 특유의 음산함과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과거의 유령들을 느끼게 한다. 도시의 고층건물과 고속도로 밑에 숨은 어두운 그림자처럼 오쇠리의 황량한 풍경은 우리 사회의 발전상을 위해 버린 것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오쇠리 풍경)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도 우리의 주변을 이루는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작가가 살고 있는 불광동 재개발 지역의 풍경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집은 더 이상 사람이 사는 주거 공간이 아니라 투기와 유랑의 장소가 되었으며 북한산 자락을 끼고 옹기종기 모여있던 집들이 재개발을 위해 허물어진 풍경은 자연과 인공이 맞닥뜨리는 초현실주의적인 전쟁터가 된다. 산등성이를 따라 언덕을 파고들며 세워졌던 자그마한 집들이 다 허물어진 후에는 자연친화적인 환경과 참살이를 광고하며 하늘을 가리는 아파트들이 들어설 것이다. (미키네 집, 수련자) 마지막으로 전시장을 나서기 전에 관람객이 직접 풍경 속에 들어가서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기존의 주택을 허물고 난 빈터를 찍은 사진 위에 집을 그려 넣는 관객 참여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은 불광동의 폐허에 새로 집을 세우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텅 빈 공허 위에 새로 희망을 쌓는 사람들의 참여는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는 작가의 비전을 관객이 채워 나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처 : am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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