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웃종교로 읽다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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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서양에서 더욱 폭넓고 대중적으로 퍼져가는 불교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작년 초에 열반에 드신 숭산스님도 그런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힘쓴 분이다. 한국불교와 티베트 불교, 일본 불교, 그리고 남방 불교 등 여러 종류의 불교가 미국을 위시한 서양세계에 소개되고 또 서양 사람들의 마음에 싹트고 있다. 이러한 불교인구의 확대와 더불어 종교로서의 불교가 선과 명상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뿌리내림으로써 행복한 삶과 생활을 중심으로 한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불교국가로서의 한국 불교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지, 또한 한국불교가 서양의 현대불교의 변화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오교수는 할 말이 있었을 것이다.

  우선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를 통한 불교의 형성과정과 그것의 확장 과정 그리고 불교 경전의 형성 과정을 다룬다. 초기 부처님이 설했던 사성제와 팔정도를 통한 불교의 기본 교리의 성립과 초기 인도불교와 대승불교의 성립, 그리고 인도 불교의 쇠퇴과정이 나타난다. 그리고 중국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국가로 불교가 전래되는 과정과 지역과 국가에 따른 불교의 민족적, 지역적 특징과 색채들을 살펴본다. 동아시아 불교에서 중국 불교를 건너뛸 수 없다. 중국은 인도의 달마 조사를 시작으로 불교의 꽃을 피우게 되고 그것이 한국과 일본으로 전래되기 때문이다. 또한 선불교의 전통과 맥이 가장 잘 전수되고 있는 한국불교도 불교 역사에서 차지하는 현재적 위치를 무시할 수 없다.

  한국 불교의 특징은 선불교다. 고려시대까지 불교는 국교로 지정되거나 국왕의 지지를 받았는데 조선시대로 넘어가면서 유교를 숭배하면서 불교는 탄압받게 된다. 그러면서 불교의 종파는 크게 교종과 선종으로 양분되는데 이것이 한국 근대에 와서는 선종으로 통합된다. 물론 천태종, 화엄종, 법화종 등의 종파와 원불교 등 여러 가지 대중화된 불교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한국 불교의 주된 맥은 역시 선불교라고 할 수 있다. 선불교는 문자에 얽매이지 않고 경전을 떠나 직접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아 본성을 보고 깨친다는데 중심을 둔다. 참선 방법으로는 좌선을 사용하는데 그 방법의 차이에 따라 간화선과 염불선 묵조선으로 나뉜다. 우리 나라 선불교는 간화선을 그 근간으로 한다.

  서양으로 간 불교는 주로 중상류층 이상의 엘리트층이 향유하는 문화로서의 성격을 가지며 기복적이거나 사후세계의 관심보다는 현실생활과 행복을 그 목적으로 한다. 주로 명상과 선을 하고 있으며 일상생활과 수행을 병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불교가 서양으로 건너가면서 더욱 대중화되고 명상과 선이 강조된 점을 볼 수 있다. 한국 불교는 아직도 출가스님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기복적이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이거나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바탕을 둔 것이 대부분이다. 이제 우리의 재가불가자들의 종교로서의 불교도 서양의 흐름과 성장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로서의 불교도 시대가 변하면서 더욱 대중화되고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자화되고 언어화된 형식적이고 예식적인 면들이 보다 많이 축소되고 그 정신과 의미를 얻으려고 하는 점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음 속에서 종교의 의미가 새롭게 조명되지 못하고 창시자의 마음을 공유하지 못할 때 그것은 신비화되거나 절대화된다. 나아가 그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면 '근본주의'의 형태를 띠게 된다. 다른 종교나 다른 신념에 대해 배타적이고 비판적인 근본주의는 인류사에 있어서 늘 문제를 빚어왔고, 인류의 성숙한 삶을 방해해왔다. 이제 두 종교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고 갈등하는 한 줄기의 강같았던 종교가 모든 종교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자신의 종교 안에서 더욱 성숙하고 자비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바다의 종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의 새로운 종교의 역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또한 불교를 비교사적으로 접근한 책이기 때문에 종교가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와 사회참여적이고 대중화된 의미에 주안점을 두게 됨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선의 가르침과 체험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게 된다. 하지만 불교에서 선적 체험이 없이 성숙하고 행복한 삶이 진실로 가능한 것일까? 역사적으로 알려졌던 소수의 깨달은 자들만을 신비화시키는 종교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여정을 통해 인간영혼의 성숙을 위해 누구나가 걸어가야 할 길로서의 불교가 참된 내적 깨달음없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주인으로 살 수 있으며, 세상의 평화와 자비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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