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이 무엇인가?

해질 무렵 동네 어귀에 돌아오는 선비의 뿌연 갓에 얼굴을 가린 모습과도 비슷하고

차가운 비내린 새벽에 연병장을 무수히 돌아온 병사의 몸에서 뿜어대는 온기같기도 한 그것은..

 

아침에 집을 나서며 보이는 뒷산은 짙은 구름옷을 입고 있었다.

구름은 산 중턱에서 시작되어 담배연기같이 끊임없는 구름을 만들어내어 정상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아, 오늘은 백양산이 신선이 사는 곳으로 보이는 군..

밤새도록 구토를 해대는 아이

젖은 이불을 갈고 또 갈아가며 밤잠을 설치시는 어머니

철없는 아들은 아들의 시름을 잊은 채

또 하루의 시작을 엉뚱한 감동으로 시작한다.

 

나른한 햇살의 길을 따라 간 한낮의 꿈 속 풍경엔

암남공원의 해안산책로 입구에서 바라본

봉래산이 아침의 백양산처럼 구름에 묻혀 있다.

아! 저건은 신선도인가?

영도의 아파트가 구름 위에 둥둥 떠다닌다.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의 21세기 판이 저렇지 않을까?

 

구름다리를 지나 암남의 절벽계단을 따라 내려간 자갈마당에선

커다란 두 개의 바위사이로 파도는 철썩 부서지고

그 사이로 물결은 사납게 우리들을 향해 돌격하다 흘러내리는 초처럼 녹아내린다.

두 개의 바위 사이로 보이는 잿빛 바다...

그 운무 너머

밀려오는 삶의 욕망과 죽음의 유혹

부서지는 아슬아슬한 바위 끝에서 목숨을 낚는 게임은 지루하게 이어지고

그 지루함을 이기지 못한 한 쌍의 중년부부는 바위 위에 다정히 드러눕는다.

팔베개를 하고 누운 두 사람의 얼굴엔 짙은 하늘이 내려와 조심스럽게 앉는다.

 

현실로 돌아오다.

닝겔을 꽂은 시윤이는 손등에 꽂은 주사바늘이 싫다고 울어대고

무거운 눈꺼풀을 자꾸만 밀어올리며 피곤함에 지친 어머니가 자리를 지킨다.

아이의 흐린 시선 속에 우리가 보이는지

눌렀던 설움이 울음으로 폭발한다.

울다가 지쳐 잠든 녀석의 얼굴을 바라본다.

 

너 지금 어디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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