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오고 또 오지만 다 온 것이 아니니

겨우 다 왔구나 하는 그 자리에서 또 다시 오는 것이 있다.

오고 또 오는 것은 본래 시작이 없는 곳에서 오는 것이다.

묻노니 그대는 어디서부터 왔는가?

 

만물이 돌아가고 또 돌아가지만 다 돌아가는 것이 아니니

겨우 다 돌아갔구나 하는 그 자리는 일찍이 돌아간 적이 없다.

돌아가고 또 돌아가도 그 돌아간 자리는 돌아감이 없다.

묻노니, 그대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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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4-3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옛 선비들의 마음공부의 방향을 읽을 수 있는 글이다.
그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단순한 일생과 전기는 얼마나 하찮은가?
그들이 세상에 소용돌이치는 역사 속에서도 온전하게 자신의 중심을 지킬 수 있었던 공부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눈 앞에 황진이가 옷을 벗고 야심한 밤에 화담의 문앞을 서성이던 장면이 스쳐간다.
그 앞에서 꼿꼿하게 자신을 지켰던 화담의 마음 속엔 이미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