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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HOW TO READ 융 ㅣ How To Read 시리즈
데이비드 테이시 지음, 박현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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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의 정신분석학을 자신은 '심층심리학'이라 불렀다. 그는 정신의학으로 프로이트와 만났으나 정신의학을 영역을 과학적 탐구 영역 안에 묶어 두지 않았고 그래서 그 영역 안에서 탐구했던 프로이트와 결별하게 되었다. 프로이트처럼 어릴 적의 성적욕구의 좌절로서만 자신의 삶을 해석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내면 속에 있는 신성에 접근하려 한 사실과 관계가 있다. 그는 이를 통해서 기존 종교가 가지고 있는 교리와 형식을 비판하였으며 그로 인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한 전체성과 만날 수 없게 됨을 경계하였다.
세계 제 1,2차 대전을 지켜보면서 그는 그 원인을 분석하고 설명하는데 정신분석학이 어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보편적인 신성과 내재적 전체성에 접근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데서 그 이유를 찾았다. 전체성에서는 인간의 집단적인 부정적인 측면을 직시하고 다루어야 하는데 기존 종교는 항상 선한 것과 도덕적인 것만을 추구하며 그것을 억압하여 무의식으로 밀어넣음으로써 그것이 집단적 광기와 분노로 표출되고 그것이 이런 인류사적 비극을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내가 설명한 것처럼 이 보상기능은 자동적으로 작동하지만 문명화된 사람에게 있어서는 본능이 지독히 위축됨으로 인해 작동되며, 때로 그것은 사회의 압력에 맞서 그의 의식의 일방성을 흔들기에는 너무도 미약하다. 그러므로 지속적으로 무시되어온 결과 무의식의 내용들이 축적될 때에는 그 내용물들이 병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어 있다. p91
전쟁의 매력은 정신의 내면에 구축된 부정적인 힘들이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만일 그것이 외부로 투사되고, 그의 이웃과 정치적인 문제가 되어버리면, 부정적인 성질을 다루기가 더 쉽다. 융은 '전쟁이 일어나면 그들은 모두 기뻐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전쟁은 우리들의 이성을 의례적으로 파기하는 것이며, 정상적인 수단으로 담아두기가 불가능했던 에너지들의 방출이기 때문이다. 파괴적인 폭발로부터 다른 것에 이르기까지, 범죄에서 집단 학살 충동에 이르기까지, 방출되기를 원하면서 표현될 수 없는 비합리성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비틀거릴 것이다. -p175~176
그리하여 융은 사회에서의 집단적 무의식에 관심을 두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징이나 의미를 통한 깨인 자각적인 삶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한 종교의 교리나 형식보다는 내면적으로 새롭게 자신의 신과 만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았다. 무의식이 광기를 띠지 않도록 그 무의식의 영역이 건강해지도록 의식이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재적 전체성을 통한 영적인 성장과 성숙이 그 답이라고 하면서 그는 프로이트로부터 영영 떨어져나온다.
그의 주장들이 비로소 오늘날에 와서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조명받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에서부터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무의식의 문제와 나아가 종교가 다루는 신과의 합일과 영적인 성숙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가 제시한 비전이 그만큼 넓고 광대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그의 가설들이 사상사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