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물고기는 물을 모른다.' 물고기는 물 밖에 나와 봐야 물이 무엇인지 안다고 강준만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물고기는 물 속에 있을 때에도 물을 알 수 있다. 물을 아느냐 모르느냐를 구분짓는 것은 주어진 환경이 아니다. 그것은 물고기의 의식이요 마음이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이런 강준만 교수의 말의 뒤집기가 저자의 말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저자의 말을 달리 표현했을 따름이다.

  지금까지 우리 학계의 한국 사회의 분석과 한국인의 이해는 주로 사회과학적이고 주어진 사회환경을 이해하는 데 있었다. 또한 한국인의 의식의 해석은 주로 외국이론의 수입이거나 외국의 이론 틀을 갖다 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한국인이야말로 한국인에 대해 모른다고 말한다. 기껏해야 아는 사람은 자신이 인맥을 맺고 있는 수백명의 사람들, 수천명의 사람들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한국 사회학자들의 한국인에 대한 설명은 주로 사회구조적인 설명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의식에 대한 설명도 자신의 입장에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많다. 선거철이 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강해진다. 이러한 기존의 한국인의 이해에 대해 저자는 사회과학 이외의 심리학, 인류학, 인구학, 인문학의 성과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특성을 주어진 현실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바른 이해야말로 현재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국민들의 의식을 해명하게 해준다. 이런 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에 보면 다시 바뀌어버린 국민들의 의식을 이해하게 해준다. 펼쳐진 환경과 외부적인 사회구조는 이러한 국민적 의식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또 기여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의식은 다시 현실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코드로써 작용한다. 이제까지의 사회과학적 분석은 중간과정이 생략된 사회적 환경과 구조의 변화와 그 원인에 치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빨리 빨리와 냄비 근성, 최고 최대 최초에 대한 집착, 정실주의와 가부장주의, 쏠림 현상, 지도자 추종주의, 단기적 극단과 장기적 중용이라고 하는 그의 코드들은 한국 사회 현상과 국민의 의식을 이해하는데 아주 실증적이면서도 명쾌하다. "부분 속에는 전체가 존재하고 전체 속에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존재의 법칙이 유효한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하루 하루의 사건과 정보 속에는 한국인의 의식을 해명하는 코드가 존재한다. 뛰어난 학자는 그 전체와 부분이 현실에서 어떻게 연관되는 지를 보여주는 데 자신의 소임을 둔다. 그것이 성공하면 정보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현실 이해의 코드가 되며 실패할 때에는 쓰레기더미처럼 쌓이는 종이조각일 뿐이다.

  한국인 코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때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쏠림현상과 지도자 추종주의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 되었고, 국민적 행사에 국민적 힘을 모아내는 구심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였지만 대중 추종 현상과 정치 주체 의식의 부재와 독재 정치의 초래를 낳기도 했다. 정을 바탕으로 한 가부장주의는 급격히 진행된 물질사회의 부족함을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권위주의적 가족 형태와 사회 형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결국 현실을 이해하는 코드는 '마음의 코드'다. 주어진 현상과 한국인의 특성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사용하는가의 문제도 마음의 문제이다. 냄비근성이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는 것에 촛점이 있다면 미래를 열어가는 힘이 되지만, 깊이를 추구하지 못하고 빨리 식어버려서 대충주의식으로 흘러간다면 사회적 정체를 초래한다. 한국인 코드의 이면인 마음에 타인을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마음이 동기가 된다면 그런 현실을 창조해갈 것이고, 내가 좀 잘 되야지 하는 마음과 남들이야 어떻게 되든 하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면 현실은 이기심과 이기심이 충돌하여 빚어내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국인 그들은 누구인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 우선 우리 스스로의 마음에 대고 묻자. 스스로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성찰하자. 우리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이자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는 "성찰"이다. 그 깊은 성찰로부터 펼쳐지는 세상이야말로 한국인을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펼쳐나가게 만들 것이고 그것은 한국인들의 마음 속에 세계를 아름답게 담아내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한국인은 무엇인가? 나를 이해하고 한국인을 이해하기 위한 코드 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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