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결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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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3-29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시절 과사무실에서 빌려 만났던 마종기님의 시집.
그 시집들을 읽으며 뭔가에 몰두하고 있을 때 동아리 선배가 제 모습을 스케치했더랬어요. 미술과라 아이들 모습을 자주 스케치하거든요.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달팽이 2006-03-2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살아가다 만나는 고운 사람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고운 사람들은
내 가슴 속에 조용히 숨쉬고 있습니다.